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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이 미국 차는 골프를 밀어내고 독일 국민차가 될 수 있을까?

2023 1분기 독일 신차 판매량 결과를 보면서 두 가지에 놀랐습니다. 먼저 폴크스바겐 골프가 월별 판매량에서 1위 자리를 내주었다는 사실, 그리고 과연 비독일 브랜드, 그것도 전기차가 연간 판매량 순위에서 1위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월간 판매량 1위 자리 내준 골프

사진=VW

 

올해 1분기 독일에서는 신차가 총 666,818대가 팔려나갔습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5% 성장한 결과였는데요. 3월 판매량의 경우 골프(7,253)가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 아니었다는 것이 유독 눈에 띄는 내용이었습니다. 10년 넘게 독일 신차 판매 현황을 꾸준히 보고 있는데 제 눈으로 골프가 2등으로 밀린 것을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골프는 등장 직후부터 연간 판매량에서 독일에서 늘 1위를 차지했던 모델입니다. 1 1위를 내준 적이 있을 뿐이죠. 그러니까 50년 동안 압도적으로 독일인의 지지를 받아왔다는 얘기인데요. 이런 자국 시장의 강한 지지 기반 위에 골프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라는 타이틀 역시 수십 년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3년 전부터 이상 징후(?)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지난해에는 유럽 1위 판매 자동차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낙 많이 팔리는 모델이기 때문에 신차 판매 점유율이 3년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했음에도 2위 모델 티구안과는 큰 차이를 보이며 자국에서의 지위는 계속 유지됐습니다.

 

하지만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올해 들어서서도 계속 골프 판매량이 떨어지더니 결국 3월에는 같은 형제 모델 티록에 판매 1위 타이틀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1분기 판매량 전체를 따지면 아직 골프가 앞서기는 하는데 성장세를 보면 전체 판매량 역전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입니다.

 

티록 3월 판매량 : 7524

골프 3월 판매량 : 7253

 

티록 1분기 판매량 : 17798 (전년 동기 대비 +58.3%)

골프 1분기 판매량 : 20948 (전년 동기 대비 -14.7%)

티록 / 사진=VW

 

2위 모델과 늘 큰 차이로 판매량에서 앞서가던 골프가 어쩌다 이렇게 가장 믿고 있던 독일 시장에서조차 낯선 결과를 보인 걸까요? 그간 골프 부진에 대한 얘기를 수차례 했기 때문에 같은 얘기 반복하는 거 같아 자제하겠지만 막상 골프가 이처럼 계속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니 독일 자동차 문화의 거대한 한 챕터가 막을 내리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모델 Y는 과연 독일에서 1등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골프는 티록만 신경 쓸 게 아닙니다. 테슬라 전기차 모델 Y의 기세가 너무 무섭습니다. 모델 Y 3월 독일에서 총 5701대가 팔렸습니다. 이는 네 번째로 많이 팔린 신차이자 전기차로는 압도적인 결과입니다. 폴크스바겐 ID.4 ID.5가 열심히 추격을 하고 있지만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직접 경쟁 상대라고 아직은 볼 수 없습니다.

 

독일 1분기 전기차 판매량

1 : 테슬라 모델 Y (15,851)

2 : 폴크스바겐 ID.4, ID.5 (6732)

3 : 폴크스바겐 ID.3 (5285)

4 : 테슬라 모델 3 (4188)

5 : 아우디 Q4 e-트론 (3602)

모델 Y / 사진=테슬라

 

그렇다면 모델 Y 1분기 독일 판매량 15,851대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앞서 보여드린 것처럼 골프가 2만 대를 넘기며 아직은 1위 자리를 지키는 중입니다. 그다음은 골프 바로 밑에 늘 있던 티구안을 밀어내고 티록이 이름을 올렸죠. 3위는 16,595대가 팔린 티구안이었으며, 그리고 4위가 모델 Y였습니다.

 

월간 판매량이나 분기 판매량에서 모두 모델 Y는 독일에서 네 번째로 많이 팔린 모델이었습니다. 이처럼 전기차가 판매 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상승세(전년 동기 대비 221.8%)가 독일 자동차 기업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미 독일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모델 Y가 많이 팔렸다고 얘기되었는데 그것과는 현재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올해 치고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추이를 보면 골프나 티록을 따돌리는 것도 꿈만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독일에 새롭게 만든 테슬라 공장이 잘 돌아가고 있는 만큼, 생산 어려움에 들쭉날쭉했던 판매량을 지난해처럼 겪지 않을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만약 모델 Y가 독일에서 연간 판매량 1위를 하게 된다면 이는 독일 자동차 업계는 물론 독일 전체에 제법 충격을 주는 소식이 될 것입니다. 과연 자동차 강국 독일에서, 독일 모델이 아닌, 신생 미국 브랜드의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날이 오게 될까요? 모델 Y와 티록, 그리고 골프의 판매 경쟁의 끝은 무엇일지, 그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