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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그녀는 왜 트랙터를 끌고 남극에 갔을까?


2005년, 네덜란드에서 배우이자 행위 예술가, 그리고 극을 쓰는 작가를 겸하고 있던 29세의 마논 오스포르트(MANON OSSEVOORT)는 20년이 훌쩍 넘은 낡은 트랙터 한 대를 끌고 아프리카로 출발합니다. 19세 때 성폭행이라는 끔찍한 일을 겪고 방황하던 그녀는, 힘든 시간들 속에서 문득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녀가 쓴 글 중에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트랙터를 타고 세상 끝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마논 오스포르트는 자신이 그 글 속의 주인공이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유럽을 지나 발칸 반도를 거쳐 아프리카를 종단하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게 됩니다. 발칸반도를 지날 땐 개 한 마리가 동행합니다. 탈탈 거리며 달리는 낡은 초록의 트랙터는 4년이란 시간을 그녀와 함께 하며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 타운에서야 그 여정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준비한 돈은 다 떨어졌고, 트랙터도 더 이상 낡아 제 몫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하지만 그녀의 이 엄청난 여행의 끝은 남아프리카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남극대륙을 가로지르는 최종 목표가 남아 있던 것이죠. 그리고 그녀는 지금 14일째 (금요일 기준) 남극 극점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마논 오스포르트. 사진제공=antarcticatwo.com



▶그녀는 어떻게 남극에 갈 수 있었을까?


남극을 가야한다는 그녀의 목표는 뚜렷했습니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죠. 책을 쓰기도, 티셔츠를 팔기도 하며 비용을 마련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테드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열정이 어느 정도이고, 이 모험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강변하기도 했죠. 그녀의 목소리에 감동한 기업들의 후원이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그 후원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트랙터였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바람대로 트랙터 한 대가 후원됩니다. 메시 퍼거슨 트랙터 5610 (Massey Ferguson-Traktor 5610)이었습니다.



MF 5610. 사진제공=antarcticatwo.com


사진제공=antarcticatwo.com



왜 하필 트랙터였나


그녀는 어려서 농사를 짓던 집안에서 트랙터를 자연스럽게 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만으로 트랙터로 40,000km가 넘는 여정을 감행하는 건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언론들을 통해 그녀의 여정이 소개되었을 때, 일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녀가 트랙터를 선택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에드먼드 힐러리 경 덕분이었죠.


에드몬든 힐러리 경. 사진=위키피디아

 

산 좋아하는 분들은 다 알 만한,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정복한 것으로 기록된 바로 그 힐러리 경입니다.1953년의 일이죠. 이 뉴질랜드 탐험가는 에베레스트 등반 5년 후 남극 탐험대에 합류를 하게 되는데요. 그가 속한 남극 탐험대는 최초르 남극대륙을 육로로 가로지르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 매우 중요한 동반자가 있었는데 바로 메시 퍼커슨 사의 트랙터 TE 20이었죠.


힐러리 팀과 트랙터 모습. 사진출처=myfarmlife.com


마논 오스포르트는 이 힐러리 경의 남극 종단 얘기를 잘 알고 있었다고 책과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밝혔는데요. 트랙터를 몰던 어린 시골 소녀에게 트랙터를 타고 남극을 종단한 탐험가의 이야기는 경이로울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아마도 이런 경험들이 모여 트랙터를 타고 세상 끝으로 여행을 떠나는 소녀의 이야기가 글로 나왔겠죠. 



그녀는 지금 남극대륙을 달리고 있다


몇몇 기업들의 후원으로 그녀는 'antarctica2 (남극대륙2)'라는 탐험대를 꾸리게 됩니다. 트랙터는 영하 50도 전후에서 견디고, 3400미터의 남극 고지대와 두터운 눈길 등을 견딜 수 있도록 개조됐습니다. 5.5톤에 3기통 110마력의 디젤 엔진이 장착된 트랙터 5610은 최고속도 35km/h를 낼 수 있는데요. 아이슬란드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으면서 트랙터와 팀원들 모두 남극 도전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4일 전, 그들은 남극을 가로지르는 여정의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사진제공=antarcticatwo.com


사진제공=antarcticatwo.com


사진제공=antarcticatwo.com


사진제공=antarcticatwo.com


사진제공=antarcticatwo.com


사진제공=antarcticatwo.com



영하 50도의 추위도 이겨낸 뜨거움


팀원들의 혹독한 여정은 발달된 기술 덕분에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이 되고 있고,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올리면서 생생한 현장의 소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금요일 오전 6시 현재, 전체 약 4700km의 여정 중 1625km를 이동했고, 극점에는 7일쯤  잘하면 도착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탐험이 아직 완전히 끝이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꿈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은 채 달려가고 있는 그녀의 삶이 참 아릅답다게 다가옵니다. '트랙터 걸'로 잘 알려진 그녀는 이제 38세가 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얘기하는 한나라는 딸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죠. 그리고 그녀는 아프리카에서 만났던 아이들과 여러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글을 극점에 남겨두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보입니다.


긴 여정이 이제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데요. 끝나는 날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멋지게 딸아이 곁으로 돌아가길 응원하겠습니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많이들 추워하시는데, 마논 오스포르트  평생의 꿈은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녀의 열정이 나에게도 와 닿는 거 같지 않으십니까?


마논 오스포르트. 사진제공=antarcticatwo.com


<기지 출발 때의 동영상>


더 많은 자료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탐험대 홈페이지 주소를 링크하겠습니다.

홈페이지: http://www.antarcticatw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