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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왜 이토록 G바겐에 열광할까?

지바겐 인기가 식을 줄을 모릅니다. 3세대 현재 모델이 2018년에 나왔으니 벌써 6년이나 지난 모델이지만 이 차를 향한 사람들의 사랑은 끝날 줄을 모르네요. “G바겐이 뭐죠?”라고 묻는 분들에겐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겠는데요. 지바겐은 G-클래스, 그러니까 메르세데스가 내놓은 고급 오프로드용 모델을 가리킵니다. 정식 명칭은 G-클래스이지만 사람들에겐 지바겐(G-Wagen)으로 더 유명합니다.

 

여기서 GGelände인데 땅, 지대, 토지, 지역, 산야 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렌데라고 발음하면 정확합니다. G 뒤에 붙는 바겐(Wagen)은 자동차, 마차, 철도 차량 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오프로드 자동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별다른 뜻은 없죠? 이 차는 군용으로 처음 제작된 모델을 개조해 1979년에 민간용으로 세상에 나옵니다. 그렇게 역사가 시작됐죠. 그리고 그 긴 세월 동안 겨우 3번 세대교체가 됐을 뿐입니다.

사진=메르세데스

 

그런데 이 묵은 오프로더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한국에서 유독 인기 있는 줄 아는데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고 해야 정확합니다. 미국, 중국, 한국, 유럽 등, 거의 모든 자동차 주요 시장에서 지바겐은 사랑받는 고가의 오프로드 모델입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인기가 있을까요?

 

지바겐은 G400이라는 디젤 모델이 있고 G500이라는 가솔린 모델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인기가 많은 G63 AMG가 있습니다. 무려 585마력짜리인데 우리나라 판매가가 2억 중반대입니다. 정말 비싼 자동차죠? 그런데 가장 비싼 G63 AMG가 가장 많이 팔립니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세계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사진=메르세데스

 

AMG 전체 판매량의 25% 차지

모터1이라는 매체가 JATO 다이내믹스의 자료를 토대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에서 팔린 메르세데스의 고성능 브랜드 AMG 중 가장 유럽에서 많이 팔린 것은 G63 AMG였습니다. 유럽에서 상반기 중 팔린 AMG 모델이 약 13,700대였는데 이 중에서 25% G63 AMG였습니다. 대단하죠? 2억이 훌쩍 넘는 차가 상반기 동안 유럽에서만 수천 대가 팔려나간 겁니다.

 

지난해 일입니다. 2022년 새해 들어서며 메르세데스는 G바겐의 주문창을 닫아버렸습니다.  무슨 생산의 기술적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반도체 수급의 어려움이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감축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주문을 막은 이유는 너무 손님이 많이 몰려서였습니다.

사진=메르세데스

 

주문받지 마

1년 이상 된 중고차가 신차보다 가격 ↑

2021년 기준 세계 시장에서 팔린 지바겐은 약 41,000대 이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과부하가 걸리는 수준이었습니다. 소수의 마이스터급 엔지니어들이 작품 만들 듯 해서 내놓는 차이기 때문에 생산량은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각지에서 주문이 쏟아졌던 겁니다.

 

결국 새 주문을 받지 않고 나서야 겨우 2024년까지의 주문 물량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한때 G바겐을 주문하면 차를 받기까지 약 30개월을 대기해야 했다고 하니까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지실 겁니다. 도저히 기다리기 힘들었던 일부는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1년 반 정도 되는 G바겐, 그중에서도 G63 AMG 모델은 오히려 신차보다 더 비쌌습니다. 독일의 경우 중고차를 신차보다 약 7천만 원 이상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 이상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 인기가 높은 걸까요?

그랜드 에디션 / 사진=메르세데스

 

몇 가지 이유

일단 G바겐은 고가의 오프로더 모델입니다. 각지고 단단한 인상을 주지만 무척 고급스럽습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차는 의외로 시장에 많지 않습니다. 대표적 라이벌이 레인지로버죠. 레인지로버 역시도 이쪽 세계에선 아이콘 모델로 불립니다. 사람들,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돈 좀 있는 자동차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런 유니크한 고가의 오프로더가 매력적인 듯합니다. 질리지 않는 좋은 디자인, 좋은 소재로 가득한 고급스러움, 여기에 엄청난 고출력 엔진까지. 이 조합은 실패하기 어렵겠죠?

 

뿐만 아니라 G바겐의 디자인은 초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G바겐만의 디자인이 수십 년간 이어진다? 디자인의 이런 연속성은 전통을 이어가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됩니다. 그리고 이 고리는 G바겐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놓은 주요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1998년형 G바겐 / 사진=메르세데스

 

그렇다면 디자인만이 G바겐의 인기 비결일까요? 79년 시장에 나와 지금까지 3~40만 대가 팔린 이 차는 현재 전체 모델의 약 80% 정도가 아직까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내구성에서도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는 게 G바겐 팬들, 오너들의 이야기입니다. 또 헐리우드 배우들을 비롯해 많은 유명인이 애용하면서 자연스럽게 G바겐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본의 아닌(?) 이런 마케팅, 홍보는 무시할 수 없는 브랜드, 모델의 이미지를 만듭니다.

 

또 한 가지는 재산상의 가치를 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독일의 시사지 포커스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동차 3개가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스포츠카 판매 회사의 전무이자 유명 스포츠카 딜러인 벤야민 다비드는 포르쉐 911 클래식, 포르쉐 카이맨 GT4 RS와 함께 2018년형 G바겐을 투자하기 좋은 모델로 꼽았습니다.

G500 파이널 에디션 / 사진=메르세데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일부 모델들은 이미 신차보다 중고차가 더 비싸게 팔리기도 합니다. 한정판 모델도 아니고, 판매량이 수백 대, 수천 대 수준에 머무는 그런 모델도 아닌 오프로드 모델이지만 그럼에도 워낙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언제든 만족할 만한 가격으로 되팔 수 있습니다. 이런 성공적인 중고차 시장, 시세가 보장된 차를 누가 마다할까요?

 

거기다 G바겐은 정말 다양한 모델들이 존재합니다. 픽업도 있고 밴도 있고, 군용도 있습니다. 만소리, 브라부스, 하만 등의 뛰어난 튜닝 회사들이 멋지게 다듬어 내놓는 모델들도 있습니다. 이런 멋진 다양한 변형 모델들은 G바겐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립니다. 원하는 방향으로 차를 바꿀 수 있는데, 이게 또 인기가 있으니 돈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는 겁니다.

G63 AMG 6X6 / 사진=favcars

 

G바겐은 가성비 좋은 자동차가 아닙니다. 안락함이 뛰어나지도 않고, 아스팔트 위에서 운전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모델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차는 부자들의 장난감으로, 또는 자신의 지위를 조금 쿨하고 폼나게 보여주고 싶은 이들의 자동차로, 차 좀 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자동차로, 그들만의 고급지고 유니크한 자동차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자동차로 평가받습니다.

 

소유욕을 이처럼 잘 끌어올리는 자동차는 흔치 않습니다. 적당하게 팔리고 적절하게 소비되고 만족할 만하게 되팔립니다. 재구매율도 높죠. 유일한 변수라면 전기차 시대에도 과연 지금과 같은 인기와 지위를 누릴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그건 메르세데스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과연 삼각별은 G바겐으로 호강에 겨워 우는 소리를 전기차 시대에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이놈의 인기, 어디까지 가나 지켜봐야겠습니다.

만소리가 튜닝한 G63 AMG / 사진=favc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