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75주년 맞은 포르쉐의 가장 중요한 모델 10가지

포르쉐는 올해가 75주년입니다. 크고 작은 논란, 또 위기 속에서도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죠. 스포츠카 브랜드로 명성을 쌓은 그들이지만 지금은 스포츠카 브랜드 그 이상의 넓은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1은 이런 포르쉐가 만든 것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10개의 모델을 꼽았습니다. 어떤 것들일까요? 바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부 내용은 개인적으로 추가했습니다.)

 

▶포르쉐 'Nr. 1' (1948)

사진=포르쉐

 

포르쉐에서 공식 제작된 최초의 자동차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넘버 1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1947년 여름에 본격적으로 해당 모델 생산 작업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자금은 폴크스바겐과의 계약을 통해 확보했습니다. 비틀의 라이센스 비용이었는데요. 대당 5마르크, 그러니까 차 판매가의 약 0.1%에 해당하는 금액을 확보한 것이죠.

 

이 프로토타입은 금전적으로 비틀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차체나 섀시 등도 비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전쟁 후 감옥에 있었던 포르쉐 박사가 이 차를 보고 만족했다는 후문입니다. 스위스 자동차 딜러에게 이 차가 팔려버렸는데 1953년에 다시 사들여 현재는 박물관에 잘 모셔져 있습니다. 이 차는 포르쉐 첫 양산 모델인 356의 시작점이자 포르쉐 사업의 시작점이기도 했습니다.

 

포르쉐 550 (1953)

사진=포르쉐

 

1953년부터 1957년까지 118대만 제작된 모델로 356에서 파생된 경주용 자동차입니다. 최대 135마력에 공차 중량은 550kg으로 가벼웠습니다. 550은 프랑크푸르트에 있던 폴크스바겐 딜러 발터 글뢱클러가 356 기반의 경주용 차를 개발해 독일 내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이에 자극을 받아 개발된 모델입니다. 1956년에는 Targa Florio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첫 국제대회 우승을 겁니다.

 

그런데 이 차가 정작 대중에게 크게 알려진 것은 일반에 판매된 100여 대의 모델 중 하나가 헐리웃 배우 제임스 딘의 차였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제임스 딘은 이 차를 운전하고 가다 치명적인 사고를 당해 사망했고, 그의 마지막 애마로 지금까지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포르쉐 911 (1963)

911 1세대 / 사진=favcars

 

해당 매체는 이 차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911에 대해 할 얘기가 더 있나요?' 올해 60주년을 맞는 911은 지금의 포르쉐를 있게 한 대표 모델입니다. 이미 관련한 책만 수백 권이나 나와 있다고 하죠. 참고로 포르쉐 독일 본사의 모든 전화번호는 911로 시작을 한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911이 갖는 의미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포르쉐 917 (1969)

사진=포르쉐

 

전설의 경주용 모델 917입니다. 4.5리터 V12 엔진의 이 차의 최고 마력은 520PS였습니다. 르망에서 우승하겠다는 일념으로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미친 듯이 돈을 퍼부어 만들었죠. 그리고 회사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습니다.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자동차였다고 했는데 그럴 만도 했습니다.

 

이 차의 개발 과정은 그 자체로 드라마였고, 회사의 경영 구조까지 바꾸게 했습니다. 20대 후반의 젊은 후계자이자 엔지니어의 미친 열정은 이 차가 많은 우승을 차지하며 빛이 났지만 집안의 갈등을 일으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피에히는 이후 쫓겨나듯 회사를 떠나게 되지만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에서 결국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포르쉐 924 (1975)

사진=favcars

 

포르쉐는 폴크스바겐과 공동으로 몇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914가 그중에 하나였는데요. 상당히 많이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포르쉐 팬들은 폴크스바겐 엔진이 들어가고 함께 개발했다는 이유로 914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924 914의 후속 모델로 독일에서는 '가정주부 포르쉐'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욕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겐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준 자동차였죠. 마치 SUV 카이엔이 처음에 욕을 먹지만 회사를 위기에서 구한 것처럼 말이죠. 1988년까지 15만 대나 생산이 되며 저렴한 포르쉐 모델이라는 포지션에 있으면서 회사를 살뜰하게 먹여 살렸습니다.

 

포르쉐 928 (1977)

사진=포르쉐

 

포르쉐는 자신들의 대표 모델 911을 대신할 모델을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개발되고 나온 것이 928입니다. 엔진을 차 앞에 두었고 수랭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차의 성격도 911과는 달랐는데 924는 스포츠성을 다소 누그러뜨리고 일상성, 편리함이 보다 강조됐습니다. 911의 확실한 대체자로 기대가 컸지만 포르쉐 찐팬들은 이 모델 역시 인정하지 않았고, 초기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색다른 디자인, 다양한 옵션 적용 등으로 독일에서는 가장 영리한 스포츠카로 선정되기도 했고 영국 모터쇼에서는 금메달을 수상, 그리고 1978년에는 '올해의 유럽차'로 뽑히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이 차의 실패(?)가 더 아쉬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포르쉐 모델 중 '유럽 올해의 차'에 뽑힌 건 이게 유일합니다.

 

포르쉐 956/962 (1982-1991)

956 / 사진=포르쉐
962 / 사진=favcars

 

경주용 모델 956과 후속 모델 962는 대회 타이틀 수집에 일가견이 있었던, 최고의 모델 중 하나였습니다. 956 1982년부터 3년간 FIA 월드 챔피언십을 휩쓸었고, 962 54개의 대회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962 하면 포르쉐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PDK)가 처음 달린 모델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포르쉐 959 (1987)

사진=포르쉐

 

이 차는 처음 출시되었을 때 그 성능에 많은 이가 놀랐습니다. 우리가 흔히 제로백이라고 하는 0-100km/h 3.7, 최고 속도 시속 317km로 당시 도로 주행 가능한 가장 빠른 양산형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911 베이스로 한 이 한정판 모델(337) 42만 마르크(당시 기준 약 30만 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으로도 또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갖가지 첨단 기술이 다 담겼던 모델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최고의 성능을 냈던 모델이라는 점에서 외계인을 납치해 와서 개발했다는 우스갯소리 출발점이 959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이벌로 여겨진 페라리 F40이 환경 기준을 통과해 미국에서 잘 팔렸던 반면, 이 차는 발목을 잡혀 미국 진출의 꿈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선 더 귀한 차 대접을 받는 게 아닐까 싶은...)

 

포르쉐 박스터 (1996)

사진=favcars

 

박스터(카이맨 포함)가 포함이 된 이유는 포르쉐가 존폐 위기에 처했을 때 로드스터 붐을 타며 인기를 끌며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911과 큰 차이가 없었을 만큼 부품 공유가 상위 모델과 많았습니다. 박스터라는 이름은 복서 엔진과 로드스터를 합쳐 만들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포르쉐 모델을 탈 수 있게 해준 박스터는 이래저래 효자 모델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포르쉐 카이엔 (2002)

사진=포르쉐

 

아마 포르쉐 역사상 가장 논란이 심했던 차가 아닐까 합니다. 스포츠카 브랜드에서 SUV라니, 이게 웬 말이냐? 라는 반응이 너무 거셌습니다. 또한 투아렉, Q7 등과 공유되었다는 점 때문에 엠블럼만 포르쉐의 것이라는 비판에도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때 분위기만 봐서는 카이엔은 실패가 너무 뻔해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차는 박스터와 함께 회사를 죽음에서 살린 완벽한 구원투수였습니다. 얼마나 대단했느냐? 공룡 폴크스바겐을 인수하겠다는 야망을 실현할 수 있을 만큼 카이엔은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줬습니다. 지금이야 카이엔에 대한 비판이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당시만 해도 '포르쉐가 이렇게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고 하죠.

 

이렇게 10개의 모델이 선정되었는데 여기에 하나 더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전기차 타이칸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연 포르쉐가 창립 100주년을 맞았을 때, 그때 포르쉐는 어떤 차들이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미래의 포르쉐 모습도 참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