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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벤츠 GLE 쿠페의 독일 반응 보니 '최악'



사진=Damler


사진을 보면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이 차는 메르세데스 구형 A클래스입니다. 나름 멋을 부려 부분변경을 했다고 한 겁니다. 보기엔 스타일이 좀 그렇지만 독일 기준으로 얘기한다면 장년층과 노년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일명 '연금생활자들의 드림카' 라고 할 수 있는 그런 히트 모델이었는데요. 밴의 느낌이 좀 나죠? 비교적 저렴하면서 벤츠답게 고장도 생각 보다 덜 났습니다. 좌석의 높이도 높고 지상고도 있는지라 타고 내리는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했습니다. 무릎이니 허리니 관절 안 좋은 어르신들껜 참 좋은 녀석이었죠. 그런데,


신형 A클래스. 사진=Damler


그 노인들의 친구 A클래스가 이렇게 바뀌어 버렸어요. 딱 봐도 차가 젊어졌습니다. (어딜 보세요) 이전의 가치를 완전히 뒤엎고 전혀 다른, 한마디로 스타일로 승부를 보겠다며 연금생활자들을 내친 것이죠. 한참 젊어진 겁니다. 벤츠의 엔트리 모델부터 시작된 이런 스타일의 변화는 다임러 그룹 차원의 생존 전략에 따른 것이었죠. 삼각별을 젊은이들에게 돌려주자! 뭐 이런 구호를 (속으로) 외쳤을 겁니다.


편안함이나 실용성은 일단 다음 문제고, 스타일링을 달리해 젊은 고객들의 시선을 끌어 오는 데 성공을 한 것입니다. 아직도 길거리에서 저 두툼하고 매끄러운 엉덩이를 보면 (오해하지 마시고요) 디자인 참 잘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모델들의 변화는 또 어땠나요? E클래스는 부분변경 수준이었음에도 이미지 변화를 제법 크게 주면서 덩달아 잘 팔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S클래스는 그 급에서는 언제나 제왕이었기에 두 말할 필요 없겠지만, 화려함과 세련됨의 조화가 뭔지를 숙달된 조교처럼 보여줬죠.


작심하고 만든 C클래스는 베이비S클래스의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실내와 겉모습 모두에서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CLS슈팅브레이크나 S클래스 쿠페 등은 "헉~"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매력적으로 다듬어졌습니다. 그 사이에 GLA라는 SUV 비슷한 크로스오버형 모델을 내놓으며 앞으로 벤츠 SUV 라인업이 어떤 모양새를 갖출 것인지도 예견했습니다. 최근 모델들이 나올 때 마다 찬사를 받았어요. "벤츠가 이 악물고 덤벼드니 역시 무시무시하구나~" 라는 얘기들이 나왔죠. 그리고, 엊그제 벼르고 벼르던 자신들의 첫 번째 SUV 쿠페를 공개했습니다.


사진=Damler


그런데 공개와 함께 그 잘 나가던 벤츠의 행보에 급제동이 걸린 분위기입니다. 비판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죠. 


GLE는 지금까지 M클래스 혹은 ML로 불렸습니다. 기존 보다 전체적으로 그릴과 헤드램프의 존재감을 키웠고,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라운드형 디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쿠페는 이런 변화를 극대화시킨 모델입니다. GLE 쿠페는 BMW X6를 정면으로 겨냥한 자동차로,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의외로 잘 팔려나가는 X6를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보며 "우리도 함 해보자!"며 만든 모델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X6에 천착했던 걸까요? 공개된 순간 이구동성 터져나온 소리가 "닮았잖아?" 였습니다. 간절함이 너무 컸던 것인지 뭔지, 경쟁하겠다며 경쟁자의 스타일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보입니다. X6가 엄청나게 욕을 먹었던 때를 분명 벤츠도 기억을 하고 있었을 터인데,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고 그냥 BMW의 전략을 그대로 껴안고 가버린 것이죠. 이 차에 대한 독일 네티즌들의 반응은 크게 세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닮았다/ 못 생겼다/ 그래도 팔리긴 팔릴 것이다. 등입니다. 정말 닮았는지 궁금하실 거 같아 비교 사진 준비해봤습니다.


사진=Damler & BMW


위에 사진이 벤츠 GLE 쿠페이고 아래가 BMW X6입니다. 기본적으로 쿠페라는 것에 방점을 찍어서 그런지 지붕을 비스듬히 눌러 버리니 절묘하게 비슷해졌습니다.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저렇게 밖에는 안되는 걸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우디 역시 쿠페SUV를 내놓을 건데, 예상도는 두 모델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더군요. 그럼 다른 각도에서 다시 비교를 해볼까요?


사진=Damler &BMW


일명 자동차의 얼짱 각도라는 45도 사진을 봐도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GLE는 앞면은 새로운 SUV 트렌드가 잘 반영이 되었다고 어느 정도 점수를 줘도, 쿠페라는 컨셉 때문인지 세단에 적용된 뒤태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해, 앞과 뒤가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진=Damler


사진=Damler


앞은 쿠페 컨셉카의 방향대로 디자인 됐습니다. 


사진=Damler


사진=Damler


뒤 역시 S클래스 쿠페의 그것을 가져왔고요. 너무 정직하다 싶을 정도로 앞은 쿠페 컨셉을, 뒤는 세단 쿠페의 룩을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두툼하고 무거운 덩치의 SUV에 쿠페의 날렵함이 과연 어울리는가' 라는 본질적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거기에 더해 실내에 대한 부정적 언급들도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진=Damler


뭔가 정리가 안된 듯 보이네요. 세련된 느낌도 없고요. 산만하고 다소 투박한? 독일 내 반응도 비슷해서, 옛날로 회귀한 디자인이라는 비난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도대체...벤츠가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요? 실제로 보게 되면 느낌이 또한 달라질 수 있는 게 자동차라지만, 멋 잔뜩부려 찍은 사진에서조차 이런 반응이 나온다면 실물에서도 극적 반전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차의 제원이나 그 외 기능 등에 대해선 따로 소개를 하거나 할 기회가 있을 거라 보고 오늘은 독일 사람들의 반응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메르세데스 GLE 쿠페를 본 독일 자동차팬들은 어떻게 반응을 했을까요? 댓글들은 두 개의 자동차 매거진 홈페이지와 자동차 포털 한 곳에 올라온 것들 중 추천수가 높은 내용들로 추려 봤습니다. 



<독일 반응>


lgnite : "기자(한국 표현으로 기레기에 가까운 표현을 썼음)들이 뭐라고 하든 쿠페는 아직까지 2도어다. (그럼에도 이런 차를 보고) 쿠페 어쩌고 하는 거 보니, 앞으로 늬들이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만 글을 썼으면 싶어."


Mr.Sherlock Holmes : "창피해 죽겠네. 이 차는 가치가 없어."


Carsten Leonhardt : "너무 못생겼잖아. 뒷모습이랑 앞이 전혀 어울리지가 않아. 뒤는 새로운 S클래스 쿠페처럼 재앙이다. GLE 쿠페는 돈 많고 안목 없는 이들을 위한 차라고 생각해. 메르세데스 벤츠 디자인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WhatIsYourName : "이런 차는 묵직하게 도로 위에 머물 수 있도록 더 무게를 추가했고, 그 무게는 최고 500마력 이상의 엔진으로 대응하지. 하지만 연비는 이런 이유로 두 배나 나빠질 뿐이야. 누구에게 저런 코끼리 쿠페가 필요한 걸까? X6도 그랬지만 메르세데스 벤츠도 XX처럼 시작했네.. (계속 욕설)


miko privat : "이건 BMW X6 보다 더 안 좋아 보여. 독일인들도 중국인들과  똑같이 카피를 하고 있군."


Miklos Nikolics : (위에 대한 답글로) " 맞아. 디자인이 난 이렇게 나올 거라곤 정말 생각 못했어. 나온 걸 보니 차라리 X6가 더 나아 보여. 하지만 이것 역시 착각일 뿐이라는..."


Raudi : "GLE 쿠페랑 X6를 보고 있자니, 150kg 남자가 아디다스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는 거 같아." 


MASC : "자동차는 결국 잘 팔리는, 시장이 요구하는 걸 만드는 거야. 디자인이 마음에 들든 아니든 그건 취향일 뿐이고 팩트는 이런 차가 잘 팔리고 높은 수익을 낸다는 거. 그리고 자동차 디자인의 경우 모든 회사들이 서로 베껴. 한 번은 벤츠가 베꼈다면 그 다음은 BMW가 베끼고 그러는 거라고. 여기서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질투가 나고, 그래서 이런 식으로 푸는 거겠지. (뭔가 한국 포털에서 많이 보아 온 분위기의 댓글이네효;)  


KLO : "BMW X6 카피를 위해 메르세데스 벤츠는 6년이 걸린 거네. 존경한다."


The Driver : " 와, 진~짜 못 생겼다. X6와 (못 생긴 걸로) 제대로 경쟁하네, 스타일도 없고. 이 차는 벤츠가 완벽한 드림카를 만들 수 있지만 정말 못 생기고 필요없는 차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


madmandan1982 : "창피하고 또 창피하다. 경쟁자가 실수를 했으면 그걸 잘 새겨놓고 반복하면 안되는 거잖아. 그런데 메르세데스는 따라했다고." 


Fahrer : "앞은 A클래스, 뒤는 S클래스 쿠페. 이 아이디어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실내는 예전 걸 똑같이 끔찍하게 재현해냈고. 그 외의 것들은 X6의 카피야. 하지만 BMW도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로 B클래스를 베꼈지 뭐. 제 점수는요. '지루하다' 입니다."


Misch Masch : "X6의 둥그스런 버젼에 못 봐줄 만한 콕핏. 난 X6가 싫었어. 왜냐면 이런 의미 없는 차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SUV는 높아야 하고 쿠페는 그냥 아주 낮게 깔리는 차여야 해. 아무리 봐도 이 차의 디자인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내겐 으~하는 소리가 나올 뿐이지만 늘 그렇듯 취향이니까 뭐..."


Mr. Burns : "X6 보단 낫네. 다임러가 왜 이렇게 했는지는 확실해. 아쉽게도 이런 차를 원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야. 회사 입장에선 (GLE) 플랫폼을 그대로 쓰니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좋고, 사실 카피니 뭐니 하지만 법적으로도 문제는 없는 것이니 뭐 어쩌겠어..."


Gast1 : "예상 가격(디젤 시작가가 63,000~65,000유로 등으로 독일 언론에서 나오고 있는데 X6와 비슷하거나 살짝 낮은 수준입니다.)을 보니 경쟁자 보다 조금 더 싸네. 이런 못 생긴 차를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 다만 포르쉐 카이엔처럼 하이브리드 버젼을 내놓지 않은 건 최악의 선택이라고 봐."


Cizzle : "정면: 아주 좋다. 뒷면 : 흉측하다. 옆면 : 완벽한 X6, 하지만 굿. 


Ycon1 : "SUV 쿠페라는 거는 아무 쓸모가 없는 차."


Antone-speedy-gonz : "구닥다리 중앙콘솔, 거대한 통풍구. 가져다 붙여 놓은 듯한 아이패드. 덩치큰 탱크 같은 차. 기타 등등. SUV= Super Ugly Vehicle "


못 생겼다. 베꼈다. 실내가 구식이다 등등. 하지만 결국 X6가 그랬던 것처럼 수요가 있을 것이다 라는 것이 전체 의견들을 종합한 결론이 아닐까 합니다. 실용적인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독일인들의 눈엔 SUV 쿠페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 건지, 대체적으로 불만스럽게 보는 거 같은데요. 그래도 뭔가 남다름을 원하거나, 스포티한 SUV를 원하는 이들에겐 어필을 할 것입니다, 제 취향과는 상관없이요.


이 차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식적인 데뷔를 한다는 점도 주목을 할 필요가 있겠죠. 미국 시장이 주요 타겟이 될 거라는 거죠. 또 중국시장도 중요한 목표점이라고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벤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낼지 내년 5월 이후에는 판가름이 날 겁니다. 다만 그런 건 있습니다. 아무리 이런 류의 차가 히트를 친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수요 예측 이상의 결과일 뿐이지 대세가 될 수는 없다는 거. 당연히 비싼 가격 때문에라도 그럴 테고요.


이런 SUV와 쿠페의 만남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타일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갈리는 부분이니 정답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제 의견을 물으신다면  저에겐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차라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벤츠의 잘 나가던 디자인 흐름이 이번 GLE 쿠페의 등장으로 잠시 숨고르기 하는 거라고 좋게 생각하고 오늘 이만 마치겠습니다. 참고로 저희 자동차 인터넷 카페< '더모터스타' <==클릭>에 올라온 GLE 쿠페 관련 댓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회원분들께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았는데, 이해해주세요.


<더모터스타 카페 반응>


사진=Dam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