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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안 팔린다 안 팔려' 독일 상반기 신차 시장 결산

무섭게 오르는 물가에 괴로워하는 모습은 유럽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전쟁과 이에 따른 에너지 수급의 어려움마저 더해지면서 유럽인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어느 때 못지 않게 커 보입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과 반도체 칩 부족 등의 문제로 신차 시장은 십수 년 전으로 회귀한 듯한 그런 암울한 상황인데요. 유럽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라는 독일이 받는 타격은 상당합니다. 독일자동차청이 밝힌 올 상반기 판매된 신차는 총 1,237,975.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나 줄어든 결과였습니다.

 

1년에 350만 대를 넘기며 연간 신차 판매량 4백만 대를 꿈꾸던 독일이 이렇게 주저앉아 버린 것인데요. 그래도 중고차 시장만큼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계속 성장했지만 전체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 중고차 시장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독일 상반기 신차 판매량 : 1,237,975 (전년 동기 대비 -11.0% 성장)

2022년 독일 상반기 중고차 판매량 : 2,875,043 (전년 동기 대비 -14.6% 성장)

폴크스바겐 전기차 시장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ID. 버즈 / 사진=VW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라면 전기차는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런 변화가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계속 줄이고 있다는 것 등이 아닐까 합니다. 2022년 독일 상반기 판매된 승용차의 평균 CO2 배출량은 117,8g/km 2021년 상반기 평균 배출량보다 3.2%가 줄었습니다.

 

세그먼트별로 보면 지칠 줄 모르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성장하던 SUV의 판매량이 줄었다는 게 가장 눈에 띕니다. 또한 소형차와 중형차의 경우 30% 이상 줄어든 결과를 보였습니다. 가솔린과 디젤의 비율은 뚝뚝 떨어지고 있으며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의 성장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료별 점유율 (자료=KBA)

가솔린 : 37% (-23.2%)

디젤   : 18.9% (-22.3%)

하이브리드 : 17.4% (-14.6%)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 11.7% (-16.3%)

순수전기차 : 14.4% (+26.2%)

LPG : 0.5% (+64.2%)

 

브랜드별 판매량 상위 10

1 : 폴크스바겐 (224,136, 전년 동기 대비 -18.9%)

2 : 메르세데스 (111,479, -4.4%)

3 : BMW (103,636, -12.5%)

4 : 아우디 (101,103, -5.0%)

5 : 오펠 (70,907, -16.3%)

6 : 스코다 (69,212, -18.1%)

7 : 포드 (62,741, -10.1%)

8 : 세아트 (56,380, -14.2%)

9 : 현대차 (47,973, -2.5%)

10 : 르노 (37,992, -27.9%)

사진=VW

 

판매량 상위 10개 브랜드 중 어느 것도 전년 상반기와 비교해 판매량을 늘린 곳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현대와 메르세데스, 그리고 아우디 정도만이 한 자릿수 판매량 감소라는 선방(?)을 했는데요. 다만 10위권 밖으로 나가면 11위 토요타(+9.3%), 13위 기아(+18.7%), 14위 다치아(+45.0%), 18위 테슬라(+32.6%), 19위 미쓰비시(+12.4%), 그리고 포르쉐와 지프, 혼다, 폴스타, 그리고 쌍용처럼 플러스 성장을 한 브랜드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모델별 판매량 상위 10

1 : 폴크스바겐 골프 (42,963, 전년 동기 대비 -1.0%)

2 : 폴크스바겐 티록 (27,129, -9.5%)

3 : 폴크스바겐 티구안 (24,714, -32.3%)

4 : 오펠 코르사 (24,576, -6.7%)

5 : 피아트500 (20,578, +30.6%)

6 : 폴크스바겐 파사트 (20,403, -33.5%)

7 : 미니 (19,833, -12.9%)

8 : 폴크스바겐 트랜스포터 (18,493, +4.3%)

9 : BMW 3시리즈 (18,204, -22.6%)

10 : 아우디 A3 (17,904, -1.3%)

골프R / 사진=VW

 

골프가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큰 폭으로 판매량이 하락했는데, 이번 상반기는 그래도 상당히 선방을 한 모습입니다. 티구안이 상대적으로 티록과 전기차 등장으로 밀리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오펠의 소형 해치백 코르사와 피아트의 경차 피아트500의 순위가 눈에 띄는데요. 두 차 모두 전기차들이 단단히 받쳐준 덕이었습니다. 승합차 트랜스포터가 탑텐 안에 들어 있는 것도 눈에 띕니다. 상위 50위 안에 한국 모델로는 현대 코나(24, 12,580)와 기아 씨드(25, 12,550, +8.0%), 그리고 기아 스포티지(45, 8,752, +133.3%) 등이 있었습니다.

 

코나 역시 전기차 모델 덕에 좋은 순위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요. 기아 씨드의 경우 코나와 달리 온전히 내연기관 라인업의 힘으로 전년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쌍용차가 과연 이번 신형으로 어떻게 독일에서 결과를 낼지 궁금한데, 좋은 수치를 받아들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전기차 판매량도 브랜드와 모델별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상반기 독일 내 전기차 브랜드별 상위 10

1 : 폴크스바겐 (18,887)

2 : 테슬라 (18,259)

3 : 현대자동차 (13,503)

4 : 르노 (11,477)

5 : 피아트 (11,301)

6 : 아우디 (11,170)

7 : BMW (10,148)

8 : 오펠 (10,106)

9 : 메르세데스 (9,429)

10 : 스마트 (7,487)

 

상반기 독일 내 전기차 모델별 상위 10

1 : 피아트500e (11,278)

2 : 테슬라 모델3 (10,801)

3 : 현대 코나E (7,587)

4 : 테슬라 모델Y (7,458)

5 : 폴크스바겐 ID.4 / ID5 (7,028)

6 : 오펠 코르사-e (6,531)

7 : 폴크스바겐 ID.3 (6,084)

8 : 르노 Zoe (6,069)

9 : 스코다 엔야크 (5,904)

10 : 아우디 e-트론 (5,590)

피아트의 복덩이로 거듭난 500e / 사진=피아트

 

브랜드 결과를 보면 의외로 테슬라가 1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판매를 하지 않은 달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어쨌든 폴크스바겐이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량에서 독일에서 테슬라를 뛰어넘었습니다. 현대차 역시 전기차들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순항 중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아가 의외입니다. EV6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판매량에서도 그에 비례하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모델별 결과에서도 피아트500e가 상당히 선전 중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작은 경전기차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처럼 좋은 결과를 낸 것인지 궁금합니다. 폴크스바겐 전기차 3총사의 판매량은 아직은 썩 눈에 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하반기엔 더 치고 갈지 이 점도 지켜볼 부분입니다. 고가 모델 중에는 아우디 e-트론만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나온 지 몇 년 된 모델인데 저력이 있죠?

 

많이 위축된 시장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 나름 선전하는 모델들이 보입니다. 어려운 가운데 약진하는 게 더 멋져 보입니다. 과연 하반기에도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요? 다크호스가 나타나 판을 뒤집어 놓는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상 독일의 올 상반기 판매량 결과, 간단히 정리해 본 내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