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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BMW, 벤츠, 폭스바겐에 독일인들은 왜 화가 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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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그곳 대주주와 경영진을 향한 독일인들의 불만이 여간 큰 것이 아닙니다. 지난 4월 말이었죠.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업계가 위기에 처했다며 2009년 때와 같은 신차 구매 보조금제도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2009년 독일 정부는 오래된 자동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살 때 정부에서 우리 돈으로 수백만 원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했고, 그 덕으로 신차 판매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지금 그때 수준의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폭스바겐 회장 헤르베르트 디스나 벤츠를 소유하고 있는 다임러 그룹의 회장 올레 칼레니우스 등도 보조금 필요성에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입니다. 세계 대전을 겪을 때조차 군수품 생산을 위해 자동차 공장이 돌아가던 유럽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결코 멈출 것 같지 않던 공장들이 모두 가동을 중단해야 했고, 판매 현장 곳곳에선 차를 못 팔아 딜러가 폐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공황 이후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결코 엄살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큰 위기에 직면한 자동차 제조사의 도움 요청에 많은 독일인의 반응이 싸늘합니다. 언론들은 뻔뻔한 아이디어’ ‘터무니없는 요구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습니다. 기업 친화적이라 할 수 있는 경제지까지 이런 비판에 가세했는데요. 얼핏 보면 그들의 요구가 그렇게 욕을 먹을 일인가 싶은데, 왜 독일인들은 이처럼 화가 난 걸까요?

사진=다임러


자기희생 없는 기업 태도에 분노

독일인들이 뿔난 이유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업이 그토록 위기라며 최고경영자나 대주주 누구도 자기희생을 하지 않고 세금으로만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디젤 게이트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쌓아놓은 사내유보금이 많다며 그들 요구에 정부가 응해선 안 된다는 주장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그룹을 이끌고 있는 헤르베르트 디스 회장의 연봉을 예로 들어 볼까요? 그는 2018년 약 790만 유로(한화 약 102억 원)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2019년에는 그보다 더 많은 810만 유로(한화 약 105)였죠. 이는 독일 기업인 연봉 순위에서 TOP 3 안에 드는 수준입니다. 그보다 못하지만 다임러와 BMW CEO 역시 5백만 유로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회장 / 사진=VW

사실 연봉은 성과급 비중이 큰 편입니다. 경영 실적이 좋으면 많이 받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적게 받는 구조입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 대표들이 이 정도 연봉도 못 받아서야 쓰겠냐는 옹호론부터, 그럼에도 이건 너무 고연봉 아니냐며 비판하는 사람들까지, 여러 입장이 있어 왔고,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진 이후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기업이 위기일 때 리더들이 솔선수범하고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자구노력을 우선 펼쳐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연봉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자구 노력인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세금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많은 독일인의 생각으로 보입니다.

차이트나 쥐트도이체차이퉁과 같은 독일의 대표적 일간지들은 특히 BMW의 배당금을 문제 삼았습니다. 정확하게는 배당금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가져가는 크반트 가문을 겨냥한 것인데요. 차이트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배당금은 우리 돈으로 약 2조 원이며, 그중   절반이 대주주 크반트 가문으로 들어갑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볼보트럭과 르노는 배당금을 포기했다며 왜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크반트 가문의 일원인 슈테판 크반트 이사 / 사진=BMW

여론을 알기 위해 실시한 독일 제 1공영방송인 ARD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3가 신차 구매 보조금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차 할인에 보조금까지 더해지면 구매자의 부담은 크게 줄 게 분명한데도 대기업에 이익이 돌아가는 이런 보조금 방식을 소비자들이 거부한 것입니다. 차이트의 해당 기사에 달린 추천수가 가장 많았던 댓글도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Switcher라는 닉네임을 쓰는 네티즌은 나는 늘 경제적 지원에 찬성한다. 하지만 이 터무니없는 것(신차 구매보조금)에는 견딜 수가 없다. 독일엔 다음 달 월세나 갚아야 할 빚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이 이미 충분히 많다. 그런데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배당금을 주고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아니, 이건 아니다.’라며 분명하게 반대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비판이 거세자 BMW 회장은 배당금은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며, 자동차 생산의 80%를 담당하는 것은 부품업체들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도움이 더 된다는 식의 반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환경단체 등은 배당금 지급 결정이 있을 목요일 BMW 앞에서 시위를 펼칠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충분한 현금

보조금 혜택 서민에겐 그림의 떡

그런데 기업들의 두 가지 태도 논란 외에도 신차 보조금을 반대하는 이유들은 또 있습니다. 우선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충분히 버틸 만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연방정부 전문가위원회에 속한 모니카 쉬니처 교수의 발언도 소개했는데요. 그는 자동차 회사들은 현재 전혀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쥐트도이체차이퉁 자체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BMW 109조 원, 다임러는 122조 원, 폭스바겐 그룹은 약 130조 원 이상의 이익을 냈습니다.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폭스바겐 그룹은 250억 유로( 32 5천억 원), 다임러는 180억 유로, BMW 120억 유로의 사내유보금을 가지고 있다며 차를 팔지 않아도 가을까지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한마디로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입니다.

매년 놀라운 실적을 보이고 있는 포르쉐 / 사진=포르쉐

마지막으로 독일인들이 보조금 제도를 반대하는 이유는 신차 보조금 혜택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소비자에게만 돌아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벤츠, BMW, 아우디는 독일인들에게도 비싼 차입니다. 이런 브랜드의 자동차를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이 우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돼야 한다는 것이죠.

현재까지 분위기를 봐서는 독일 정부가 BMW나 다임러, 그리고 폭스바겐 그룹 요구에 맞춰 신차 구매 현금 혜택을 주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워낙 여론이 안좋고 언론들이 이 문제에 강하게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메르켈 정부는 고민을 하는 듯합니다. 독일 산업의 핵심인 자동차 산업을 위해 이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지원을 아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만약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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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개 2020.05.18 13:26

    둘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윗글대로라면 자동차 회사가 알아서 싸게 팔면 되겠네요. 돈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어려우면 그때 가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사천성 2020.05.18 22:46

    자동차 산업이라는게 메이커 회사 하나가 아닌 여러 군소 업체들의 연합이 문제겠죠.. 저 돈많은 메이커는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소위 협력업체라는 곳은 힘들겁니다. 협력업체가 도산하면 메이커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메이커가 자금을 지원하기에는 명분도 없고 그들의 주주들의 눈치도 봐야하니 저렇게 요청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말만 놓고 보면 참 염치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ㅎㅎ

    • 그래서 BMW 회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는 완성차 업체가 아닌, 협력업체의 힘에 의해 (직접적으로는 80% 비중이라고 했죠.) 만들어진다고 발언을 했는데, 이게 또 욕을 좀 먹은 듯합니다. ㅎㅎ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럴 거라면 완성차 업체들이 밴더들 지원책을 마련하고 정부도관심을 가져달라 말하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 숀상 2020.05.19 15:57

    자동차 업계에 일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든 정부에서 지원금을 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차가 팔리지 않아 단축근무를 해야하는 상황이니 차가 팔리면 아무래도 업계 전반적으로 활기가 불어넣어질테고 그 돈이 다시 사회로 돌게될테니까요. 하지만 관련 종사자가 아니면 세금 사용처에 대해서 당연히 챌린지 하겠죠. 어찌되던 이 위기가 얼른 지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ㅜㅜ
    (근데 회사 피씨로 글을 쓰니 스팸 처리되네요)

    • 충분히 이해하는 입장에 저도 있습니다. ^^ 다만, 경영진이 나서서 희생하는 모습도 보이고, 그렇게 자구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더 좋았을 거 같습니다. 독일 자동차 산업 협회는 정부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을 했죠. 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할 수도 있는데, 이런 식이니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에요. 특히 협력업체들 어려운 곳들 너무 많죠. 그런 곳을 정부와 완성차 업체가 함께 지원하는 방안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스팸 처리되는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