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유럽의 자동차 보증기간, 어느 수준일까?


자동차 제조사들은 무상보증기간이라는 것을 둬 기간 안에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가 책임지고 수리를 해주고 있습니다. 일종의 소비자 서비스인데요. 하지만 차 가격에 무상보증기간 내 발생하는 수리비가 이미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서비스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긴 합니다. 어쨌든 무상보증기간이 길면 길수록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은 분명합니다.


유럽 브랜드 오펠은 한 때 '평생보증'이란 보증 제도를 실시했한 적 있었죠.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파격적인 조치였지만 일부 공장이 문은 닫는 등, 회사의 어려운 시기와 맞물리면서 결국 평생보증 제도는 없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주행거리를 16만 킬로미터로 제한을 뒀기 때문에 마케팅용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큰 반응을 얻었던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유럽 시장에서 자동차 회사들은 보증기간을 얼마나 두고 있을까요? 보증기간의 기준이 되는 차체 및 일반부품을 기준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독일 회사들을 비롯한 유럽 제조사들이 가장 짰고, 일본과 한국 등 수입 브랜드들의 보증기간이 가장 화끈했습니다. 유럽 브랜드들은 아무래도 탄탄한 자국 소비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짧은 기간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는 반면, 일본이나 한국 차들은 보증기간을 통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차이는 존재합니다. 지금부터 확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증 기간을 2년으로 하고 있는 제조사들

독일 : 아우디 / 메르세데스 벤츠 / BMW / 오펠 / 폴크스바겐 / 포르쉐 / 포드

(*포드 유럽 법인과 공장이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관계로 오펠과 함께 독일에 포함시켰습니다.) 


프랑스 : 푸조 / 시트로엥 / 르노 일부 모델들 / 


그 밖 : 피아트 / 지프 / 세아트 / 스코다 / 미니 / 볼보


유럽 내에서 판매량이 높은 브랜드 대다수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고, 주행거리는 많이 달리는 유럽인들의 취향을 고려 대체로 제한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는 한국에서 어떤 조건을 내걸고 있을까요? BMW나 미니의 경우 2년에 거리 무제한으로 유럽과 조건이 같고, 벤츠는 3년에 10만km, 아우디는 3년, 볼보는 3년에 6만km, 폴크스바겐은 3년에 거리 무제한, 푸조와 시트로엥, 그리고 피아트 등은 3년에 6만km, 그리고 포르쉐가 4년에 주행거리 무제한 조건을 두고 있습니다. 유럽에서의 조건과 차이가 없거나, 거리는 제한을 두되 보증 기간을 1~2년 정도 늘린 정도의 차이를 뒀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GLC / 사진=다임러



보증 기간을 3년으로 하고 있는 제조사들 

영국 : 벤틀리 / 재규어 / 랜드로버 / 레인지 로버 / 애스턴 마틴


일본 : 혼다 / 닛산 / 마쯔다 / 스즈키 / 인피니티 / 렉서스 / 도요타 / 르노 (라구나, 캡쳐, 콜레오스, 에스파스) / 미쓰비시 랜서


그 밖 : 마세라티 / 람보르기니 / 다치아 


일본 브랜드 대부분과 르노 일부 모델, 그리고 영국의 고급 브랜드 등이 3년 무상보증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도 보이는데, 대체로 주행거리 제한을 두고 있지 않거나 10만 킬로미터 수준이었고, 르노 그룹 내에 있는 루마니아산 다치아는 초저가 브랜드임에도 3년 10만킬로미터라는 나쁘지 않은 보증기간 조건을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세라티의 경우 3년 6만km로 유럽과 주행거리에서 차이가 있고 벤틀리와 랜드로버는 유럽과 동일한 조건이었습니다.


다치아 두스터 블랙스톰 한정판 / 사진=르노



보증 기간을 4년으로 하고 있는 제조사들

이태리 : 알파 로메오 / 란치아 


그 밖 : 롤스로이스 / 테슬라


차체 및 일반 부품의 무상보증기간을 4년으로 하고 있는 4개의 브랜드 모두 주행거리에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롤스로이스의 경우 한국에서는 3년 6만km의 보증기간을 둬 유럽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롤스로이스 팬덤 / 사진=BMW



보증 기간을 5년으로 하고 있는 제조사들

한국 : 현대 / 쌍용


일본 : 미쓰비시 / 스바루


올해부터 보증기간을 늘린 미쓰비시는 랜서를 제외한 모델들의 보증기간을 5년 10만km로 하고 있습니다. 스바루는 주행거리가 좀 더 긴 16만km까지 적용하고 있었고, 쌍용의 경우는 토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유럽에서 판매가 되는 티볼리와 코란도C 두 모델이 5년 10만km 보증기간을, 나머지 렉스턴 W, 로디우스, 그리고 액티언 스포츠 등이 3년에 일반 부품의 경우 2년을 추가한 3+2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쌍용은 국내에서 체어맨 (7년 15만km)을 제외하면 3년 6만km와 2년 4만km 조건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현대차의 조건이 눈에 띄는데요. 5년에 주행거리 제한 없이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늘 유럽에서 현대차는 이 무상보증기간과 함께 언급이 될 정도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국내와 비교하면 에쿠스나 상용차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3년 6만km 조건인데요. 유럽과 한국 간 편차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영국의 현대차 매장 전경 / 사진=현대차



보증기간 7년으로 하고 있는 제조사

한국 : 기아자동차


기아는 유럽에서 7년의 기간과 15만km의 주행거리를 무상보증기간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는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 기간 면에서 가장 긴 편입니다. 국내에서는 K9의 5년 12만km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승용차가 현대와 같은 3년 6만km의 무상보증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쉐보레가 빠졌는데, 작년 유럽 시장에서 철수를 했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는 제외시켰습니다. 


보수적인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현대와 기아차, 그리고 쌍용차 등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이해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내수 시장과의 다소 큰 편차를 생각하면, 이런 소식을 접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은 씁쓸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뉴 쏘렌토 / 사진=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