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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에서 부는 포르쉐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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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로 제조사들이 자동차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역, 브랜드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곳에서 나타난 현상인데요. 바이러스가 3월부터 유럽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현재 확산 절정기를 지났다고는 해도 여전히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비 활동은 여전히 위축된 상태죠.

이런 이유로 유럽 자동차 판매량은 2분기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 최대 시장이라는 독일 자료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2020 1월부터 5월까지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가 줄어든 990,350대였습니다. 1년에 3백만 대 이상 팔리는 시장인데 5월까지 1백만 대를 못 넘겼다는 건 꽤나 충격적입니다.

이 판매량도 1, 2월이 그나마 버텨준 덕이었고, 3월 이후는 끔찍합니다. 5월 판매량을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보니 반토막이 났습니다. 언제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상황으로 신차 시장이 회복될 수 있을지 모르는 가운데 제조사들의 한숨 소리만 깊어갑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전체 라인업 대비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비중이 높은 브랜드들은 그나마 타격이 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포르쉐

전기차로 완전히 돌아서면서 판매량 감소가 예상되었던 스마트를 제외하면 테슬라는 전년 같은 기간(1~5)과 비교해 7.4% 줄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비중이 높은 볼보는 23.6%가 줄었습니다. 50% 전후로 판매량이 급감한 다치아, 혼다, 마쯔다, 오펠, 스즈키는 물론 평균치 -35% 이상인 알파로메오(-36.7%), 현대자동차(-37.8%) 등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흥미로운 것은 포르쉐의 판매 결과였습니다.

포르쉐는 2020 1월부터 5월까지 독일에서 총 8,758대가 팔렸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1%가 줄어든 결과였는데요. 이 시기 독일 신차 시장에서 포르쉐가 차지하는 비중은 0.9% 수준으로 낮은 편입니다. 그런데 배터리 전기차로 좁혀보면 포르쉐 비중은 2.3%까지 올라갑니다.

독일 1~5월까지 신차 판매 대수에서 포르쉐가 차지하는 비중=0.9%

독일 1~5월까지 전기차 판매량에서 포르쉐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2.3%


타이칸 / 사진=포르쉐

이런 결과는 당연히 타이칸 때문인데요. 선주문을 포함해 독일에서 5월까지 총 834대가 팔렸습니다. 포르쉐 판매 신차 중 타이칸이 차지하는 비중이 9.5%라는 얘기입니다. 예상보다 더 비중이 높았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는 전기차(BEV) 판매 비중을 브랜드별로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팔린 신차 중 브랜드별 전기차가 차지한 비율 (2020 1~5)>

1 : 테슬라 (100%)

2 : 스마트 (99.6%)

3 : 르노 (15.1%)

4 : 포르쉐 (9.5%)

5 : 닛산 (8.7%)

테슬라와 스마트와 같은 전기차 브랜드를 제외하면 르노 다음으로 포르쉐의 전기차 비중이 이 기간 동안 높았던 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비중을 한 번 볼까요?

<독일에서 팔린 신차 중 브랜드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비중 (1~5)

1 : 볼보 (22.9%)

2 : 미쯔비시 (14.8%)

3 : 포르쉐 (10.85%)

4 : BMW (8.3%)

5 : 메르세데스 / 아우디 (7.0%)

 일단 1위를 차지한 볼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비중이 22.9%나 됐습니다. 전동화 선언을 한 후 차근차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중을 높여 왔고, 현재는 V40 모델을 제외한 전 라인업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 결과 1월부터 5월까지 볼보는 독일에서 16,668대를 팔았고 그 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3,816대였습니다. 

3위를 차지한 포르쉐의 경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951대가 팔렸습니다. 파나메라와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 카이엔과 카이엔 쿠페가 해당하는데 특히 독일에서 팔린 카이엔은 10대 중 4대가 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었고, 파나메라는 10대 중 거의 6대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일 만큼 비중이 높았습니다.

배터리 전기차인 타이칸과 파나메라, 카이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모두 합칠 경추 충전용 전기차의 포르쉐 내 비중은 약 20.4%에 이릅니다. 독일에서 팔리는 포르쉐 5대 중 1대가 배터리 전기 모델이거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뜻입니다.

카이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 사진=포르쉐


계획대로 가고 있다

포르쉐는 이미 2024년까지 브랜드 전동화를 위해 14조 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25년까지 브랜드 라인업의 절반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배터리 전기차로 바꿀 것이라고 했죠. 문제는 제조사의 그런 의지가시장에서 통할 것이냐하는 것이었습니다.

변화를 크게 반기지 않는 독일인들의 특성, 그리고 독일을 대표하는 전통의 스포츠카로서 포르쉐 부심이 큰 독일인들의 특성이 합쳐졌을 때, 6기통 박서 엔진을 향한 그들의 남다른 애정과 고집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의외로 빠르게 포르쉐의 전동화에 소비자들이 반응했고,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사진=포르쉐

중형 SUV 마칸 2세대는 이미 언론을 통해 드러났듯 전기차로 판매가 될 예정입니다. 당분간은 엔진이 들어간 마칸이 같이 팔리겠지만 결국 살아남는 건 마칸 전기차가 됩니다. 또 타이칸 후속으로 두 번째 포르쉐의 전기차가 될 타이칸 스포츠 투리스모도 나오게 되죠.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더 늘어나게 되면 지금보다 더 그 비중은 올라갈 것입니다.

이번 포르쉐의 독일 판매 결과는 911과 카이맨, 박스터 등을 아끼는 전통적인 포르쉐 팬들과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 및 전기차와 SUV에 매력을 느끼는 또 다른 고객층 모두를아우르는 균형감 있는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어수선한 가운데 포르쉐는 조용히 변화의 길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달려가고 있는 듯합니다. 전기 스포츠카 브랜드 시대가 이젠 그리 낯설고 먼 얘기는 아는 듯하네요.

사진=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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