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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기차가 성능에서 꼭 극복해야 할 부분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현대차 엘란트라(수출명)의 차량 충돌 테스트 평점은 충격적(평균 별 2개 -중국차 욕할 처지 아니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모델들 어느 것도 이런 결과를 받지 않습니다. 적어봐야 별 4개로, 이 부분에서는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것입니다.

뭐 미국시장에서는 없어서 못 판다는 기사들이 연일 나오고 있더군요. 누군가 "현대가 미국시장을 위해 한국을 버렸어!" 라는 외침을 하기도 하지만 어찌되었든 양재동을 빛내고(?) 있는 밋밋한 쌍둥이 빌딩은 현대기아차 그룹의 HQ로 오늘도 세계 3대 메이커로의 야심찬 향해를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런 화려한 현대의 성장은 엔진 계통의 실질적인 발전을 통해 헛된 구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흔히들 하는 말로 뻥마력 뻥연비 어쩌구 하지만 남의 것 아닌 자기들 만의 기술을 통해 완성한 엔진의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현대의 자부심은 대단한 것입니다. 이런 내수 80% 라는 엄청난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현대는 이제 공공연하게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까지도 꿈꾸는 듯 보입니다. 디자인에서도 논란을 안고 있지만 이전과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우뚝 솟았습니다. 해외에서는 점점 더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현대차는 자신들의 바람대로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수 있는 브랜드일까요?

예전에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한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해본 적 있지만 굳이 그렇게 거창하게 나가지 않더라도 가장 현실적인 기술력. 그것에서부터 당장 극복해야할 과제가 있어 보입니다. 여기 독일에서 무수하게 펼쳐진 비교테스트를 통해 알 수 있었던 현기차의 성능에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먼저 간단히 짚어보고 더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유럽에서 현대기아차를 대표하는 모델이라고 한다면 위에 보여드린 i30와 씨드가 있습니다. 올 해가 되어서야 중형급 모델인 K5와 i40이 진검승부를 벌이고자 유럽땅을 다시 밟습니다만 중형급 이상에서 현기차가 유럽시장에서 성공한 모델은 크게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어쨌든, 판매와 이미지 모두를 책임지고 있는 두 모델에 대한 국내 여론도 나쁘지 않았죠.

씨드야 한국에서의 판매를 하지 않은 관계로 뭐라 말하기 어려웠지만 i30 같은 경우는 '현대가 실수로 잘만든 차' 라는 우스개 소리들도 (정말 우스개?) 있을 정도로 나름 칼날같은 비판 속에서도 호평을 받는 모델인데요. 마침! 이 두 대를 함께 평가한 내용이 있더군요. 나름 자신하는 모델들에 대한 성능비교는 과연 어땠을까요?


이 두 도표는 각각 차체안락함에 관련된 스코다 옥타비아, 르노 메간 등과의 동급 디젤 비교 결과표입니다. 두 번째 표의 붉은 박스는 현가장치의 안락함에 대한 평가내용인데요. 상대 모델들에 비해서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옥타비아나 메간 같은 모델에 비해 차량의 안전적 설계능력이나 품질 등, 높은 배점의 항목들에서 비교적 점수차이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현대가 항상 자신감을 보여왔던 엔진 항목에선 어떨까요?


첫 번째 표가 엔진 항목입니다. 역시 총점이 보시는 것처럼 좋죠? 오렌지 선으로 밑줄 그은 것들이 각각 가속력, 최고속도, 연비 부분인데 좋게 나와 있습니다. 사실 거의 늘~~이렇습니다. 현기차의 엔진에서 이 세가지 항목은 항상 다른 항목들에 비해 좋은 결과를 보여주죠. 그런데 반대로 보면 제법 많은 분들이  콧방귀 뀌는 프랑스 메이커나 이태리 양산 메이커들 역시 현기차 정도의 엔진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현기차의 엔진 실력이 월등한 것이 아니라 경쟁을 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왔다고 봐야하지 않냐는 것입니다.

그 밑에 표는 주행성에 관련된 것인데 굉장히 점수차이가 많이 나고 있네요. 이 부분도 항상 이렇습니다. 언제나 현기차는 동급 경쟁 모델들에 비해 이 항목에서 점수를 까먹고 있습니다. 특히 모델 구분 없이 일관되게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이 있는데 바로 브레이크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조립이 되는 것이기에  늘~ 브레이크 제동력에서 점수를 다 까먹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유독 현기차만이 강점으로 작용한 대목....바로 가격 및 개린터 부분입죠.


밑줄 그어진 기본 가격과 맨 아래 개런티(Garantie) 부분은 언제나 넉넉하거나 압도적입니다. 바로 이 결론이 현기차 성능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식이라는 거죠. 달랑 이 데이타 하나 가지고 너무 과장된 것 아니냐고 하실 분들 계실 텐데요. 그런 분들은 여기 처음 오시거나, 현기차 아끼는 수 많은 국내 오너분들 중 하나실 거라 봅니다. 다른 결과도 잠시 볼까요?



이번엔 가솔린 모델이군요. 르노 메간과 토요타 아우리스가 현대 i30 가 비교평가 되었고, 차체와 안락함 항목 모두에서 뒤지고 있습니다.



엔진과 주행성 항목을 보시면 앞서 보여드린 내용과 흡사합니다. 엔진에선 아우리스 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기까지 했네요. 하지만 다시 주행성능으로 오게 되면 점수차는 확 벌어지게 됩니다. 제동거리(Bremsweg) 항목은 여전히 낮은 점수를 얻고 있습니다. 또 다른 것 하나 볼까요?



 
처음 나왔을 때 '벤츠 안 부러운 차' 라고 자랑하던 베라크루즈의 비교테스트 내용입니다. 차체와 안락함 항목 모두에서 밀리고 있네요. 붉은박스로 표시된 서스의 안락함에서도 밀리고 있습니다. 베라크루즈의 승차감이 좋게 느껴졌던 저로서는 역시 세계적인 모델과의 격차를 이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요. 엔진은 그렇다면 다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다른 항목에 비해 점수차이가 좀 덜 나긴 하지만 고급 브랜드들과의 비교에선 역시 뒤집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그 아래 도표인 주행성능에선 너무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고 특히! 제동능력은 대단히 문제적 평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보시겠습니다.



요즘 독일에서 잘나가고 있는 투산ix35와 포드 쿠가와의 비교표인데요. 차체와 안락함에서 투산이 조금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가장 높은 배점인 서스펜션의 안락함은 상대적으로 밀리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엔진은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점수를 투산이 받아냈습니다. 가속력, 최고속도, 연비 등에서 모두 잘 나왔습니다.



주행성(fahrdynamik) 부분에서는 역시 전반적으로 쿠가에 떨어졌습니다. 다만 가격과 개런티에서 넉넉한 점수를 얻어 무승부를 결과적으로 기록했는데요. 같은 모델로 벌인 다른 잡지(아우토 모토 스포츠)의 경우엔 포드 쿠가가 더 높은 점수를 얻기도 했습니다. 포드 쿠가는 동급 최강이랄 수 있는 티구안이나 x1에게 비교평가를 통행 하도 얻어 터져놔서 좀 안쓰럽긴 하지만 유럽에서 투산 못지 않게 잘 팔리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런 쿠가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현대가 그렇게 자신하는 독일 메이커들과의 견줄만한  경쟁을 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전체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성능표에서 어떤 일관된 패턴이 발견됩니다. 그건 괜찮은 엔진(월등의 의미가 아니라...)에 비해 차체나 안락함, 주행성능 등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물론 이 점을 가격과 개런티로 일부 극복을 하고 있긴 하지만 오히려 현기차의 고급화 전략엔 도움이 안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포스팅을 할 때 가장 미안한 사람들이 현기차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입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열정을 다해 좋은 차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분들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워낙 바빠서 이런 글 읽을 시간도 없는 양반들이겠지만...저는 엔지니어들을 향해 뭐라고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현기차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그들의 말처럼 프리미엄급 브랜드들과의 경쟁까지도 당당히 하기 위해선 말이 아닌 실력으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걸 얘기하는 것입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죠. 허울 좋은 구호만 내놓고, 마치 자신들이 세계 최고인듯 자기 최면에 국민들까지 함께 빠져들게 하지 말고, 조용하고 묵묵히 실력을 키우고 내공을 다져, 내 자신이 아니라 남들이 인정해주는 그런 성능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현기차로 거듭나야 합니다.  현기차 분들의 세상을 보는 눈이나 마음가짐이 지금까지와는 좀 많이 달라지면 좋겠습니다. 정말 따뜻하고 진실된 그런 기업으로 말입니다. 이제 이런 얘기하는 것도 지치네요... (준비된 포스팅을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누워서 몸을 추스리려 노력 중인데 잘 안 되네요...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 여러분들 즐거워하고 궁금해할 만한 좋은 소식들로 만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