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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한국엔 절대 수입 안 될 독일 자동차들

독일산 자동차의 인기는 한국 수입차 시장이 열렸을 때나 지금이나 큰 틀에서 변화가 없습니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죠. 이처럼 오래도록 높은 인기를 누리다 보니 들여오는 차종도 초창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습니다. 웬만한 모델은 다 들어온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인기 좋고 다양한 모델이 판매되는 독일 자동차라고 해도 우리 땅을 밟지 못하는 모델은 있기 마련입니다. 시장의 특성상 판매 안 될 게 뻔해 보이는 그런 모델들인데요. 좀 과격하게 표현해서 죽었다 깨어나도 수입 안 될그런 모델들입니다. 무슨 모델이고, 왜 그런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메르세데스 E-클래스 All-Terrain

사진=메르세데스

 

메르세데스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한동안 판매 리스트에 빠져있던 E-클래스 온-오프 겸용 왜건 모델 올 터레인을 다시 내놓고 이번 가을부터 주문을 받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E-클래스가 아무리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타는 수입차 중 하나라고 할지라도 이 사륜구동 스테이션왜건 모델은 한국에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왜건은 예나 지금이나 짐차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 얘기는, 아무리 세단의 장점과 실용성이 겸비돼 있다고 해도 같은 값이면 노치백 세단을 타거나 아니면 SUV를 선택하지 메르세데스 이름표를 단 왜건은 선택지가 아니란 얘깁니다. 팔리는 수보다 이 차를 팔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과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수입사 입장에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가지고 오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이 차는 지상고를 올린 온-오프 겸용 모델입니다. 만약 오프로드에서도 타고 싶다면 SUV가 있는데 굳이 이 모호한(?) 왜건을, 짐차라는 인식의 차를 굳이 선택할까요? 독일은 물론 유럽 내에서도 이 차는 주력 모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벤츠는 C-클래스 올 터레인 모델까지 팔고 있죠. SUV가 대세라고는 해도 여전히 왜건의 효용성이 유럽에선 먹힌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소수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수 모델을 파는 건 벤츠만이 아닙니다.

 

아우디도 그 유명한 올로드 콰트로 모델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습니다. -오프 겸용 모델의 대명사죠. 하지만 올로드 콰트로의 인기도 예전만 못합니다. 아우디 역시 이러한 올로드 콰트로를 다시 들여오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나마 포르쉐가 전기차 타이칸의 크로스오버 모델인 크로스 투리스모를 한국에서 팔고 있습니다.

 

고급 전기 스포츠카 왜건, 다시 정확하게는 타이칸 기본형보다 지상고와 실용성을 조금 더 높인 고급 전기 왜건 스포츠카입니다. 포르쉐가 파나메라로 재미(?)를 좀 보고 타이칸 역시 일상용으로 어울리는 크로스 투리스모를 들여온 것인데 크게 기대를 하고 가져온 것은 아닐 겁니다. 또 아우디나 벤츠의 온-오프 겸용 모델들만큼 지상고가 높은 것도 아니라서(대략 90mm 정도 낮음) 오프로드에서 타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독일 브랜드들의 장점 중 하나였던 온-오프 겸용 왜건 모델은 더는(포르쉐 빼고) 한국 시장에서 보기 힘들지 않겠나 싶습니다. 짐차라는 인식, SUV라는 명확한 대체제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은 말이죠.

 

아우디 A1 Allstreet

사진=아우디

 

이런 차가 있었나?’ 차 좀 안 다는 분들도 아우디에 이런 모델이 있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할 겁니다. 아우디는 프리미엄 경쟁 브랜드들이 할 수 없는 걸 하나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소형 B세그먼트에 모델들을 내놓고 있다는 건데요. 폴크스바겐 그룹의 플랫폼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1도 폴크스바겐 폴로 플랫폼을 통해 나온 소형 해치백입니다.

 

한국 시장에도 한때 들어오기도 했던 모델이죠. 아우디는 이 차의 지상고를 올려 오프로드에서도 운전이 가능한 해치백을 내놓는데 그 이름이 시티카버였습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이름을 최근에 다시 올스트리트로 바꿨습니다. 기본 해치백보다 지상고가 40mm나 높은데 이는 소형 해치백으로는 제법 차이가 나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 차도 한국과는 인연이 없을 듯합니다. 우선 가격 책정이 모호한, 별다른 이익이 남지 않을 이런 소형 온-오프 겸용 모델을 들여와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하는 수고를 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형 해치백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않는 우리나라 시장의 상황도 무시할 수 없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아우디가 이미 A1의 단종을 공개적으로 밝혔죠. 가장 확실한 이유라 할 수 있겠네요.

 

폴크스바겐 타이고(Taigo)

사진=VW

 

끝으로 소개할 모델은 소형 쿠페 SUV 타이고입니다. 인기 있는 SUV이지만 역시 한국과 인연은 못 맺을 듯합니다. 타이고는 2020년 브라질에서 먼저 다른 이름(Nivus)으로 출시되었고 이후 남미 다른 나라와 유럽에 순차적으로 출시됐습니다. 아주 작은 쿠페 타입의 SUV인데 폴로의 SUV형 모델 티-크로스의 쿠페 타입 모델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SUV임에도 한국 시장에 들어올 확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너무 작습니다.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겠죠. 더군다나 쿠페 형이니 2열 공간은 더 좁을 겁니다.

 

그런데 가격은 깡통이 약 22,000유로가 넘습니다. 대략 한화로 3천만 원이 넘습니다. R-라인 같은 경우엔 31,450유로부터 시작됩니다. 45백만 원 이상, 5천만 원 가까이 (단순 환율 기준) 됩니다. 수입사가 쥐어짜서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해도 이 작은 쿠페 SUV에 이런 수준의 돈을 쓸 사람은 한국에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독일에선 작년에 약 19,000대 가깝게 팔림)

 

스타일이 미친 듯 예쁘거나, 놀라운 경제성에 입을 다물지 못하거나 수준의 이슈가 없다면 이 작은 차 역시 사진 속, 혹은 영상 속에서만 만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이슈는 아마도 없겠죠. 심지어 상위 모델로 골프를 곧 따돌리고 독일 국민차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SUV 티록도 한국에 안 들어오는데 타이고는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떠세요, 한국에 안 들어올 만하다는 생각이 드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