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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기아 k9, 정말 솔직한 얘기가 듣고 싶습니다

한동안 이놈의 블로그가 잠잠했습니다. 괜히 평안한 동네(?) 시끄럽게 만들까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K9에 대한 제 생각을 좀 얘기 해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역시 디자인에 관련된 겁니다.  그 디자인이 이번엔 '밖'이 아니라 '안'이라는 게 다른 것이죠.

우선 이 차를 론칭하면서 몇 년 만에 현대차 회장님이 직접 참가를 했다고 하죠. 들리는 얘기로는 아끼지 말고 최고로 만들라 했답니다. 그 정도면 정말 열심히 했을 거란 생각입니다. 최근엔 "프랑크푸르트, 그곳의 차들에게 묻는다...명차의 가치는 뭐라고.." 뭐 이런 카피도 공개됐더군요.

자신감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광고라고 봅니다. 영업사원들 한테 배포한 자료에서도 BMW 7시리즈 보다 낫다고 했다죠? 뭐 영업자료니 이해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차와 경쟁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또 스펙상으론 꿀릴 게 없다고까지 얘기했습니다. i40이 파사트 보다 20% 이상 낫다고 한 얘기가 떠오르더군요.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음 저렇게 말할까 싶어 대단하단 생각도 들더군요. 실제로 i40가 파사트에 모든 것을 맞춰놓고 만들었듯, K9도 BMW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라 보여집니다. 정말 몰입했을 거예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딱 열고보니, 차는 정말 자신감을 가지고 만든 티가 나는데, 생김새를 가지고 말이 많았습니다.

이게 국내 일부...일부의 네티즌들 만의 얘기가 아니라 미국에서도, 독일에서도, 그리고 프랑스에서도 그런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독일에서 K9 론칭과 함께 공개된 구체적인 성능과 가격 등이 다시 한 번 독일 언론들에 의해 공개되며 이 차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 되어버렸습니다.

독일 자동차전문가들은 차 좋다고 합니다. 디자인이 매우 훌륭하다구요. 그런데 그런 글들 밑에 달린 댓글의 대다수는 BMW를 베꼈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정말이냐구요? 이와 관련해 '더모터스타'에서는 조금은 특별한 칼럼을 준비 중인데요. 뭐 암튼 그건 나중에 알려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사실 처음 공개된 이후로는 그닥 관심을 안 가졌던 차였기에 추가된 사진들을 안 봤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실내 사진을 보고 아~ 하는 짧은  탄식이 나왔습니다. 너무 멋져서냐구요? 처음에 슬쩍 봤을 때는 그랬습니다. 요즘 현기차의 장점인 화려한 인테리어. 그 어떤 것들 보다 더 화려해지고 멋있어졌더군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건 기아차의 플래그십이라고 하기엔 그 대표성, 그 자존성에 문제가 좀 있어 보였습니다.

저는 분명 차를 만든 분들은 알고 있을 거라 보는데요. 일단 어떤 점 때문인지 간단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자동차의 실내 디자인의 경우 외모 못지 않게 그 메이커의 자기색깔과 자기 철학이 반영되어 있는 공간이라고 봅니다. 이런 자기색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 특히 계기판, 핸들, 센타페시아, 그리고 기어 박스일 거예요.

그밖에도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더 많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이 정도면 될 거라 봅니다. 그런데 K9은 지금까지 기아차가 보여주던 일관된 흐름을 깬 것은 물론, 너무 극복하고 넘어서고자 했던 강한 열망 탓인지 BMW의 어떤 점들을 너무 고스란히 가져다 적용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왜 차를 그렇게 열심히 만들어 놓고 왜 디자인 때문에 이런 얘기를 들었어야 하나?" 라는 말을 저도 모르게 되뇌이게 됐습니다. 일단 K9의 실내 사진을 보고 계속 말을 이어가겠습니다.

이게 이번에 공개된 K9의 실내, 특히 콕핏 중심의 사진입니다. 지금 화살표 있는 부분들을 통해 대충 제가 뭘 얘기하고자 하는지 이해들 하실 거 같습니다만, 역시 기아차들 중에 최근에 공개된 모델들의 최근 사진을 더 보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석 장의 사진 중 앞 2장은 신형 씨드의 콕핏사진이구요. 아래는 잘 아시는 K5의 사진입니다. K5와 스포티지R, 그리고 여기에 사진을 올리진 않았지만 프라이드 등은 안팎으로 패밀리룩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K5 실내 디자인에 실망을 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미국이나 독일 등에선 한국차들 중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인이라고 얘기되고 있죠. 그것도 최고의 전문가들 입에서요. 어쨌든 비대칭 구조에 공조기와 오디오 버튼 등은 기아차 특유의 디자인 색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K9은 이런 흐름이 거의 반영이 안됐습니다.

플래그십인데 꼭 패밀리룩을 따를 필요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단적으로 말씀드려서 자신들의 디자인철학을 차종에 따라 달리한다는 것은 자신들 스스로 디자인에 대해 자신이 없었던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심히 매몰되어 있어서 그런 건 아닌지 하는 불편한 추측을 하게끔 만들게 합니다.

물론 최근에 벤츠가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을 기존의 것과 많이 다르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다만 소형부터 대형까지 모두 다...일관된 변화가 적용되고 있죠. 혹시 기아도 K5의 디자인 축을 버리고 K9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그냥 기존의 룩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 봅니다. 

그런 근거 중에 하나가 바로 기아가 스스로 감성을 닮고 싶다고 언급한 BMW 디자인입니다.  사진 보시죠.

첫 번째 사진은 역시 K9입니다. 두 번째는 3년 전 7시리즈이구요. 마지막은 최근에 나온 6시리즈 그란쿠페의 실내 모습입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오토기어의 노즈 디자인입니다. 이건 제가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될 거 같구요.

센타페시아의 공조기와 오디오쪽 디자인 (노란 박스)도 흡사합니다. 흡사하다는 말을 꼬투리 잡아 디자인을 모르네, 자세히 놓고 보면 다른 걸 억지로 결부시킨다..는 등의 말씀들 많이 하실 거 같습니다만, 하나하나 그 라인을 그대로 따라한 것은 표절이죠. 그렇게 똑같이 스케치하라고 해도 하기 힘들 겁니다.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전체적인 분위기, 그 흐름이 독자적인 것이냐 아니면 심하게 참고가 된 것이냐..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제가 결정적으로 기아차의 실내를 보고 아~했던 것은, 기어노브나 센타페이사가 아니라 계기판이었습니다. 계기판의 속도계가 왼쪽으로 가 있는 것은 물론, 그 전체적인 분위기가 BMW와 너무나 닮아 있었던 거죠.

현대에 비하면 기아는 그래도 좀 아날로그 계기판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긴 합니다만, 속도계와 엔진회전계의 위치는 현기차 어떤 모델도 (물론 다 찾아본 건 아니기 때문에 확답은 못하지만 전신인 오피러스는 물론 요즘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현기차의 속도계는 오른쪽에 위치합니다.) 왼쪽에 배치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K9은 예전부터 유지해온 BMW의 속도계 위치와 같게, 그리고 분위기 또한 비슷하게 배치를 해놓았더군요.

이 계기판이라는 게 메이커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특성을 특정짓는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벤츠는 계기판 중앙이 속도계고, 그 좌측 옆에 항상 시계가 붙어 있습니다. 최근엔 그게 단순하게 바뀌었지만 오래도록 그 전통을 유지했었죠. 포르쉐는 한 가운데가 엔진회전계가 위치합니다. 스포츠카라는 거죠. BMW는 보여드린 것처럼 계속해서 좌측에 속도계를 위치해놨습니다.

이게 굉장히 잘 지켜졌습니다. 현대 기아차는 주로 우측에 속도계가 있죠.  속도계가 좌측에 있는 메이커, 혹은 모델은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K9이 기존의 흐름을 깨고 이미지와 위치까지 모두 바꾼 것입니다. 어떤 철학, 어떤 퍼포먼스의 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한 변화인지는 설명이 아직 안된 것으로 압니다.

사실 좀 뜬금 없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 하나 놓고 보면 잘 모르겠는데, 이런 식으로 몇몇의 요소들을 모아 보니 이건 BMW 벤치마킹의 마음이 너무 강렬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스러운 예측을 들게 한 것입니다.

제 주장이 틀릴 수 있습니다. 아니 어떤 분들에겐 틀릴 겁니다. 또 공감하는 분들도 계시고, 오히려 더 강하게 주장할 분들도 있을 겁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차를 만든 당사자들은 알고 있을 거란 겁니다. 그러니 그분들이 얘기해주지 않는 이상 이 부분은 계속해서 논쟁이 될 겁니다. 그리고,

브랜드의 플래그십으로, 가장 잘나가는 메이커의 회장님이 직접 론칭행사장을 찾아 빛낸 대표모델로, 굳이 듣지 않아도 될 디자인 논란에 빠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아는 그들의 자신감에 흠집을 스스로 남긴 건 아닌가 싶습니다.

이에 대해 굳이 짐작해보자면, 자신들의 정체성과 철학을 세우는 것 보다는 유럽 프리미엄 메이커, 그것도 한국의 고급차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는 대표적인 모델과의 경쟁이라는 당면 과제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경쟁자의 흔적들을 담아온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차 디자인 잘한다는 사람이 있는 회사가 왜 독일의 B 메이커의 짝퉁소리를 세계 곳곳에서 들어야 하는지 전 이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어쨌든 여전히 기아차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K9 시작에 온전히 박수를 보내지 못하는 점, 아쉽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