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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미니를 선택한 BMW, 그들이 옳았다



미니(MINI)가 만들진 게 벌써 55년 전이네요. 참 오래됐죠? 복잡한 영국 자동차 업계의 역사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1994년 독일 BMW가 로버그룹을 인수할 때 함께 딸려 왔었습니다. 70억 달러라는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면서 2000년 BMW는 로버그룹의 브랜드들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 되팔게 됩니다. 로버 그룹의 브랜드 중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포드로 넘겼고, 로버는 10파운트라는 상징적 금액만을 받고 영국의 사모펀드에 넘기게 되죠. 하지만 미니만큼은 이상하게 BMW가 내놓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BMW는 뒷바퀴 굴림의 자동차만 만들던 회사였기 때문에 앞바퀴 굴림의 소형차였던 미니의 기술연구소를 뮌헨에 두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 했다고 합니다. 성공 가능성이 없다 보고 반대도 많았죠. 미니라는 브랜드의 역사가 주는 의미는 분명 있었지만 과연 제대로 팔리지 못하던 이 브랜드를 가지고 무얼 할 수 있을지, 흔한 말로 답이 안 나왔던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비판적인 당시의 평가를 보란듯 극복하고 지금은 BMW에 큰 기쁨을 안겨주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재도전


BMC 시절. 61년 오스틴 미니


2000년 로버 시절 미니 쿠퍼S


2001년 BMW의 첫 번째 미니


BMW는 미니를 이전의 느낌과는 굉장히 많이 다른 형태로 2001년에 내놓게 됩니다. 하지만 앞바퀴 굴림에 대한 기술이 숙성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디젤엔진의 경우는 토요타와 푸조의 것을, 또 첫 4기통 가솔린 엔진은 크라이슬러의 것이 적용되기도 했죠. 품질 또한 당시 BMW의 수준에는 많이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거기다 기존의 미니를 아끼던 팬들에게도 BMW의 미니는 박수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요. 무엇보다 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커진 차체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엄청나게 비싼 가격 등이 BMW의 야심찬 출발에 큰 장애들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BMW는 MINI를 프리미엄 소형차로 밀고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안팎의 우려를 이겨내고 미니는 성공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게 됩니다.



성공 키워드1

 '속도전' 그리고 고급 이미지


미니는 원래 경제성을 우선 고려해 만들어진 차였습니다. 옵션도 적고 차체도 엄청나게 작았죠. 하지만 워낙 인기가 있었고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유럽에서 자리하면서 미니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또 존 쿠퍼 웍스같은 고성능 모델도 있어 랠리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죠. 하지만 BMW가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는 어려웠던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이처럼 BMW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가격은 그에 비해 비싼 이 작은 차는 어떻게 성공의 길로 들어서게 됐을까요? 미니 회장인 페터 슈바르첸바우어 씨는 독일 자동차 매체 아우토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빠른 시간 안에 돈 잘 버는 도시인들에게 어울리는 차'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간 것을 꼽았습니다. 여러 비판들 속에서도 아주 빠른 시간 안에 고급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쳤고, 이것이 BMW 미니에 대한 반감은 줄이고, 호감을 늘리는 요소로 작용을 했던 것입니다. 만약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미니의 마케팅이 자리를 빨리 잡지 못했다면 지금의 미니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이 전략은 그대로 판매량 증대로 이어졌습니다. 이쯤에서 판매량 추이를 볼까요?


2001년 : 24,980대

2002년 : 144,119대

2003년 : 176,465대

2004년 : 184,357대

2005년 : 200,428대


1세대 미니가 나온 이후 단 한 번도 전년 대비 판매량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판매량을 늘려갔습니다. 그리고 2세대 미니가 등장하면서 이 성장세는 더 커지게 됩니다.




1세대에 비해 좀 더 두툼해진 보닛과 귀여운 이미지를 입은 2세대는 본격적으로 미니를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모델이 되어 줬습니다. 2세대의 판매량 변화도 한 번 볼까요?


2006년 : 188,077대

2007년 : 222,875대

2008년 : 232,425대

2009년 : 216,538대

2010년 : 234,175대

2011년 : 285,060대

2012년 : 301,526대

2013년 : 305,030대


2009년 미국발 경제 위기 때를 제외하면 미니는 계속해서 판매량이 늘어간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14년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대를 달성하게 됩니다. 1959년 판매되기 시작해서 2000년 로버 미니 때까지 41년 동안 540만대 가량이 팔린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성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공 키워드 2

운전의 재미



미니 성공의 또 다른 요인은 운전의 즐거움을 확대해준 대목이었습니다. 미니는 안락함이 아닌 펀 드라이빙에 초점이 맞춰진 차였죠. 그리고 이런 운전의 재미라는 측면은 어떤 브랜드 보다 BMW가 잘 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미니와 BMW의 조합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냈던 것이죠.



성공 키워드3

전 세계적 팬덤


BMW의 미니는 처음엔 오래된 미니 팬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금방 역전돼 세계 곳곳에서 많은 팬들을 생겨났죠. 미니 측 얘기로는 전 세계적으로 1100만 명 정도의 팬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근거로 얘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판매가 안되는 국가에서도 미니의 팬층이 공식적으로 있다고 하니 그냥 빈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미니는 113개국에서 판매가 되고 있고, 올해는 아프리카 앙골라, 베트남, 스리랑카 등에서도 새롭게 판매가 시작됐다고 하는군요.


무엇보다도 큰 차를 좋아하던 미국에서 미니의 성공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작년에만 미국에서 66,502대가 팔렸는데 이는 영국 53,507대, 독일의 34,263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죠. 특히 미국에서 미니의 성공은, 미국인들에게 작은 차에 대한 매력을 심어줬다는 의미 있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성공 키워드 4

다양한 라인업


현재 미니는 7개의 라인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형부터 SUV 쿠페까지 다양하게 구성이 되어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죠. 실제로 판매 비중을 보면 비교적 골고루 팔려나가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작년 세계시장에서 판매된 미니의 비율을 한 번 볼까요?



3도어 해치백 : 128,498대 (42.1%)




미니 컨트리맨 : 101,897대 (33.4%)




미니 카브리오 : 21,167대 (6.9%)




클럽맨 : 21,030대 (6.9%)




페이스맨 : 14,687대 (4.8%)




미니 로드스터 : 9,315대 (3.1%)




쿠페 : 8,436대 (2.8%)


컨트리맨과 페이스맨 같은 SUV의 판매량이 전체의 40%까지 육박하고 있고,여기에 이제 미니 최초로 5도어 모델까지 추가됐기 때문에 판매량 증가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에 300대 수준의 조립을 했던 영국 옥스포드 공장은 이제 24시간 풀 가동 되고 있으며  연간 26만대 생산 능력을 넘어선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오스트리아 마그나( 컨트리맨, 페이스맨의 기획부터 조립까지 이뤄진)와 네덜란드 VDL에 위탁 생산을 맡기고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많이 팔리는 것 못지 않게 영업이익도 높은 편인데요. 그게 가능한 것은 역시 프리미엄 소형차라는 타이틀 때문이기도 하겠죠. 또 다양한 악세사리 판매와 개별 오더가 가능한 부분 역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미니를 구입하는 고객들의 상당수가 나만의 미니를 만들기 위해 평균 500~600만 원의 돈을 더 들인다고 하고, 엔트리급 트림인 미니 One 보다는 상급인 미니 쿠퍼나 쿠퍼 S, SD 등이 많이 구매하고 있어, 이 점도 이익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2015년도 미니는 쾌청



5도어가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하는 내년은 올해 보다 더 판매율을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클럽맨도 더 커지고 넓어질 예정이죠. 다만 일각에서 양산 결정이라고 얘기되고 있는 로켓맨의 경우는 최근 인터뷰 내용을 보면 확정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양산이 안될 수도 있다는 쪽에서 얘기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그에 함께 판매량이 적은 로드스터(2인승 컨버터블)와 쿠페 역시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미니측에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순수 전기차를 양산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싶은데요. 한 때 골치 아픈 선택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던 BMW의 미니 품기는, 이제 차세대 BMW 1시리즈와 현재 판매가 시작된 2시리즈 밴인 액티브 투어러에 미니의 앞바퀴 굴림 노하우와 3기통 엔진의 능력을 이식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게 됐습니다. 


이제 그 되살아난 브랜드가 자신을 살려낸 회사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로버의 실패 끝에 미니까지 외면했다면, 이런 즐거운 날을 BMW는 맞이할 수 없었을 겁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통해 브랜드 하나를 멋지게 뿌리내리게 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미니를 더 좋아하지만, 사람들은 지금의 미니에 더 열광하고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BMW의 전략이 먹혔다고 할 수 있겠죠. 영리하면서도 우직한 돌파작전이 아니었을까요?


과연 이런 MINI의 성공가도는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적어도 당분간은 이 작고 예쁘고, 이젠 만듦새까지 좋아진 소형차에 더 많은 이들이 환호를 보낼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린 컬쳐 자동차 미니. 그들의 내일은 맑고 쾌청입니다.


미니 사진 출처=favca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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