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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교통사고 사망자가 없는 도시들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는 일이 과연 사라질 수 있을까요? 세계 10대 사망 원인의 하나이고, 지금도 어디선가에서는 교통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의회는 이 거대한 사회적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하고 1997년 '비전 제로(Vison Zero)'정책, 그러니까 교통사고 사망자를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들겠다는 도로교통법을 통과시킵니다.


비전 제로 철학 '운전자에게만 책임이 있지 않다'

이 정책은 현재 유럽 연합 차원에서 연구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 등, 유럽 외 지역에서도 자신들의 형편에 맞게 추진하고 있는데요. 비전 제로 정책은 교통사고의 원인 연구를 운전자 과실에만 두지 않고 정부의 정책 미흡, 도로 인프라의 비과학적인 설계, 자동차 제조사들의 기술적 한계 등, 운전자 이외의 문제들을 함께 보기 시작하게 만든 일종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교통 안전 성능 시험을 위해 세운 가상 도시 '아스타제로' 모습 / 사진=볼보


MB 정부의 실패로 더 관심을 갖게 된 비전 제로 정책

이명박 정부는 2008년부터 교통사고 사망자를 2007년의 6,166명의 절반 수준인 3천명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통연구원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가 5,299명에 이르렀고, 결국 목표치를 한참 초과하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정책을 거창하게 내세우긴 했지만 그에 따른 정부의 구체적 투자와 관심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죠. 특히 사망자 감소를 내세운 정부가 운전면허 간소화라는 정책을 편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보여집니다.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정부는 유럽과 그외 나라에서 벌이고 있는 비전 제로 운동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데요. 특히 비전 제로의 출발지라고 할 수 있는 스웨덴에 대한 연구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되죠. 스웨덴은 세계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우리와 비교를 해보면, 작년 스웨덴이 인구 백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9명 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많이 줄었음에도 백만 명당 93명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1+2 도로나 회전교차로 활성화 등, 스웨덴의 다양한 정책들이 이런 결과로 이어졌고, 우리도 스웨덴 방식을 연구하고 일부 받아들이며 더 줄이려는 노력을 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유럽 내에서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가 한계점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사망자 수 0이 가능할까?

최근 2~3년 유럽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미세하게 증가한 상태이고, 현재 상황에서는 이 수치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 일부 교통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따라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 0은 상징적인 것일 뿐 실제 달성은 어렵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이 각 종 안전장치를 개발하고 있고, 자율주행의 활성화, 그리고 잘못 설계된 도로를 재정비하는 등의 노력으로 지금보다 더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긍정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인상적 자료가 시선을 잡아 끌었는데요. 독일의 안전인증 기관 데크라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도시들을 현황판을 만들어 계속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인구 5만명 이상 도시에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 이를 표시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죠.


데크라 비전제로 현황판 / 캡쳐 =dekra-vision-zero.com

 

데크라의 자료에 따르면 인구 5만 명 이상 도시를 기준으로 사망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지 않았던 도시는 총 2398개 중 808 곳이었습니다. 1년 동안 사망자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도시는 395개, 2년 연속 발생하지 않은 도시는 231곳, 그리고 3년 연속 122개 도시, 그리고 4년 연속은 총 56곳이었고, 마지막으로 5년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도시는 4곳이 있었습니다. 


무사망자 도시 수


1. 독일 : 132개 도시

2. 영국 : 130개 도시

3. 미국 : 115개 도시

4. 스페인 : 92개 도시

5. 이태리 : 83개 도시

6. 네덜란드 : 55개 도시

7. 프랑스 : 53개 도시

8. 일본 : 51개 도시

9. 스웨덴 / 폴란드 : 16개 도시

10. 핀란드 : 15개 도시

11. 체코 : 13개 도시

12. 스위스 : 10개 도시

13. 그리스 : 8개 도시

14. 벨기에 : 7개 도시

15. 노르웨이 / 헝가리 : 6개 도시

16. 오스트리아 : 5개 도시


하지만 국가별 전체 도시에서 무사고 도시 비율로 분석하면 순위는 전혀 다르게 나타납니다.


무사고 도시 비율별


1. 영국 : 165개 도시 중 130곳 (78.8%)

2. 스웨덴 : 21개 도시 중 16곳 (76.2%)

3. 네덜란드 : 55개 도시 중 73곳 (75.3%)

4. 핀란드 : 20개 도시 중 15곳 (75.0%)

5. 독일 : 181개 도시 중 132곳 (72.9%)

6. 스페인 : 145개 도시 중 92곳 (63.4%)

7. 체코 : 22개 도시 중 13곳 (59%)

8. 이태리 : 147개 도시 중 83곳 (56.46%)

9. 오스트리아 : 9개 도시 중 5곳 (55.0%)

10. 노르웨이 : 11개 도시 중 6곳 (54.5%)

11. 스위스 : 10개 도시 중 5곳 (50.0%)

12. 프랑스 : 114개 도시 중 53곳 (46.49%)

13. 헝가리 : 21개 도시 중 6곳 (28.57%)

14. 벨기에 : 29개 도시 중 7곳 (24.1%)

15. 폴란드 : 86개 도시 중 16곳 (18.6%)

16. 미국 : 738개 도시 중 115곳 (15.6%)

17. 그리스 : 59개 도시 중 8곳 (13.55%)

18. 일본 : 544개 도시 중 51곳 (9.3%)


그렇다면 앞서 밝힌 것처럼 808개의 도시들 중 5년 동안 단 한 명의 교통사고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은 곳은 어디였을까요? 영국과 네덜란드가 각각 1곳이었고 독일이 2곳 있었습니다. 


영국 : 리틀햄프턴 (해변 관광 휴양도시)

네덜란드 : 하르덴베르크 (농업 중심 도시)

독일 : 도르마겐 (산업도시) / 바트 홈부르크 (휴양 도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근처 고급 휴양 도시 바트 홈부르크의 전경 / 사진=위키피디아


그래도 계속 되어야 한다

이처럼 도시 단위로 분석을 했을 때 전체 대상 도시의 33.6%는 적어도 1년 이상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어 보이지만 정부와 자동차 업계, 그리고 운전자들 모두가 힘을 모아 더 노력을 기울인다면 더 많은 도시, 더 많은 국가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