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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전기차 보조금 확 키운 독일, 성공할까?

독일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를 돕고 소비자의 자동차 구입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자동차에 붙는 부가세 일부(19%-> 16%)를 줄여주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이 결정이 있고 며칠 후, 이번에는 전기차와 관련해 꽤 관심을 가질 만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20 7 1일부터 2021년 말까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가격 4만 유로 이하의 전기차를 살 때 9천 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입니다. 우리 돈으로 약 1,200만 원 정도가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예를 들어 3만 유로짜리 전기차를 살 때 차 가격의 1/3을 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르노 트윙고 전기차 / 사진=르노

심지어 누적 주행거리 8km 이하(혹은 8개월 이하)의 중고 전기차가 거래될 때도 일정 정도의 보조금을 주기로 하는 등, 메르켈 정부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을 전기차에 쏟아붓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전기차 보조금을 둘러싸고 벌인 논란을 생각하면 이는 보통 큰(?) 결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독일 전기차 보조금

 다른 나라와 달리 독일은 비교적 늦게,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6만 유로 이하의 전기차만 해당합니다. 액수는 당시 기준 순수배터리 전기차는 4천 유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3천 유로였습니다. 6백만 원이 채 안 되는 액수였습니다.

이 보조금의 절반은 독일 정부가, 나머지 절반은 제조사가 각각 부담하는 것으로 했고, 2020년도, 혹은 12억 유로의 보조금이 소진되는 날까지만 지급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제조사에 이건 선물이나 마찬가지라며 세금을 이런 식으로 쓰면 안 된다는 저항이 컸습니다. 이런 이유로 고가의 전기차는 아예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고, 그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독일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독일에서 이 보조금은 총 20만 회 미만 지급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대만큼 활성화가 안 됐다는 뜻입니다. 결국 독일 정부는 보조금을 2025년까지 연정하기로 지난해부터 얘기를 진행해 왔고 액수도 최대 6천 유로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전기차 확대는 메르켈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 / 사진=폴크스바겐


 보조금 인상에 대해 저항 거의 없는 상황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뒤덮었고, 예상치 못한 재난에 경제는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도 커졌고, 결국 독일 정부는 6천 유로가 아닌 9천 유로로 보조금의 덩치를 키우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꼭꼭 닫힌 지갑을 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만약 평소 같았다면 독일에서 난리가 났을 그런 결정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페르디난트 두덴훼퍼 교수와 같은 독일 자동차 전문가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고가의 전기차까지 모두 포함이 되어야지 그렇지 않다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예전과 달리 보조금 확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론도 2015년 논의 당시와 달리 지금은 거의 조용한 상황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국가 경제, 자동차 업계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4만 유로 이하라는 기준에는 그렇다면 어떤 모델이 포함될까요? 현재로는 테슬라 모델 3는 제외입니다. 4만 유로가 넘기 때문이죠. 폴크스바겐 ID.3의 경우 58kWh 배터리가 들어가는 건 37,000유로 수준이라 포함이 되지만 77kWh짜리가 들어가는 45,000유로 수준의 상위 트림은 빠지게 됩니다.

요즘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e-UP과 같은 경전기차는 날개를 달게 될 것이고, 기아 쏘울 전기차와 현대 코나와 아이오닉 전기차, 르노의 대부분의 전기차 등이 판매량을 더더더더욱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비용을 크게 늘림으로 메르켈은 두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선  업계가 계속 요구한 신차 보조금 혜택(모든 신차 대상)의 논란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듯합니다. 모든 신차에 보조금을 달라는 업계의 요구는 이번 조치를 통해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며, 신차 보조금에 반대하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잃지 않게 됐습니다.

최근 독일에서 가파른 판매량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e-UP / 사진=VW

또 애초부터 메르켈 정부가 전기차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자연스럽게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명분을 만들게 됐다는 것도 메르켈에겐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아우디 e-트론이나 메르세데스 EQC, 포르쉐 타이칸 등, 독일 제조사의 주력 전기차들이 이번 보조금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업계 입장에선 아쉬울 것입니다. 

어쨌든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줄여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반대로 독일 정부는 비록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예전에 없던 큰 금전적 헤택을 주며 보조금 확대를 선언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제조사들은 얼마나 도움을 받을지, 또 얼마나 많은 독일인이 꽉 닫힌 지갑을 열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