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돈 1센트라도 깎으려 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포르쉐 딜러를 찾는다. 그들이 그곳에 가는 이유는 새로운 마칸을 사기 위해서다. 사실 상식선에선 설명할 수 없다. 마칸은 아우디 Q5 보다 약 5,000유로가 더 비싸기 때문이다. 이 차를 사기 위해 몰린 사람들로 인해 2주가 지난 지금, 주문하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단다. 포르쉐 영업사원들은 고객의 할인 질문에는 그저 조용히 미소만 지을 뿐이다."
오늘 포스팅은,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의 마칸 비교 테스트 기사의 일부로 시작해봤습니다. 네, 그래요. 포르쉐의 나라 독일에서도 포르쉐는 비싼 차입니다. 이 점은 예전 911 가격 9개국 비교 포스팅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됐죠. 하지만 누구나 비싸다고 아우성이지만 없어서 못 판다고 딜러들은 또 다른 아우성으로 맞섭니다. 2주 만에 주문이 밀려 6개월을 기다리라고 하는 거 보니 확실히 판매에선 다시 한 번 '아싸 가오리'를 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독일 현지 분위기를 전하면서 아우토빌트는 나름 야무진 각오를 밝혔습니다. "브랜드 이미지, 사람들이 선호하는 관점은 우리의 테스트엔 들어 있지 않다. 여기서는 있는 그대로의 성능 평가만 있을 뿐이다. 우린 성능과 품질이라는, 팩트만 따질 것이다." 아주 쿨하다 못해 뭔가 시니컬한 느낌까지도 줍니다. 과연 "너 비싼 가치를 하긴 하는 거야?" 라는 도발적 질문에 마칸이 어떤 대답을 내놓았을지, 지금부터 알아 보도록 하죠.
마칸이 어느 수준의 차인지 테스트를 하기 위해 마칸 포함 3대의 모델이 호출됐는데요. 우선 포르쉐에게 비법 전수를 해준 베이스 모델 아우디 Q5가 있습니다. 그리고 메르세데스 GLK도 참여를 했군요. 그러면 먼저 세 가지 모델의 기본적인 정보를 알아 보고 비교 항목의 결과들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우디 Q5 3.0 TDI 클린 디젤 콰트로
엔진 : V6 3.0리터 터보 디젤
마력 및 토크 : 258마력/4000rpm , 580Nm/1750rpm
최고속도 : 230km/h
포르쉐 마칸 S 디젤
엔진 : V6 3.0리터 터보 디젤
마력 및 토크 : 258마력/4000rpm , 580Nm/1750rpm
최고속도 : 230km/h
메르세데스 GLK 350 CDI 4매틱
엔진 : V6 3.0리터 터보 디젤
마력 및 토크 : 265마력/3800rpm , 620Nm/1600rpm
최고속도 : 232km/h
아우디 Q5 3.0 TDI 클린 디젤 콰트로
변속기 : 7단 듀얼 클러치 미션
구동방식 : 사륜구동
포르쉐 마칸 S 디젤
변속기 : 7단 듀얼 클러치 미션
구동방식 : 사륜구동
메르세데스 GLK 350 CDI 4매틱
변속기 : 7단 오토 미션
구동방식 : 사륜구동
아우디 Q5 3.0 TDI 클린 디젤 콰트로
테스트 차량 장착 타이어 : 255/45R/20W
이산화탄소 배출량 : 164g/km
유럽 복합연비 : 리터당 15.87km
해당 매거진 테스트 연비 : 13.51km
트렁크 용량 : 540리터 기본, 최대 1560리터
공차 중량 : 1967kg
포르쉐 마칸 S 디젤
테스트 차량 장착 타이어 : 265/40R/20Y
이산화탄소 배출량 : 159g/km
유럽 복합연비 : 리터당 16.39km
해당 매거진 테스트 연비 : 13.33km
트렁크 용량 : 500리터 기본, 최대 1500리터
공차 중량 : 1981kg
메르세데스 GLK 350 CDI 4매틱
테스트 차량 장착 타이어 : 235/45R/19W
이산화탄소 배출량 : 179g/km
유럽 복합연비 : 리터당 14.49km
해당 매거진 테스트 연비 : 12.98km
트렁크 용량 : 450리터 기본, 최대 1550리터
공차 중량 : 1959kg
아우디 Q5 3.0 TDI 클린 디젤 콰트로
제동력 테스트 : cold -> 36.1m , warm -> 35.3m
전장/전폭/전고 : 4629/1880/1653mm
기본가격 : 50,800유로
테스트 차량 가격 : 53,230유로 (약 7720만 원)
보증기간 : 유럽 기준 2년, 녹 보증 12년
포르쉐 마칸 S 디젤
제동력 테스트 : cold -> 36.4m , warm -> 34.3m
전장/전폭/전고 : 4681/1923/1624mm
기본가격 : 57,930유로 (1450원 환율 기준으로 하면 약 8400만 원)
테스트 차량 가격 : 67,308유로 (약 9760만 원)
보증기간 : 유럽 기준 2년, 녹 보증 12년
메르세데스 GLK 350 CDI 4매틱
제동력 테스트 : cold -> 36.8m , warm -> 34.7m
전장/전폭/전고 : 4525/1840/1689mm
기본가격 : 51,111유로
테스트 차량 가격 : 52,301유로 (약 7580만 원)
보증기간 : 유럽 기준 2년, 녹 보증 30년
간단하게 도표를 그려서 보여드리면 좋은데, 모바일로 보는 분들은 표가 잘려 나온다고 해서 길게 늘어뜨려 봤습니다. 마칸이 차의 길이와 폭은 세 대 중 가장 길고 넓었고, 대신 높이는 가장 낮았습니다. 주행성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비율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러면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휠베이스의 경우는 어떨까요?
<휠베이스>
Q5 : 2807mm
마칸 : 2807mm
GLK : 2755mm
뒷좌석은 의자에서부터 지붕까지는 벤츠 GLK가 가장 높았고 마칸이 가장 낮았습니다. 앞좌석은 오히려 Q5 보다 마칸이 약간 높게 측정됐습니다. 마칸은 세 대 중 가장 무겁고, 낮고, 길고, 가장 넓은 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가장 비싼 차이기도 하고요. 일부러 실감하시라고 우리 돈으로 바꿔 계산한 거 보여드렸습니다. 제동력의 경우는 큰 차이가 생각 만큼 나지는 않았는데요. 포르쉐가 자랑하는 PCCB(Porsche Ceramic Composite Brake) 가 옵션이기 때문에 만약 더 강력한 제동력을 원한다면 이걸 추가로 구매를 하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비쌉니다.
자 그러면 항목별 평가 결과를 보도록 할게요. 어디까지나 한 매체의 주관적 평가니까 이걸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마셨으면 합니다. 그냥 참고 사항이란 거죠. 다만 참고하기엔 매우 유용한 정보라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시승기들과 잘 비교해서 공통분모가 어디에 있는지, 다른 평가는 어떤 부분인지도 비교해보시면 재밌을 거 같습니다.
차체 항목 (150점 만점)
아우디 Q5 : 118점
포르쉐 마칸 : 112점
벤츠 GLK : 111점
이 부분은 앞서 보여드린 기본 제원을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점수죠? GLK가 시인성에서 Q5와 마칸 보다 조금 나은 점을 제외하면 대체로 Q5가 더 좋은 것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실내 활용성 (공간이나 구성)에서 Q5가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네요.
구동 항목 (125점 만점)
아우디 Q5 : 108점
포르쉐 마칸 : 108점
벤츠 GLK : 101점
Q5를 베이스로 해서 만들어진 마칸입니다. 같은 엔진이 들어가 있죠. 그래서 그런지 점수에서 차이가 없습니다. 마력과 토크라는 힘의 영역에서 GLK가 더 좋은 것으로 제원 상엔 나타났지만 평가 항목에선 점수 차이가 없었는데요. 추월가속 (시속 80km/h에서 시속 120km/h까지, 최고 단수 상태에서 다다르는 시간) 결과만 따로 놓고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추월가속>
Q5 : 4.5초
마칸 : 4.3초
GLK : 4.8초
아우디 Q5 실내. 사진=netcarshow.com
포르쉐 마칸 실내. 사진=netcarshow.com
메르세데스 GLK 실내. 사진=netcarshow.com
안락함 항목 (150점 만점)
아우디 Q5 : 117점
포르쉐 마칸 : 119점
벤츠 GLK : 116점
안락함 하면 삼각별. 뭐 이런 이야기가 자연스러운데 이번엔 좀 다른 결과네요. 그리고 의외로 마칸이 이 부분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 결정적 이유는 바로 동급에 최초로 옵션 적용된 에어 서스펜션을 달았기 때문인데요. 이게 독일 기준으로 옵션가가 2630유로입니다. 우리 돈으로 380만 원 정도 하니까 한국에서 옵션가와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부가세 계산해 보면 한국이 좀 더 비싼 게 되나요?
어쨌든 편안함에서 이 에어 서스펜션 덕에 점수를 벌릴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뒤 좌석 역시 좀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됐네요. 물론 유럽 기준이니까 한국 운전자들에겐 다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멀티미디어나 편의 사양 등에선 GLK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실내 스타일이 GLK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죠. 이 부분도 살짝 언급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 그리고 뒷공간이 좁은 건 마칸의 단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주행성 항목 (125점 만점)
아우디 Q5 : 104점
포르쉐 마칸 : 111점
벤츠 GLK : 101점
역시 예상한 대로 주행의 다이나믹함은 포르쉐 마칸이 더 나았네요. 전체적인 움직임과 주행을 돕는 전자시스템 등이 마칸이 좋았고, 민첩함과 조향성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아우토빌트는 Q5도 조향감이 좋았지만 마칸만큼 정확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 외에 환경 부분을 포함한 성능 전체의 평점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능 총점 (600점 만점)
아우디 Q5 : 475점
포르쉐 마칸 : 477점
벤츠 GLK : 454점
여기에 다시 가격과 기타 비용이 포함시키면 평가 총점이 나옵니다.
총 점수 (700점 만점)
아우디 Q5 : 541점
포르쉐 마칸 : 523점
벤츠 GLK : 513점
정리를 해보면,
마칸은 조향성, 핸들링, 안락함 등이 비교한 두 차량 보다 좋다고 하겠습니다. 그 외에는 아우디 Q5와 큰 차이를 못 뒀고, 벤츠 GLK는 높은 수준의 파워트레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두 차량엔 조금 못 미친다고 아우토빌트는 의견을 냈습니다. 특히 Q5는 2008년에 첫 선을 보인 상대적으로 오래된 모델이지만 여전히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평가한 것에 반해, 역시 2008년에 등장한 GLK는 다소 올드하 게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특히 벤츠의 디젤 엔진은 날카로운 맛이 떨어진다고 결론을 내렸네요.
세 모델에 대한 디자인 평가에선 GLK가 별 세 개, 아우디와 포르쉐에게는 4개를 줬고, 핸들링에선 역시 마칸이 별 5개, Q5가 4개, 벤츠가 4개를 받았습니다. 차량의 완성도 역시 별 4개를 받은 두 모델에 비해 마칸은 5개를 받았고, 이미지에서도 역시 같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마칸이 두 모델에 비해 더 좋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우리 돈으로 이천만 원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나는데, 과연 '그 금액의 차이 만큼 차가 가치를 하느냐' 라는 물음이 따를 거 같습니다.
오늘 내용만 놓고 보면 이 질문에 "역시 포르쉐라 뭔가 확실히 성능에서 차이가 있엉~!" 라고 선뜻 말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만약 에어 서스펜션 빼면 그 간극은 확 더 줄어들겠죠. 911 같은 스포츠카로서의 포르쉐와는 달리, SUV로서의 포르쉐는 큰 강점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급 SUV 구매 시 가장 큰 변수는 바로 포르쉐라는 이름이 아닐까 합니다.
"나 포르쉐 타거든?" 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마칸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것이죠. 한 마디로 차가 더 좋아서 포르쉐를 탄다기 보다는, 포르쉐를 타기에 차가 좋다고 느낄 거란 얘깁니다. 차 좋아하는 이들에겐 포르쉐는 그 이름이 로망일 테니까요. 결국 선택은 소비자 자신의 몫입니다.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더 내고 포르쉐를 소비하겠다. 그리고 난 그럴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라고 한다면 그 판단에 따르면 될 겁니다. 반대로 난 이 정도 가격만큼 가치를 못하는 것 같다 라고 느끼면 다른 차를 선택하겠죠. 하지만, 이 건 하나 분명히 했음 합니다. 세 대 모두 오프로드에선 젬병이라는 거.
환상을 심고, 그것을 자극해 아드레날린을 뿜게 하는 것엔 포르쉐를 당해낼 회사도 별로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포르쉐의 전략은 여전히 주효해 보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 SUV로서의 포르쉐엔 여전히 큰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하겠어요. 911을 살 수 있는 형편이 된다면 고민 없이 지르겠지만, 마칸을 사라고 한다면, 많은 고민이 따를 거 같습니다. 제 아무리 포르쉐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 .
마칸에 포르쉐 로고를 붙이고 있다. 사진=netcarsho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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