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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폴크스바겐의 고민

독일 국민차 브랜드 폴크스바겐은 몇 년 전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ID. 시리즈'로 시장에서 경쟁 중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지금 잘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최근 독일 유력지 차이트는 '좋은 전기차를 만드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사진=VW

 

우선 그들이 장사를 잘못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다뤘습니다. 올해 1분기 폴크스바겐은 매출 대비 이익률이 3%에 머물렀습니다. BMW(14.6%)나 메르세데스(14.7%) 수준까지는 안 되더라도 적어도 10% 근처까지는 올라왔어야 하는데 이익이 너무 적었던 거죠. 참고로 테슬라의 같은 기간 이익률은 11.5%였습니다.

 

폴크스바겐 사장 토마스 쉐퍼는 이정도의 이윤은 미래를 위한 중요 투자를 감당할 수준이 못 되는 것이라며 냉정하게 회사 상황을 설명했다고 차이트가 전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전기차 생산 단가가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사진=VW

 

경쟁 상대로 보는 테슬라의 경우 그간 노하우를 가지고 전기차를 만들며 계속해서 복잡한 생산 과정을 단순하게 줄여갔습니다. 효율을 높인 것이죠. 여기에 최근에는 소비자를 충분히 유혹할 만한 가격 할인 정책을 펼치면서 폴크스바겐이 따라 하기 힘든 생산 및 판매 구조를 마련했습니다. 테슬라 타도를 외치지만 전기차만 놓고 보면 저는 폴크스바겐이 두 수 정도는 처져 있어 보입니다.

 

폴크스바겐의 전기차는 생산 단가가 높아 이윤이 많지 않고, 그런 적은 이윤으로는 제대로 미래에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윤을 지금 같은 상황을 그대로 두고 높인다는 건 결국 원가 절감에 비중을 높인다는 것인데 이는 자칫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많이 남기자니 현재 상태에선 차의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고, 경쟁력을 유지하자니 버는 돈이 적어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난감한 노릇이죠.

 

해당 매체가 분석한 또 다른 폴크스바겐 전기차 관련 불안 요인은 ID. 시리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ID. 시리즈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골프 같은 국민차를 전기차로 이어간다든지 하는, 익숙한 기존 모델을 활용한 전기차 시장 공략이 없다는 얘깁니다. 우리로 치면 니로나 코나 같은 게 예가 될 수 있겠죠? 골프나 티구안 등을 충분히 전기차로 활용해 라인업을 늘릴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익숙한 모델 라인업에 전기차를 추가해 자연스럽게 전기차 시장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그런 과정이 빠졌다는 얘깁니다.

사진=VW

 

그러면서 차이트지는 결국 골프에 배터리를 올리는 E-골프가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저는 여기에 추가해 폴크스바겐이 전기차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얼마나 제대로 했는지, 이것도 짚어볼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테슬라는 정보통신 기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일찍부터 IT 기술을 자동차에 잘 적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자동차는 달리는 전자기기라는 표현에 잘 어울려야 하는데 폴크스바겐은 과연 이점에서 얼마나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테슬라가 그들만의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어 충성 고객을 확보한 것처럼 과연 VW이 단 기간에 이런 형태의 새로운 디지털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 점은 VW만의 문제는 아니긴 합니다. 또 고질병처럼 언급되는 부분인데 경직된 회사 문화도 문제입니다. 빠른 의사 결정 과정, 그리고 다양한 의견이 소통되는 유연한 분위기가 없다는 게 이 공룡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사진=VW

 

과연 폴크스바겐은 포텐셜을 터트리고 전기차 시장에서도 국민차 브랜드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갈팡질팡하다 흐름에 뒤처지며 밀려나게 되는 건 아닐까요? '회사 내부적으로 두려움에 차 있다'는 차이트의 기사 한 줄이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