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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獨 자동차 잡지가 전해주는 최신 소식과 비교평가기

독일 언론들 현대 제네시스에 물음표 던지다


월드컵 열기가 뜨겁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인 현대가 주 스폰서로 활약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기까지 한데요. 현대차에 대한 내수 시장에서의 부정적 시각과는 별개로 해외에서 현대차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입니다. 해외에서 고국 브랜드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분명 한국인의 입장에서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죠.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현대자동차가 회사의 모든 기술력을 동원해 만들었다는 제네시스의 언론 시승회를 지난 주 유럽에서 가졌습니다. 유럽 시장 공략의 첫 발을 내디딘 것이죠. 


현대 제네시스. 사진=netcarshow.com


올 8월부터 판매가 시작될 제네시스에 대해 저 역시 누구 못지 않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입장인데요. 차 잘 만들었다는 얘기 많이 들었고, 한국과 미국 등에서의 평가 또한 나쁘지 않았으며, 특히 미국에서 실시한 스몰 오버랩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는 점까지, 여러 징후가 제네시스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게 해줬습니다.


하지만 불안한 요소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우선 스타일에서 고유한 색깔을 지니지 못해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자동차와 닮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현대 스스로가 제네시스를 독일 프리미엄 3사 모델들을 경쟁작으로 지목해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하는 주인공으로 제네시스를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아우디 A6,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 E클래스 등을 직접적으로 겨냥을 했고, 심지어 현대 측은 경쟁자들 보다 더 낫다는 자신감까지 당당히 내비췄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유럽에서도 '프리미엄 마케팅'을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달리 제네시스 1세대 모델이 판매가 안된 유럽이었기 때문에 전 세대에 비해 더 나아졌다는 이야기가 유럽에선 통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온전히 2세대 제네시스 그 자체의 경쟁력에만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자, 이쯤 되면 어느 누구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과연 유럽에서, 현대차가 경쟁 모델이라고 한 아우디, BMW, 벤츠 등의 고향에서 브랜드가 아닌 자동차 그 자체로 당당히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궁금증 말이죠. 그런데 일단 시승을 하고 온 독일 매체의 반응은 생각 외로 차가운 편이었습니다. 과연 독일 전문지들은 이떤 평가를 내렸을까요?



▶아우토빌트 (Autobild)


아우토빌트 잡지 캡쳐 화면


지난 주말 받아 본 아우토빌트 잡지에 실린 짧은 시승기를 스캔해서 옮겨 봤습니다. 이 블로그에 처음 오는 분들을 위해 잠시 말씀을 드리면, 독일은 우리나라의 시승기와 다른 비교 테스트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독자들에게 차의 성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경쟁 모델들을 50여 가지의 테스트를 통해 그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나라 식의 서술식 시승기는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되는데요. 그래도 이번처럼 비교 테스트 전에 차의 전체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기사는 있고, 이 역시 관심이 높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도 럭셔리를 할 수 있는가?" 



아우토빌트의 기사 제목이네요. 가장 많은 독일인들이 보는 잡지 답게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여기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는 현대에겐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리 반가운 결과표를 받지 못했고, 아마도 이런 분위기는 비교 테스트의 결과를 통해서도 드러나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이 매거진은 어떻게 제네시스를 봤을까요?


우선 제네시스의 공간이나 좌석의 편안함 등은 몇몇 독일 차들 보다 낫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습니다. 또 퍼스트 클래스 급의 옵션과 다양한 기능들이 들어 있는 제네시스의 화려함도 충분히 이 세그먼트에 어울리는 구성이라고 이야기를 했죠. 하지만 칭찬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주행에서 4.99미터짜리 제네시스는 설득력을 주지 못했다고 적고 있었는데요. 


결정적으로 이런 평가가 나온 것은 제네시스가 전형적인 미국 식 세팅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스펜션은 부드럽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릴 때도 비교적 소프트하게 굴러간다고 평했습니다. 반면에 19인치 휠에 장착된 타이어는 다소 거칠고 딱딱했다고 했죠. 엔진의 경우 정지된 상태에서는 나쁘지 않은데 무게가 실린 상태일 땐 'zu kernig' 하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이게 어떤 점을 표현한 건지 잘 모르겠더군요. 그냥 부정적인 뜻으로 쓰였다는 정도밖에는. (참고로 zu kernig이라는 표현은 과일에 쓰일 때 '씨가 너무 많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유럽 수출형 제네시스 

3.8리터 가솔린 엔진, 315마력

네바퀴 굴림( 사륜구동) 8단 오토매틱

풀옵션 단일 트림


그리고 이런 주행에서 유럽 취향에 맞지 않다는 점과 엔진의 아쉬움 외에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언급된 내용이 있었는데, 바로 연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유럽에 들어오는 제네시스의 경우 3.8 가솔린 엔진 단 한 종류이고 여기에 옵션은 풀옵션 적용입니다. 다른 선택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유럽 공인연비로 리터당 8.6km인데 한국에서 리터당 8.5km 연비 받은 것과 거의 같은 수치죠. 


그런데 정확하게 아직 측정한 상태는 아니지만 자신들이 일단 타봤을 땐 약 12~15리터/100km 정도가 실제 연비가 되지 않을까 하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걸 한국 식으로 바꾸면 리터당 8.3km에서 최대 6.66km 정도 됩니다. 이는 경쟁작들과 비교해 차이가 좀 나는 수치라 하겠습니다. 공인연비만으로 비교해도 확인이 가능한데요. 


아우디 A6 3.0 TFSI 콰트로 (3.0리터 가솔린, 310마력) 연비 : 리터당 12.19km

아우디 S6 4.0 TFSI 콰트로 (4.0리터 가솔린, 420마력) 연비 : 리터당 10.41km

BMW 535i xDrive (3.0리터 가솔린, 306마력) 연비 : 리터당 13.15km

메르세데스 E클래스 400 4Matic (3.0리터 가솔린, 333마력) 연비 : 리터당 12.34km

현대 제네시스 3.8 Htrac( 3.8리터 가솔린, 315마력) 연비 : 8.62km


여기에 장벽이 하나 더 생겼는데 그건 가격입니다. 언론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제네시스 3.8 풀옵션 유럽 판매가는 약 65,000유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좀 비싸다는 메르세데스 E클래스 400(사륜) 가격이 58,994유로죠. 물론 기본가격이기 때문에 제네시스 만큼 옵션을 다 넣으면 가격은 이보다 훨씬 올라가게 될 겁니다. 그래도 옵션을 넣고 뺄 수 없는 풀옵션 원 패키지 모델이라는 점, 그리고 그 가격이 65,000유로라는 건 판매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미 독일 네티즌들로부터 가격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우토빌트는 '많이 들어 있고 (옵션 풍부), 힘 있고 (충분한 마력), 큰 차와 같은 느낌을 주지만 오버클래스(준대형) 경쟁작들에 비해선 정밀함, 파워트레인의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위에 스캔한 사진 우측 하단에 별점을 보면 아시겠지만 별 두 개 반을 받았는데요. 비교적 현대차에 호의적인 아우토빌트의 평가치고는 무척 박한 결과입니다. (제 기억엔 이런 별점 거의 최근엔 못 본 거 같네요.현대 뿐 아니라 어떤 차도... )


그렇다면 이런 평가는 아우토빌트만 그랬을까요? 궁금해서 찾아보니 제가 가입돼 있는 모토-톡이라는 자동차 커뮤니티의 매거진에서도 시승을 한 기사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모터톡(Motor-talk)




독일 내 각 종 자동차 포럼이 모여 있는 동호회 포털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회원만 240만 명인 곳이죠. 여기서 다뤄지는 내용도 아우토빌트 만큼은 아니겠지만 판매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터-톡은 아우토빌트 보다 더 냉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누가 65,000유로를 주고 독일에서 이 차를 살 것인가? 현대는 그걸 확인하고 싶은 듯 하다..." 라는 도발적 내용으로 기사는 시작됐습니다. 이 얘기는 현대가 책정한 가격이 비싸다는 걸 역시 의미하는 건데요. 눈에 띄는 재미난 해석이 뒤따르더군요. "V6 엔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제네시스의 풀옵션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탈 수 있는 차를 원하는 이들에겐 65,000유로짜리 차는 필요치 않다. 그렇다면 구매 가능한 비율은 확 줄어들게 된다."


가격에 대한 부담을 먼저 언급했네요. 그렇다면 성능에 대해선 어땠을까요? 우선 좋은 가죽과 나무 소재, 큰 파노라마 지붕과 넉넉한 공간, 첨단의 다양한 기능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실내 소재 구성도 좋고 마무리도 잘되어 있다고 높게 평가했죠. 하지만 "보닛을 열면 엔진부터 시작해 차의 아래로 내려가면서 평가는 달라진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현대 제네시스. 사진출처=motortalk.de


우선 엔진의 경우 경쟁 모델들 (A6, 5시리즈, E클래스)의 터보가 제네시스 3.8 엔진 보다 우위에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아우토반에서 고속 주행 시 이런 차이는 더 커졌다고 평했죠. 공기저항이 0.26cd 수준임에도 고속으로 주행할 때 소음이 훨씬 높았던 점 역시 아쉬웠다고 했죠. 그러면서 소프트한 서스펜션과 다소 무른 조향감 등은 높은 속도로 아우토반을 계속 달릴 때 컨트롤이 잘 안되는 불안한 요소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또 실연비 역시 리터당 7.69km 수준으로 좋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우토빌트와 모토-톡 공통적으로 언급한 내용이 또 있었는데요. 바로 "미국식 자동차" 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아우토빌트도 서스펜션 등이 전형적인 미국 시장용 세팅이라고 했고, 모토-톡 역시 "비록 뉘르부르크링에서 테스트를 했지만 유럽이 아닌 미국 시장을 선택한 구성" 이라고 했습니다. 


이 얘기는 즉, 독일 차와 경쟁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2세대 제네시스이지만 차의 크기나 성격 등은 정작 유럽인들에게 맞춰진 게 아니라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큰 차체와 부드러운 승차감을 미국이 좋아한다면 유럽은 고속에서 단단하게 달려주는 그런 감각의 차를 선호하는데, 전자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결국 유럽 보다는 미국에서 독일 프리미엄 3사와 경쟁을 하겠다는 게 현대의 본심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모터-톡 에디터는 이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했는데요. " 현대 유럽법인은 사실 판매량 보다 다른 게 더 중요해 보인다. 아하! 하는 그런 반응. 저 봐~ 현대도 이런 급의 차를 만들 줄 알잖아?라는 반응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


판매량은 일단 현대 측에서도 그리 크게 잡지 않은 모양입니다. 만약 현대가 정말 유럽시장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고 싶었다면 디젤 엔진을 내놓았겠죠. 결국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판매량 보다는 "우리도 이런 차 만들 줄 알아요" 라는 식의, 이미지 개선용 모델로 제네시스를 유럽에 내놓는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정 리


일단 제네시스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정리가 될 수 있겠네요.


 " 크고 화려하고 스타일 좋은 잘 만들어진 차. 하지만 달리기에선 경쟁작들에 비해 안정감이 떨어지고 2% 부족하다. 또 연비효율성이 아쉽고 디젤 엔진이 없다는 점 역시 아쉽다. 물론 65,000유로라는 가격도 꽤 큰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판매는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이루고 싶어하고 유럽에선 현대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제네시스가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단 유럽 현지 언론들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앞서 말씀드렸 듯 현대는 유럽에서 독일 3사의 모델들과 경쟁할 차로 제네시스를 만들었고 진검승부를 하겠다고 당당히 이야기했습니다. 또 스펙 면에서는 오히려 더 낫다고까지 하며 프리미엄 스포츠세단이라고 자신 있게 명명까지 했죠. 하지만 이 곳 평가는 현재까진 현대의 기대와는 달라 보입니다. 영국 전문지도 오늘 소개한 내용과 비슷한 평가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차라리 현대가 '프리미엄' 언급 없이 그냥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유럽에 준대형급 세단을 내놓으며 독일 3사의 경쟁 모델들과 정면 승부를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겠죠. 뭐가 됐든 성능에 대한 평가는 겸허하게 받아 들여 다음엔 이런 부족함이 개선되어야 할 겁니다. 그래야 그나마 제대로 된 경쟁이 이뤄질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제 본격적인 비교 테스트가 시작될 겁니다. 그 때 2~3개 정도의 신뢰할 만한 전문지의 결과들을 모아 여러분께 다시 자세히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혹자는 그러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독일의 고급 차들과 비교가 되는 게 어디냐"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해질 필요는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현대의 발전을 뿌듯하게 여길 수 있어도 유럽 고객들은 현대가 말한 프리미엄이라는 것에 제네시스를 놓고 냉정히 평가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현대 스스로가 뛰어든 프리미엄의 길입니다. 이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네시스로 현대의 실력을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진 유럽인들의 마음을 훔치기엔 부족해 보입니다. 그렇기에 현대의 도전은 완성이 아닌 여전히 시작점에 있다고 얘기하게 됩니다. 현대차의 다음 대응, 전략이 궁금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