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대차 노조간부들에게 권하는 책 한 권


권력은 인간의 욕망이 다다를 수 있는 정점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식욕과 성욕이 생물학적 욕구라면 권력욕은 사회적 욕구다. 사람의 몸뚱이를 홀딱 발가벗겨 놓아도 그에게 권력이라는 이름표만 준다면 부끄러움은 이내 자랑스러움으로, 그렇게 자기환상에 도치되어 버리고 그 몰골로 그냥이라도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권력욕은 무서운 것이다. 


오늘 우연히 뉴스 한 토막을 접했다. 현대차 울산과 아산공장 직원들 90명 이상이 근무 중 인터넷 도박을 하다 내부감찰에 걸린 것이다. 드러난 인원들만 그렇다. 그 중에 노조간부 13명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1년 전에도 이런 짓거리를 하다 걸린 전과(?)가 있었다는 점이다. 개선이 안된 것이다.


지금 그들은 노조 전임간부의 수를 줄이려는 타임오프제에 반발해 투쟁중인 것으로 안다. 뿐만 아니라 유성산업으로 촉발될 주간 2교대제 역시 오래된 요구사항으로, 이를  놓고 사측과 대립중이다. 그런데 이런 뉴스가 나온다. 어디 이 뿐인가? 일부 노조 대의원들이 근무시간 중에 스크린 골프장에 들락거렸다는 얘기도 나왔다.


노동운동 자체를 문제삼을 마음은 추호도 없다. 경영진과의 건강한 상생을 논의하고, 약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노동운동은 무조건 찬성이다. 하지만, 노동운동을 이끄는 집단들이 권력화 되면서 이제 그들은 약자나 전체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상징성을 스스로 놓아버린 것 같다. 현대차 노조를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갑자기 소설 한 편이 떠오른다.









윤흥길 씨의 소설 '완장'이 그것이다. 이 책이 나온 지 벌써 30년이 다 돼 간다. 5공 시대에 나온 책이다. 누가봐도 당시 정치권력에 대한 풍자였다. 하지만 어디 정치권력 뿐이랴...의식없는 자들에게 채워진 완장은 그 자체로 뒤틀린 권력이 되고, 뒤틀린 그것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욕구를 만족시키려 한다. 악에 대한 갈증이 타들어 가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 임종술은 관리인이라는 완장을 차면서 변한다. 낚시꾼은 물론 지역 주민들하고도 심각한 갈등을 보이지만 그는 오로지 저수지를 제대로 지키려는 사명감에서 벌인 일이라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


저기 긴 말 필요없고, 그냥 현대노조 간부님들! 시간 많이 남아도는 거 같은데 이 책 좀 사서 읽어보기 바란다. 책 읽기 버거우면 어디서 조형기 주인공으로 나왔던 단막극 영상이라도 구해서 꼭 시청하시길. 그리고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 있다면 모여 앉아 독후감이라도 나눠보는 건 어떨까?


책에서도 그랬다. 눈에 보이는 완장은 하찮은 권력이라고. 정말 권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현대자동차라는 거대 자동차권력 안에서 완장을 두른 찌끄레기 하급 권력들이 점점 악취를 풍기고 있다. 아~ 할 수만 있다면 그 놈의 완장들 우두둑 뜯어내고 싶다. 눈에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더 큰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