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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죽어도 못 보내' 골프와 티구안 이름 끝까지 지킨다

대략 2~3년 전쯤부터 폴크스바겐의 대표 모델 골프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한국에 계신 자동차 팬들에겐 그런가보다~하는 정도의 소식일지 모르겠지만 유럽, 특히 독일 현지 팬들에게 골프의 이런 소식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꽤 비중 있는 소식입니다.

8세대 골프 / 사진=VW

 

해치백의 교과서골프는 독일 국민 해치백으로 유럽을 지배하던 모델이죠. GTI 같은 고성능 모델은 빈자의 포르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성능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골프는 더는 절대 상수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2주 전에 소개한 것처럼 독일에서도 판매량 급감이 현실이 되었고, 유럽 1등 자리도 내주고 말았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서브 브랜드로 ‘ID.’를 만들었고 이미 이 이름표를 달고 여러 전기차가 출시되고 있다는 것인데요. 골프 시대의 몰락(?)은 이처럼 내부에서 먼저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폴크스바겐도 Golf라는 이름만큼은 지키고 싶은 모양입니다. 최근 독일 여러 매체에서 이와 관련한 소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ID.3이나 ID.4처럼 숫자가 아닌, ID. Golf처럼 골프를 ID. 뒤에 붙여 이 차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전통을 어떻게 해서든 이어가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토마스 쉐퍼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도 비슷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신빙성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골프의 대체재로 여겨진 ID.3는 골프 전기차와는 다른 모델이 되게 됩니다.

ID.4 GTX / 사진=VW

 

실제로 VW 관계자가 ID.3는 골프 스포츠밴에 더 가깝다고 이야기를 한 것을 보면 ID.3와 가칭 ID. 골프의 공존은 충분해 보입니다. 관련해 두 가지 가능성이 얘기되는 중인데요. 일단 영국 매체 오토카는 2025년을 목표로 ID.2가 출시될 것인데 이 차의 디자인이 최근 해치백 타입으로 변경되었고, ID.2에 골프라는 이름을 붙이려 한다는 내부자 발언 소식을 전했습니다.

 

특히 폴크스바겐의 전기 플랫폼 MEB가 업데이트되며 MEB 플러스 플랫폼이 만들어지는데 이 플랫폼의 첫 모델이 ID.2가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도 소개했습니다. ID.2의 콘셉트 디자인이 3월에 공개될 예정인데 공개와 함께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이 함께 나오지 않겠나 예상됩니다. 참고로 ID.2의 길이는 4.25m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는 소형 해치백 폴로와 골프의 사이이고 ID.3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또한 골프라는 이름이 계속 전기차에도 활용이 되듯, GTI 역시 계속 쓰일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의 소식도 있습니다.  모터1 독일과 아우토차이퉁을 비롯한 다수의 독일 언론은 ID. 골프는 ID.3 ID.2와 별개의 모델로 2028, 그러니까 골프 8세대가 끝이 나고 9세대가 나올 때쯤 전기 모델로 출시된다는 것입니다. 이 얘기가 개인적으로 좀 더 현실적이라 보는 것은 이미 현 8세대 골프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도로 주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2025년에 나올 ID.2에 골프라는 이름이 붙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GTI / 사진=VW

 

이렇게 의견이 갈리는 것을 보면 VW 내부에서도 아직 최종 결정이 안 난 듯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 소스에 따라 다른 얘기들이 언론에 흘러나온 것일 텐데요. 무엇이 됐든 분명해 보이는 한 가지는 바로 골프라는 이름만큼은 결코 폴크스바겐이 버리지 않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의지는 골프뿐만이 아닌, 티구안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독일 매체 아우토모바일보헤는 3세대 티구안은 ID. 시리즈와도 다르고 기존의 내연기관 티구안과도 다른 독립적인 전기차 티구안 스타일로 나올 것이라는 단독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 모델 역시 MEB 플러스 플랫폼을 통해 나올 것이라고 하는데 해당 매체는 (오토카 보도와 달리) ID.2가 아닌 전기 티구안이 이 플랫폼의 첫 번째 모델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2세대 티구안 / 사진=VW

 

다만 골프처럼 티구안이라는 모델명이 계속 생존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어쨌든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골프와 티구안을 VW이라는 회사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브랜드 경쟁력, 브랜드의 연속성, 상품성, 역사성 등, 여러 면에서 이름을 유지하는 것이 그 이름을 버리는 것보다 현명한 결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내용으로 모델명이 갖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