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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세상에 하나밖이라 더 난감한 YF 쏘나타 터보


오늘은 계속되는 궁금증을 스스로 풀어보고자 YF 쏘나타 2.0 터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목에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라고 했지만 사실 플랫폼을 공유하는 기아 K5가 있죠. 같은 자동차그룹에서 나온 동일한 엔진이기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이라고 제목을 달았음을 이해바라겠습니다.


요것이 쏘나타 터보의 모습입니다. 물론 사진은 북미형이구요. 2.4 자연흡기 모델이 단종되고 2.0 직분사 터보로 대체가 돼 한국에도 출시가 된다는 것이 큰 틀에서의 현대차 계획입니다.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내수시장에서 현대차의 자존심이라고 불리우는 쏘나타의 판매율이 떨어지자 전격적으로 터보 모델을 내놓은 것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죠.



이게 2.0 터보 직분사 엔진이라네요. 트윈스크롤 터보라고 해서 과급기를 통한 공기 흐름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는...뭐 한 마디로 좋은 엔진이라네요. 물론 이 엔진의 핵심적인 부품들 (예를 들면 직접 연료를 배기통 안에 분사하는 인젝터)은 외국 부품사의 기술이라고  공개적으로 현대차 연구원이 얘기를 해서 좀 김(?)이 새긴 했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 직분사 엔진과 터보의 조합을 통해 고출력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것은 일단은 대단한 일이라 칭찬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기념비적인 엔진을 얹은 쏘나타에 대해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 도대체 저 엄청난 마력과 토크를 뽐내는 2000cc급 패밀리 세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라고 말입니다. 지금부터 왜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부족하지만 나름의 의견을 펼쳐보겠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타는 4기통 엔진은 200마력을 대체적으로 넘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일상적이라는 말 안에는 최고 271마력의 힘과 최대 37kg.m 정도의 토크가 사용될 일이 없다는 것이 포함돼 있습니다.  물론 마력과 토크가 높으면 오르막이나 굴곡진 도로들, 그리고 또 직선로 등에서 달리는데 아무래도 치가 나가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더 재미진 운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271마력이라는 수치는 그것도 4기통에서의 그 수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일상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쯤에서 250마력 이상 되는 차들이 과연 얼마나 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제가 모든 자동차를 찾아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빠진 모델이 있을 수 있지만 어지간한 4기통 250마력 이상의 모델들은  여기에 다 모였다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우디 A3의 고성능 모델인 S3입니다. 4기통 2.0엔진으로 265마력을 내고 있죠. 최고속도는 250km/h로 제한되어 있지만 더 달릴 수 있는 자동차입니다. 완전히 달리기 전용 모델입니다.




햐~ 멋집니다. 페터 슈라이어가 다져놓은 디자인이 계속 아름답게 유지되고 있네요. 아우디 TTS 쿠페의 경우도 역시 4기통 엔진으로 272마력을 냅니다. 쏘나타에 올라가 있는 터보가 북미형에선 274마력이라고 되어 있고 한국에선 271마력으로 돼 있죠. 한국 기준으로 보면 이 모델이 1마력 더 나옵니다. 이 역시 달리는 용도의 자동차죠. 참고로 바로 위급인 TT RS 모델은 5기통엔진으로 340마력까지 나옵니다. 

(혹시 4기통 5기통 이런 엔진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시다면 조이라이드의 까진남님이 쓴 4, 5기통에 관한 내용을 추천해 드립니다. 아주 멋진 포스팅이거든요.)



랜서 에볼루션X

 
문제적 모델이 나왔군요. 4기통 2000cc 배기량으로 가장 높은 마력을 내는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입니다. 최고 295마력을 내는 한 마디로 괴물입니다. 유일하게 쏘나타 2.0 터보 보다 제원상으로 마력이 높은 자동차가 되기도 하죠. 최고속도 243km/h로 이 역시 온전히 달리기 전용 모델입니다.




이번 모델은 벨..벨로...스터냐구요? 아닙니다. 르노의 메간 쿠페RS 모델인데요. 아~ 벨로스터 디자인을 한 분들에게 살짝 물어보고 싶어요. "설마 이 차랑 벨로스터랑 무슨 관성 있는 건 아니죠?" 라고... 여튼 메간 RS 역시 고출력 모델인데요. 2000cc 4기통 엔진으로 250마력까지 낼 수 있습니다. 최고속도는 245km/h이구요. 이 모델 역시 달리기 전용 모델입니다.




세아트 레온 쿠프라R 모델입니다. R이 들어간 것으로 봐서... 네, 모회사인 VW 골프R의 심장이 달려 있습니다. 265마력에 250km/h의 최고속도를 자랑합니다.  칼라가 무슨 형광펜 같아서 좀 튀어보이지만  우습게 여겼다간 큰 코 다치는 그런 모델이죠.




마지막으로 VW의 골프R입니다.270마력에 최고속도 250km/h를 낼 수 있는 달리기 전용 모델이죠. 

지금까지 250마력 이상을 내는 직렬 4기통 2000cc 모델들을 보셨는데요. 마쯔다3MPS도 고마력 차이지만 아쉽게도 엔진이 2.2급이라 여기선 제외시켰습니다. 어쨌든 위에 열거된 자동차들, 어떤 공통점들이 있죠? 모두 달리기위한 모델들입니다. 그리고 다 준중형급 혹은 그에 준하는 크기의 모델들입니다. 모두 최고속도를 내기 위해서 아주 모든 것이 단단하게 세팅이 되었고 가격도 비싸죠. 즉, 중형급 모델로, 그것도 일반 세단에서, 그것도 4기통 2.0급 중형으로 271마력을 내는 자동차는 제가 아는 한에서 지구상에 쏘나타와 k5에 들어간 엔진 딱 하나 뿐인 것입니다. (근데 쏘나타 터보 최고속도는 얼마지?)

이 딱 하나 뿐이라는 것은 좋게 보면 현대차만이 할 수 있는 구성이 될 수 있습니다. 중형 세단에 271마력이라니...엄청난 기술력입니다. 수치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세단에 271마력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차라리 벨로스터를 튼튼하게 세팅해 여기에 2.0 터보 엔진을 올리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부분입니다.

사실 중형급 세단에 고성능 모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요. 제가 아는 것으로는 포드 몬데오가 240마력까지 내는 트림이 있고, 또...유명한 모델,


네, 볼보 S60/V60 T5 모델이 있습니다. T5라고 하니까 5기통 아니냐고 물으실 텐데요. 제가 아는 선에선 T5는 5기통도 있고 4기통 엔진도 있습니다. 유럽은 모두 4기통이고 북미는 5기통 엔진이 들어가죠. 한국 볼보 홈페이지에는 241마력이라 해놓고 5기통이라 되어 있는데, 5기통은 250마력이 넘습니다. 그러니 유럽식 4기통엔진이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게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볼보S60에 대해선 모터블로그에 멋진 시승기가 있으니 아직 못 본 분들은 한번 읽어보십시오.)

어쨌든 쏘나타급의 중형 세단으로 몬데오랑 볼보 S60등이 있지만 마력은 역시 250을 넘지 않습니다. 사실 240만 해도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데 현기차는 271마력을 내놓은 것입니다. 한편으론 우리도 이정도의 고마력 엔진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한 표현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중형 세단이라는 것이 상당히 낯설고 모호한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고마력에 일반유 넣고(사실 이 부분은 좀 불안하긴 합니다만..) 연비도 괜찮으니 뭐가 나쁘냐 이러시는데요. 연비운행해서 고연비를 즐기려면 271마력이 뭐가 필요할까요? 반대로 271마력을 (이론상) 충분히 느끼는 운전을 한다고 한다면 연비는 일정부분 포기해야 합니다. 정말 개념 있게 고성능 엔진을 사용하려면 그것에 맞는 차와 결합을 시켜주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좀 더 솔직하게 저의 생각을 말해보자면, 국내 시장에서 쏘나타는 상징적 모델입니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그렇고 고객들 입장에서도 오랜 전통과 중형급 1위를 담당해줬던 자동차인 것이죠. 결국 판매는 준중형급인 아반떼가 많이 되지만 시장의 상징성에선 중형인 쏘나타가 더 큽니다. 이런 모델을 통해 자신들의 기술력을 드러내면서 떨어지는 판매에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복합적 전략에 따른 세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바로 현대차의 상징적 모델이 위축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이런 조합이 이뤄진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좀 더 전문화되고 가치 있는 자동차 메이커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마냥 마력과 토크만 높이지 말고, 그 고성능 엔진을 어떤 모델과 함께 특화시켜 나갈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저 정도의 힘이라면 반드시 브레이크와 미션, 서스펜션 등이 최고품질이어야 하고, 또 야무지게 조립되어져야 합니다. 물론 엔진의 내구성은 기본이겠구요. 이런 전반적인 발란스를 잡고 힘자랑을 해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요?

자동차를 단순한 소비재로만 생각하고 그냥 많이 파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아무리 엔진 좋고 기술력 나날이 발전해도 소비자와의 소통에 문제가 생겨 전통이나 명성, 권위 등은 물건너 가게 됩니다. 설마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를 꿈꾸는 현대가 이런 걸 원하진 않겠죠?... 이제 현대차도 경영마인드에서 치밀한 전략과 전술로 싸워나가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 치밀함이 온통 마진 많이 남겨 돈벌이에만 몰리지 않길 바랍니다. 

쏘나타 2.0 터보 모델. 선뜻 와닿지 않는 컨셉으로 무장이 된 이 자동차가 현대차의 정점이 아니길 바라며 포스팅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