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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핸들링이 왜 이래?' 현대 MDPS 숨은 이야기


차가 운전자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움직여 줄 때 우리는 흔히 "핸들링 좋은데?" 라고 합니다. 조종안전성, 야무진 서스펜션, 언더,오버스티어 특성, 제동력과 가속력, 차체 강성, 뭐 그 외에도 더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각 영역이 딱딱 맞아 돌아가야지만 핸들링 좋은 차가 됩니다.


이 핸들링 수준을 나타내는 요소 중 조종안전성이 무척 중요한데요. 운전자가 손과 몸으로 직감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오래 전부터 현대기아차의 조향감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최근 현대와 기아 모델을 한국에서 운전해 보았는데 왜 이렇게 소비자들이 아우성인지 알겠더군요. 그렇다면 현대기아차의 조향감, 그 이질적 느낌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그리고 현대차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려고 할까요? 내외수 차별까지 포함해 현대 MDPS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운전 이질감 원인은 모터 위치

자동차 조향장치는 유압식에서 현재는 대부분 전자식으로 바뀐 상태입니다. 조향감이 좋은 유압식을 버리고 전자식을 선택한 건 관리의 어려움을 줄이고 연비효율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이 그 이유라 하겠는데요.


그림 출처=위키피디아

위에 그림은 랙 & 피니언 스티어링 구조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죠. 1번이 스티어링 휠이고 2번이 스티어링 칼럼인데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대다수 차량에는 이 칼럼에 모터와  ECU 등이 달려 있는 C-MDPS를 쓰고 있습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 구조도 단순합니다. 하지만 운전대 가까이 있어 소음이 느껴질 수 있고 무엇보다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스티어링 휠 쪽으로 모터가 달리다 보니 여기서 바퀴까지 명령을 전달하는데 미세하게 시차가 발생됩니다. 운전대와 바퀴 움직임이 따로 논다는 얘기도 그런 이유 때문에 나오는 것이죠. 물론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C-EPS를 쓰기 때문에 이 방식 자체가 이질감을 만든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조율(setting) 문제가 사실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죠.


이처럼 조향 시 이질감이 문제가 되자 현대는 제네시스부터 개선된 조향장치를 내놓습니다. 흔히 말하는 R-MDPS가 그것인데요. 위 그림 3번에 해당하는 랙 기어라는 곳에 모터와 ECU가 장착돼 있는데 바퀴 쪽으로 옮겨왔습니다. C-MDPS보다 가격은 좀 더 비싸지만 이 변화로 조향성은 향상됐습니다. 


현대 쏘나타 터보. 사진=다음자동차

그리고 최근에 내놓은 LF쏘나타 터보 모델엔 제네시스와 조금 다른 형태의 R-MDPS 달려 나왔습니다. 정리를 하면, 현대가 조향감 개선을 위해 C-MDPS에서 R-MDPS로 바꾼 건 제네시스와 쏘나타 터보 두 차 종 뿐입니다. 현대차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인데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 판매용 기준입니다. 그렇다면 R-MDPS만 달면 우수한 조향감이 만들어지는 걸까요? 


MDPS 는 이렇게 개선된다

사실 조향감 개선을 위해선 몇 가지 조건들이 더 충족돼야 합니다. 모터의 위치를 바퀴 쪽으로 가까이 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서스펜션(현가장치)과의 조화죠. 그 복잡한 역학 구도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분명한 건 서스펜션을 떼어놓고 조향감 품질을 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모터를 제어하는 ECU가 언제부터인지 16비트에서 32비트로 향상됐는데, 이로인해 더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졌습니다. 또 스티어링 휠의 크기를 줄이고 기어비를 조절하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입니다. 운전대를 살짝 돌려도 바퀴의 회전각이 커지는데 다이나믹한 운전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죠. 물론 타이어도 조향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여기서 잠깐-

자동차가 똑바로 잘 달리는 걸 보통 직진안전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잘 안돼 흔히 얘기하는 보타를 하는 경우가 생기죠. 자꾸만 운전대를 운전자가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며 직진주행이 잘 되도록 건드리는 건데, 이건 조향장치의 문제라기 보다는 타이어나 서스펜션 지오메트리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국내와 해외 차별

쏘나타 터보 시승기를 동영상 등으로 보면 이 조향감이 확실히 개선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운전대도 작아졌고, 서스펜션이 단단해졌으며, 모터의 위치가 타이어 쪽으로 옮겨갔습니다. 이 변화들이 잘 조율했을 때 조향감은 향상되는 것이고 핸들링의 즐거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이런 개선된 조향장치를 국내 보다는 해외 판매 모델들에 더 많이 적용하고 있습니다. 모 매체는 투산이나 스포티지 등은 국내 판매용엔 C-MDPS이고 수출용엔 R-MDPS가 적용돼 있다고 전했고, 들은 바로는 신형 쏘렌토 역시 유럽에선 R-MDPS이고 국내에선 C-MDPS가 장착된 걸로 보입니다. 국내엔 옵션 적용도 안되는 상황이죠.


조향감에 민감한 유럽 운전자들 취향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하기엔 그 질감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궁색한 변명으로 들립니다. 원가 상승의 억제라고 보는 게 맞겠죠. 하지만 개선된 조향장치를 적용해 이를 판매전략에 이용하는 게 요즘처럼 내외수 차별 논란이 있는 상황에선 필요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현대차가 BMW의 고성능 파트인 M 개발총괄 알베르트 비어만을 영입한 것은 더 강하고 더 다듬어진 성능의 차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현대차가 꼭 알아줬음 하는 게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나올 차를 누릴 권리는 해외 운전자들이 아니라 우리 운전자들에게 먼저 주어져야 한다는 사실을요. 

사진=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