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독일에서 골프를 넘어설 차는 나올 수 있을까?


이 블로그 초창기 때 골프에 관련된 글을 제법 많이 썼던 기억이 납니다. 또 골프의 새로운 세대가 선을 보일 때 마다 다양한 현지 소식들을 전해드렸고, 독일이나 유럽의 자동차 판매량 결과를 이야기할 때도 어쩔 수 없이 골프에 대한 얘기를 했었습니다. 이제는 왠만한 소식 아닌 이상엔 오히려 골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려 노력하는 중이죠. 


그런데 오늘은 또 한 번 골프 얘기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특별한 내용이 있는 건 아니고요. 불현듯 '이 차의 판매량을 넘어설 자동차가 과연 독일에서 나올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냐면, 어제 독일연방자동차청에서 발표한 3월 판매량과 1분기 자동차 판매량 결과를 봤기 때문입니다.


사진=폴크스바겐



3월 독일 자동차 판매 결과

우선 지난 달 독일에서의 자동차 판매량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한 달 동안 약 32만대 이상이 팔렸고 그 중 골프 판매량이 26,821대였습니다. 한 차 종이 월별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가 넘는데, 300 종 이상의 자동차들이 판매 경쟁을 벌인다는 걸 생각하면 높은 점유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 31%나 증가를 한 수치인데, 갈수록 골프의 점유율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골프가 독일 프리미엄 3사의 모델에 떨어지는 거 아니냐 얘기를 하시는데, 골프를 잘 아는 경쟁 업체 관계자들에게 물어보세요. 콤팩트 클래스 (준중형급)에서 이 차를 기술적으로 넘어설 만한 차가 뭐가 있는지요. 쉽게 대답 못 할 겁니다. 


골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재미난 통계를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 달 전체 골프 판매량 중 개인 구매자와 업무용 구매 결과인데요. 우선 개인 구매자들이 선택한 상위 10개 모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3월 개인 구매 결과>

1위 : 폴크스바겐 골프 (8,985대)

2위 : 폴크스바겐 폴로 (4,069대)

3위 : 폴크스바겐 티구안 (2,777대)

4위 : 포드 피에스타 (2,464대)

5위 : 스코다 파비아 (2,250대)

6위 : 피아트 Ducato (2,176대)

7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2,120대)

8위 : 메르세데스 B클래스 (1,990대)

9위 : BMW 1시리즈 (1,967대)

10위 : 스즈키 스위프트 (1,967대)


월별, 개인별 판매량의 경우 프로모션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판매대수 편차가 좀 심한 편이지만 어쨌든 골프는 그런 상황에서도 흔들림없이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건 10위를 차지한 스즈키 경차 스위프트인데요. 뭔가 좋은 혜택이 주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 판매량 10위권 안에 들 차는 아니거든요. 그 외에 피아트의 두카토가 눈에 들어오는데, 캠핑카와 사업자용 승합차로 굉장히 많이 팔리는 자동차입니다.


그 외에 벤츠 C와 B클래스가 개인 구매자 순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는데요. B클래스는 늘 독일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고, C클래스는 워낙 차가 잘 나온 덕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장년층들의 손길을 꾸준히 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1위는 골프라는 거. 그러면 이번엔 업무용 결과를 볼까요? 주로 회사 영업용이나 렌터카 등으로 많이 팔리는 차량들입니다.


<3월 업무용 구매 결과>

1위 : 폴크스바겐 골프 (17,836대)

2위 : 폴크스바겐 파사트 (7,880대)

3위 : 아우디 A3 (4,584대)

4위 : 오펠 코르사 (4,462대)

5위 : 아우디 A4 (4,430대)

6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4,227대)

7위 : BMW 3시리즈 (4,204대)

8위 : 오펠 아스트라 (4,098대)

9위 : 포드 포커스 (3,630대)

10위 : 아우디 A6 (3,497대)


개인 구매자들이 비교적 콤팩트한 차 이하 모델들을 선택하는 반면, 업무용에서는 중형급 이름이 제법 등장합니다. 두 구매 그룹간 선택 모델의 편차가 큰 편인데요. 그 와중에 골프와 C클래스만이 유일하게 양쪽 모두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개인 구매자들이 골프를 택한 비율이 작년 동월 대비 54% 이상 증가했고, 업무용의 경우에도 작년 동월 대비 22.5%나 증가를 했다는 점입니다. 둘 다 최고 수준의 증가폭을 보였는데요.


안 그래도 많이 팔리고 있는 골프가 이처럼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내는 비결은 뭘까요? 당연히 일단은 차가 좋아서일 겁니다. 또 기본적으로 비싼 가격이지만 다양한 트림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주 낮은 가격의 깡통 모델부터 비싼 풀옵션 모델까지 수십 개의 선택지가 마련돼 있다는 점도 골프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골프 바리안트. 사진=폴크스바겐



2015년 1분기 결과 

3월 판매량으로 골프의 독일 내 인기를 살펴 봤는데요. 이번엔 1월부터 3월까지 골프가 얼마나 팔렸나 한 번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1분기 전체 판매량은 757,630대인데, 이중 골프가 66,097대가 팔려나갔습니다. 3월 점유율 보다 조금 더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폴크스바겐 1분기 전체 판매량이 169,058대이니까 40% 정도가 골프로 채워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유럽 전체 판매량에서도 몇 년째 골프가 1위를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물론 시장이 가장 큰 독일에서의 판매량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러 나라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유럽 전체에서 비교적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차가 안 좋다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유럽에서 입소문 퍼지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지 추락은 한 순간의 일이 되겠죠. 그래서 늘 순위 경쟁도 치열하고 긴장 속에서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해나가야 합니다.


이런 치열한 유럽시장에서 안정적으로 1위를 차지한다는 건 어느 한 두 가지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다른 브랜드들이 고급 세그먼트에 적용하는 기술을 폴크스바겐은 골프에 먼저 적용하고, 마케팅에서의 차별화와 골프라는 이름을 하나의 전통으로 다져나가는 장기적 전략 등을 보면 정말 얼마나 그룹 차원에서 이 차를 관리하고 정성을 들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과연 골프를 넘어설 차가 유럽에서 나올 수 있을까?

지난 번 독일인들의 자동차 이미지 조사에서 아우디 A3가 골프를 제치고 콤팩트 급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아마 아우디 관계자들 폴크스바겐 눈치 보느라 드러내고 웃지도 못했을 겁니다. 포르쉐가 박스터나 캐이맨이 911을 넘어서지 못하게 관리하는 것 이상의 관리가 골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골프는 VW에선 상징적 이름이 되었습니다. 폴크스바겐이 골프에 집중하는 만큼 다른 메이커들이 콤팩트급에 자금과 기술을 쏟아 부을 수 없다는 것도 골프의 장기집권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하는 요인입니다.


작년부터 벌써 독일에서는 8세대 골프에 대한 얘기들이 조금씩 흘러 나오고 있는데요. 기술적으로 더 진보된 모델이 될 거라는 데에 매체들은 이견이 없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당분간 유럽에서 골프를 뛰어넘는 차가 나오기는 어려울 거 같고, 골프가 누리는 권좌의 즐거움은 쭈욱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골프를 끌어 내리는 자동차가 나타난다면, 가장 먼저 그 소식을 전하고 싶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