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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뻥연비 사라지나?' 새 연비측정법 알아보기


자동차 연비는 크게 미국식, 유럽식, 그리고 일본식의 공인연비측정법이 세계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식은 북미와 남미 일부 국가 (브라질이나 칠레 등)에서, 일본식은 일본과 홍콩이, 그리고 나머지 여러 국가들이 유럽식 연비측정법을 통해 공인연비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식을 기반으로 한 5-Cycle 보정식을 몇 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데 그 덕(?)인지 유럽이나 일본식 보다는 상대적으로 실연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별로 측정법이 다르기 때문에 예전부터 세계 공용의 방법이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들이 계속 있어 왔습니다. 또 유럽 내에서도 운전자들이 느끼는 연비효율성과 공인 연비 사이의 차이가 크다는 불만이 계속되고 있었죠. 이런 이유들로 인해 UN 유럽경제위원회 산하 자동차법규표준화기구라는 곳에서 WLTP(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 Test Procedure)이라는 새연비측정법을 도입하려고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진통 끝에 큰 틀에서의 방향이 합의됐습니다.


연비측정 장면. 사진제공=TÜV SÜD



2017년부터 시작!

밝혀진 몇 가지 개선점들

새로운 연비측정법(WLTP)은 2017년 9월부터 공식적으로 유럽의 기존 측정법(NEDC, New European Driving Cycle)을 대체하게 됩니다. 1970년 유럽에서 연비측정법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1996년 현재의 NEDC 측정법으로 바뀌었는데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꾸준~하게 제기된 상태였죠. 일단 드러난 개선사항들이 뭔지부터 한 번 아주 간략하게 살펴 볼까요?


현재는 연료를 40%만 채운 채 측정 -> 앞으로는 50%까지 채우고 측정

연료를 더 채운다는 건 테스트 차량의 무게가 증가한다는 걸 뜻하고, 무게가 더 나간다는 건 그만큼 연비효율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현재 차대동력기 위에서 총 달린거리는 11km -> 앞으로는 총 23km의 거리까지 달리게 됨

   이로인해 총 주행에 소모된 시간 약 20분이 (정확히는 1,180초) -> 10분 늘어난 30분이 됩니다.

더 많이 달릴수록 배기가스의 양(배기가스 양으로 연비가 산출되는 방식이기에)이 많이 포집되기 때문에 그만큼 실제 환경에 가까와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현재 평균 측정용 속도는 33.4km/h -> 이것이 앞으로는 47km/h로 빨라지게 됩니다.

속도가 빨라지면 당연히 기름 소모가 많아지겠죠? 다만 몇 몇 분들이 말씀하시듯 저 정도라면 오히려 연비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공감합니다. 현재 보도된 내용들을 보면 이미 신측정법을 마련하기 위해 실무팀에서 오랫동안 테스트를 했고, 그 결과 그나마 현실적인 속도, 거리, 시간, 연비 등으로 기준이 바뀐 것으로 압니다. 


 현재 최고속도 120km/h까지만 측정 -> 앞으로는 최고속도가 130km/h 이상으로 빨라지게 됩니다.

현재까지는 이 기본적인 4가지 내용이 바뀐다고만 공개가 된 상태인데요. 추가적으로 기존처럼 장소는 모의테스트장(실내)에서 실시가 되며 기본적인 온도는 섭씨 23도에 맞춰하게 됩니다. 그 외에 주간등, 연료품질, 에어콘 On/Off 유무 등 다양한 세부사항이 어떻게 정리 될지도 궁금해지네요.



우리나라와 일본도 새측정법 사용키로 합의

현재 유럽식 공인연비측정법을 사용하는 나라들은 유럽 외에도 제법 됩니다. 우선 호주와 중국이 있고요. 그다음으로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터키 등이었습니다. 그 외에 러시아와 뉴질랜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도 유럽식 측정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여기에 한국과 일본이 새롭게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일본은 독자 측정법을 버린 것이고, 우리나라는 미국식 방식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를 하게 됩니다.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일단 제외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전기로만 일정한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는 어떤 방식을 통해 기준을 세울 것인지 아직까지 결정이 안됐다는 것입니다. 당연하겠죠. 이산화탄소 등, 배출가스가 나와야 연비가 계산되는데 배출가스가 없으니 기존 방식을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겠죠. 따라서 가솔린과 디젤, 가스, 하이브리드 등만이 신측정법에 적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BMW i3 전기충전 모습. 사진=BMW



2020년까지는 변칙 동거?

재밌는 사실은, 2017년 9월부터 새로운 측정법이 적용이 되지만 유럽의 경우는 2020년까지 기존, 그러니까 현재 측정법을 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간단한데요. 현재 유럽에서는 2021년부터 자동차 제조사별로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킬로미터당 95g까지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이 조건은 현재 측정법이 기준인 것이죠.


안그래도 빠듯하다고 아우성들인데 더 까다로와지는 새측정법에 의해 95g기준을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인 겁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굉장히 새측정법 도입에 큰 걸림돌이었고 제조사들은 당연히 절대 양보 불가를 외쳤습니다. 결국 고심 끝에 어정쩡한 동거가 3년 넘게 이어지는 합의안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2020년까지 새로운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강화 (결국 연비 향상)하기로 한 중국도 유럽식 측정법을 쓰고 있어서 역시 불편한 동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특별한 이산화탄소 배출 강화 방안이 신연비측정법 도입 전에 마련되지 않는 이상 먼저 WLTP가 적용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정부측의 어떤 발표가 곧 있지 않을까 싶네요.



연비와 함께 디젤 배기가스 측정법도 현실화 되길

연비는 보통 이산화탄소,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등,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런 가스양을 가지고 측정을 합니다. 하지만 요즘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 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질소산화물이나 분진 등은 디젤 배기가스법의 적용을 받고 있죠. 흔히 EURO 6라 불리는 것이죠.


그런데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 PEMS(Portable Emission Measurement System) 등을 이용해 실주행 시 발생되는 유해배기가스를 측정해 보니 제조사들이 내세우는 수치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유로 6 인증을 받은 모델들까지 모조리 말이죠. 이에 대해선 여러 차례 이야기를 드렸으니 자세한 언급은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디젤 배기가스 측정법 역시 현실과의 괴리감이 있기 때문에 RDE(Real Driving Emission) 방식 등을 신연비측정법과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럽 내에서 힘을 얻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장 차 값 상승이나 제조사들의 배출가스 후처리 기술의 현실적 강화 등이 고민거리라고 해도 디젤 배기가스는 인체에 유해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크게 담당한다면, 디젤 배기가스의 유해성을 줄이는 것은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연비측정법이 드디어 2017년부터 시작됩니다. 좀 찜찜한 부분들도 있지만 이왕 시작되는 거, 운전자들이 납득하는 그런 수준의 현실적 공인연비가 나와주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