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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9단도 부족?' 내년부터 10단 변속기 시대 열린다


작년 5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비엔나 엔진 심포지엄'이라는 행사에서 폴크스바겐은 현재 6단 DSG(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10단 DSG로 바꿀 것이라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독일의 일간지 디벨트는 이 신형 DSG가 내년에 중형급 모델부터 우선 장착이 될 것이라는 보도를 한 바 있죠. 바야흐로 두 자릿수 변속기 시대가 코앞에 왔습니다.



수십억 수퍼카에서부터 소형차까지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수동변속기를 자동화시킨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두 개의 수동형 변속기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며 스스로 변속시점을 찾아 가는 것인데요. 자동 변속기처럼 운전자가 변속 시점을 신경 쓰지 않아서 좋고, 그러면서 수동 변속기가 주는 즉각적인 응답성과 연비효율을 얻을 수 있어 또한 좋습니다. 


수십 억짜리 부가티 베이론에도 7단 듀얼 클러치 미션이 들어가 있고, 맥클라렌과 포르쉐 같은 메이커들도 듀얼 클러치 미션을 당연하다는 듯 사용하고 있습니다. 페라리도 빠질 수 없겠죠. 폴크스바겐은 소형 모델인 폴로 등에도 이 DSG를 적용했습니다. 최근 부활한 혼다의 전설 NSX는 9단짜리 듀얼 클러치 미션을 장착하기까지 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조금 늦긴 했지만 7단 듀얼 클러치 미션(DCT)을 새롭게 개발해 엑센트부터 쏘나타까지 몇몇 모델들에 적용했는데요.  i40 디젤 모델 경우 기존 자동변속기 연비(15.1km/l) 보다 더 좋은 공인연비 결과(16.7km/l)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확대되고 있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이지만 내구성에 대한 불안한 시선 또한 있는 게 사실입니다. 


내구성에 대한 불신을 지워야

폴크스바겐은 재작년 호주나 중국 등 곳곳에서 DSG 문제로 리콜을 했었고, 한국 내에서도 미션 오일 문제로 7단 DSG 장착 차량에 대한 리콜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독일에서도 같은 시기 이 부분이 문제가 됐지만 공식적 리콜 조치가 없어 제조사 대응에 대해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 이후로는 DSG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태입니다.


또 자동변속기의 부드러움과는 달리 듀얼 클러치 미션에서는 다소 거친 변속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DSG가 그런 얘기를 듣는 편인데요. 현대가 좀 더 부드럽게 조율했다면 VW DSG의 경우 수동변속기 느낌에 가깝게 조율이 됐는데, 이 점이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게 이질감 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참고로 독일 운전자들은 이에 대해 어떤 불만들이 있나 찾아 봤는데요. 이질감이나 변속 충격 등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찾기 어려웠습니다. 수동변속기가 여전히 대세인 유럽에서 어쩌면 듀얼 클러치 미션의 다소 투박한 느낌은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고장이 한 번 나면 수리비가 굉장히 비싸다는 불만은 우리나 유럽인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내구성에 대한 신뢰를 확실히 심어주지 못하면 자동 변속기 고객들, 또는 수동변속기를 이용하는 유럽 운전자들의 듀얼 클러치 미션으로 대량 유입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년에 내놓을 10단 DSG는 이런 불안감을 상당부분 해소할 것이라고 폴크스바겐은 자신하고 있습니다.


10단 DSG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AT 변속기

VW 관계자는 6단 DSG와 비교해 10단 DSG는 20% 정도 연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50kg.m 수준의 높은 토크까지 버틸 수 있는 10단 DSG는 내구성 향상은 물론 소음과 진동 면에서도 개선이 이뤄져 안락한 주행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현재 장착된 7단 DSG와 비교해 크기는 거의 같고 무게만 약 5kg 정도 무거울 거라고 하니, 크기와 무게 부담을 해결한 10단 DSG (실제는 12단으로 구성돼 있고, 2개 단은 특별 용도로 쓰임)가 소비자와 경쟁 업체들에 주는 첫인상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DSG가 10단의 시대를 선언한 동안 자동변속기(AT)는 어떤 상황일까요?


메르세데스가 자체 개발한 9단 G-tronic 자동 변속기/ 사진=다임러

현대자동차는 10단 자동변속기 개발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심지어 10단 이상의 변속기 시대까지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다단 변속기 개발은 현대 외에도 여러 회사들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식적으로 10단 자동변속기를 언제 내놓겠다고 구체적 일정을 밝힌 곳은 없습니다. 


특히 BMW 같은 곳은 9단, 10단짜리 변속기가 현재 자신들이 내놓은 8단 자동변속기의 효율 보다 눈에 띄는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고 분석하고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규어, 레인지 로버, 지프, 피아트, 그리고 크라이슬러 등에서는 ZF의 9단 자동 변속기를 사용하고 있고, 혼다 역시 ZF의 9단 변속기를 일부 모델에 적용했습니다. 벤츠는 자체 개발한 9단짜리를 현재 E클래스에서 마이바흐까지, 폭넓게 쓰고 있습니다.특히 네바퀴 굴림에만 적용되었던 ZF 9단 변속기는 내년 쯤 앞바퀴 굴림 모델에도 장착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동변속기가 10단, 아니 그 이상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 하는 논쟁을 하는 동안, 폴크스바겐이 먼저 10단의 시대를 열게 됐습니다. 2024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메이커 평균 95g/km까지 맞춰야 하는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기름 소비를 줄이는 기술적 해법을 찾아야만 하고, 변속기의 다단화는 이를 위한 중요한 해법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연비가 자동차 구매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 요즘, 소비자들 선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변속기의 발전, 그리고 다단화는 필요해 보입니다. 한 때 4단 자동 변속기만으로도 충분했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마치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변속기의 단수는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과연 이 변화가 어디까지, 그리고 언제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9단 자동 변속기가 적용되는 소형 SUV 지프 레니게이드/ 사진=F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