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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자동차의 오스카상 '황금 스티어링휠' 수상작들


지난 11일, 한국에서는 '빼빼로 데이' '가래떡 데이'다 해서 시끌시끌했었지만 독일에서는 좀 다른 이유로 베를린으로 시선이 쏠렸었습니다. 자칭타칭 자동차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골드 스티어링 휠' 시상식이 열렸기 때문인데요. 독일어로는 DAS GOLDENE LENKRAD (다스 골데네 렌크라트)로 불리는, 굉장히 큰 규모와 권위를 자랑하는 자동차 관련 시상식입니다. 오늘은 이 트로피 얘기와 2014년 수상 결과를 함께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상식 현장. 사진=autobild.de



▶'황금 스티어링휠'상이란?


독일을 대표하는 언론 출판 그룹이라면 악셀 스프링거를 꼽습니다. 악셀 스프링거(axelspringer)라는 사람에 의해 세워진 미디어 그룹으로 타블로이드지 빌트와 중도를 표방하는 일간지 디벨트, 자동차 주간지 아우토빌트 외에 다수의 전문지와 지역 신문을 소유하고 있고, 유럽 여러 국가에 출판 언론 관련 법인을 두고 있기까지 하죠. 종이신문과 디지털 시장 모두에서 흑자를 내며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장사 수완을 자랑합니다.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는 미디어 그룹은 아니지만 아우토빌트와 같은 자동차 전문지를 보면 왜 이들이 돈을 벌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는 전략과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황금 스티어링휠 상은 이 미디어 그룹 차원에서 1976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나름 전통과 권위가 있는 자동차 관련 시상식입니다. 특정 언론에서 주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과 비교할 순 없지만 그 내용을 보면 자동차를 가지고 이렇게까지도 이벤트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트로피 모습. 빌트 암 존탁과 아우토빌트 주관. 사진=axelspringer 그룹 제공




▶어떻게 테스트하나?


매년 10월 초가 되면 1년 동안 유럽에 출시된 신차들을 모아 6개의 카테고리별로 최고의 차를 선정합니다. 이 작업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판정단이 꾸려져 모이게 되죠. 올해도 역시 이탈리아 발로코에 있는 피아트/피렐리 주행 테스트 장에서 3일에 걸쳐 53대의 후보들을 심사했고, 최종 후보군에 18대의 모델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여기서와는 별도로 환경부 장관을 포함한 10여 명의 환경 전문가들은 따로 친환경 자동차 수상작 선정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한달 이상의 과정을 끝내고 지난 화요일에 수상 자동차들이 발표가 된 것입니다. 


주행 테스트를 한 피아트 그룹의 테스트 트랙의 규모 또한 어마어마한데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거의 모든 형태의 도로를 만들어 놓았다고 해도 될 수준이죠. 최장거리 주행 트랙은 20km가 넘고, 스피드 트랙, 오프로드 주행장, 슬라롬 테스트와 비포장 도로 주행로부터 소음 측정용 도로 등, 자동차 테스트의 천국(?)이라고 할 수준의 트랙에서 마음껏 차량을 점검했다고 하는군요.


피아트 그룹 테스트 주행장 전경. 사진=fiatpress.com



▶전문가 그룹 구성 및 테스트 내용은?


차량을 테스트하는 전문가 그룹은 7개 영역으로 나뉘었는데요. 디자이너 그룹/ 기술자 그룹/ 사회 유명인사 그룹/ 레이서 그룹/ 커넥티비티 전문가 그룹/ 자동차 잡지 편집장 그룹/ 그리고 올 해 새롭게 일반인 구독자 그룹이 포함되었습니다. 일반인들의 경우 자동차를 많이 타고 운전을 즐기는 그런 이들로 구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룹별로 5~10명 안팎의 심사위원이 배치됐습니다.


디자이너 그룹의 경우를 보면 네덜란드 건축가부터 이태리를 대표하는 카로체리아 자가토 CEO인 안드레아 자카토 같은 인물들이 참여를 했고, 레이서 그룹은 발터 뢸부터 여성 드라이버로 인기가 많은 수지 볼프 등도 이번에 참여를 했습니다. 전장 전문가 그룹은 주로 IT 관련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편집장 그룹은 프랑스부터 크로아티아까지, 19개국의 아우토빌트 현지판부터 현지 유력 자동차 매체의 수석 에디터들이 모여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각 그룹에게는 자신들이 체크해야 할 항목들이 따로 주어지는데요. 예를 들어 레이서 그룹의 경우 점검하는 부분은 엔진/ 미션/ 서스펜션/ 조향감 / 핸들링 / 제동력 부분이었고, 커넥티비티 전문가 그룹은 내비게이션/ 전화 / 인터넷 연결/ 멀티미디어 / 그밖의 전자 장비 등을 중점 비교했습니다. 그러면 사회 유명인사 (방송 진행자, 스포츠 선수, 가수 등)와 일반 독자들과 같은 경우는 무얼 평가했을까요?


일반 독자 그룹은 트렁크/ 시인성 / 장거리 주행의 안락함 / 수납공간 / 장비 사용 편의성 등을 체크했고, 유명인사들은 좌석의 편안함/ 공간/ 실내 소음의 정도 / 운전 재미/ 활용성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항목별로 1~5점까지 점수를 줄 수가 있었는데요. 이렇게 해서 모인 최종 결과를 이제부터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설적인 레이서 발터 뢸. 사진=bild.de



▶영예의 수상차들


콤팩트/ 크로스오버 부문


3위 :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116.55점)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2위 : 메르세데스 GLA (118.30점)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1위 : 폴크스바겐 골프 스포츠밴 (129.10점)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이 부문에 최종 5개의 모델 (닛산 캐시카이, 시트로엥 C4 칵투스 포함)이 경쟁을 펼쳤고, 1등은 129.10점을 얻은 골프 스포츠밴에게 돌아갔습니다. 체점표를 보니까요. 편집인 그룹에선 닛산 캐시카이가 18.56점으로 1등을 17.94점의 골프밴이 2위를 했습니다. 디자이너 그룹에선 시트로엥 칵투스가 18점으로 1위, 골프 스포츠밴이 2위, 메르세데스가 의외로 16.20점으로 3위밖에 위치하지 못했습니다.


사회 유명인 그룹은 메르세데스 GLA과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를 1위로, 그 다음이 골프 스포츠밴이었고, 기술자 그룹에선 18.67점을 얻은 골프밴이, 2위는 GLA, 3위는 시트로엥 칵투스의 차지였습니다. 커넥티비티 전문가 그룹의 결과가 좀 재밌었는데요.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가 23.60점으로 넉넉하게 1위를 차지했습니다. 내비부터 멀티미디어 (만점) 등 항목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일반 독자 그룹에서는 골프 밴이 트렁크와 시인성 수납기능 등이 좋게 평가된 대신 장거리 안락함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는데요. 장거리 안락함 부분에선 벤츠가 월등하게 좋은 점수를 받아서 확실히 A클래스의 단점을 크로스오버에서는 극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SUV 부문


3위 : 레인지 로버 스포츠 (111.10점)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2위 : BMW X4 (128.53점)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1위 : 포르쉐 마칸 (136.03점)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총 5대의 최종 후보군(렉서스 NX, 지프 체로키 포함) 중 마칸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비교적 편집장 그룹에서는 점수 편차가 크지 않았지만 (언론인들 답게?) 디자이너 그룹을 보니까 마칸이 21.40점으로 1위,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18.20점으로 2위, 의외(?)로 X4가 3위씩이나 했고, 지프 체로키는 5.60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이해 감) 받아야 했습니다. 


역시 BMW의 커넥티비티 평가(23.20점)는 좋았고요. 이 부분을 제외하면 포르쉐 마칸은 어떤 그룹에서도 1위의 자리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주행성능을 체크한 레이서 그룹(RENNFAHRER)의 평가에선 렉서스의 NX가 아무래도 더 크고 비싼 경쟁자들에 비해 많이 떨어졌습니다만 종합 점수에선 체로키 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아냈습니다. 



중형 및 오버 클래스 부문


3위 : 메르세데스 C 클래스 (130.44점)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2위 : BMW 4시리즈 그란 쿠페 (131.44점)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1위 : 폴크스바겐 파사트 (137.05점)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캐딜락 CTS까지 포함돼 총 4개의 모델이 이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었는데요. 1~3위 점수가 촘촘한 가운데 캐딜락이 많이 떨어진 4위를 차지했습니다. 무엇보다 쟁쟁한 프리미엄 모델들과의 경쟁에서 파사트가 이겼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편집장 그룹 (19.75점), 디자이너 그룹 (19.80), 커넥티비티 전문가 그룹 등에서 1위를 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기술자 그룹의 경우 메르세데스 C 클래스 (22.50점)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두드러졌습니다. 연비, 친환경성, 안전사양, 마감 등, 거의 완벽했고 수리용의성에서만 파사트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BMW의 4시리즈 그란쿠페는 역시 주행성에서 레이서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장거리 주행과 수납, 사용 용이함 등을 체크한 일반 독자 그룹에서는 C클래스와 파사트가 골고루 좋은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특히 멀티미디어나 인터넷 등, 커넥티비티 능력에서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 준 파사트여서 앞으로도 독일은 당연하고, 유럽 내에서도 높은 판매량이 기대된다고 하겠습니다. 참가로 파사트는 전체 평가 모델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스포츠카 부문


3위 : 재규어 F타입 R (115.90점)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2위 : BMW i8 (118.03점)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1위 : 포르쉐 카이맨 GTS (130.76점)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닛산 GT-R 니스모와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포함 총 5대의 스포츠카가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들 중 포르쉐 카이맨 GTS (자연흡기엔진 모델)가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눈이 간 것이 붉게 표시한 레이서 그룹의 평가내용이었는데요. 닛산 GT-R이라는 강력한 녀석을 제친 비결은 역시 조향감과 핸들링의 탁월함이었습니다. 


반면 주행 성능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재규어 F타입은 사회 유명인사 그룹에서 18.75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디자인에서는 우라칸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려 체면을 조금이나마 세울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라칸은 강렬한 단거지 주행용으로, 재규어는 스타일과 편안함 중심으로, 그리고 카이맨은 모든 면에서 즐기며 탈 수 있는 그런 평가가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i8의 경우 커넥티비티를 제외하면 특별히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썩 부족하지도 않은 차로 보면 되지 않나 생각되는데요. 디자인에서 카이맨에게 밀린 결과는 약간 의외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린 스티어링휠 수상작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총 다섯 대의 친환경 차량이 후보에 올랐고 그 중 골프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GTE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아우디 A3 e트론을 제외하면 점수에서 위협적인 경쟁자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친환경성에 초점이 맞춰진 '그린 스티어링휠' 부문은 환경부 장관을 비롯 다양한 환경 전문가들이 따로 모여서 평가를 했습니다. 이왕이면 주행성능 등도 체크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좀 있네요. 



독자들 투표로만 선정된 소형차 및 카브리오 부문


소형차 부문


3위 : 오펠 코르사

2위 : MINI

1위 : 마쯔다 2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카브리오 부문


3위 : 콜벳 스팅레이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2위 : 알파 로메오 4C 스파이더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1위 : 포르쉐 911 타르가

사진 출처 = netcarshow.com


독일을 비롯 유럽 20개국 자동차 잡지 독자들을 상대로 해서 투표를 했고, 그 결과 소형차에선 마쯔다의 신형 마쯔다2가, 그리고 카브리오 부문에선 강력한 1위 후보였던 알파 레모에 4C 스파이더를 제치고 포르쉐 911 타르가가 그 영예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아무래도 독일 독자들의 참여가 높아 나온 결과라고 생각은 되지만, 저 역시 이 순위에는 큰 불만이 없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명예 황금 스티어링휠 상도 주어졌는데요...



명예 황금 스티어링휠 수상자


황금 스티어링휠 트로피를 쥐고 있는 엘런 머스크. 사진=axelspringer 그룹 제공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사장 엘런 머스크에게 돌아갔습니다. 작년부터 유럽은 테슬라 열풍인데요. 마치 자동차의 아이폰 같은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차도 좋고, 그 좋은 차를 열정을 가지고 밀어부친 그의 열정도 대단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작년에 이 부분은 현대차 그룹 디자인 총괄 사장인 페터 슈라이어에게 돌아갔었죠. 



기념촬영. 사진 출처=BILD.de


자동차 업계의 VIP 300명을 악셀스프링거 본사 사옥으로 초대해 진행된 행사에는 엘런 머스크도 직접 참여를 했습니다. 금 도금 된 (시가로 150만 원 정도 되는 직경 14.7cm의) 트로피를 안고 앉아 있는 이들은 좌측부터 폴크스바겐 그룹의 마틴 빈터콘 회장, 그 옆에 엘런 머스크, 중앙에 악셀스프링거 그룹의 프리데 스프링거 회장, 그 옆이 소리 타카히사 마쯔다 회장, 맨 오른쪽에 트로피 3개 들고 입이 찢어진 분이 포르쉐 수장 마티아스 뮐러 씨입니다. 


1976년 포드 피에스타, 아우디 100, BMW 633 CSi 등을 선정하면서 시작된 황금 스티어링휠 시상식은 올해로 39회째에 들어섰습니다. 80년대엔 일본 차들이 소형차 부분에서 약진을 했었고, 프랑스의 소형 모델들도 꾸준히 선전을 펼쳤죠.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역시 독일 차들의 선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수상된 모델들. 자료=axelspringer 그룹 제공


역사 브랜드별 수상 횟수. 자료=axelspringer그룹 제공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떤 자동차들이 영예로운 트로피를 쥐게 될까요? 그리고 언제쯤 우리나라 자동차들은 여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요? 자동차쟁이들이 자동차에 쏟는 열정을, 역시 뜨거운 열정을 갖고 평가하는 이런 시상식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날 날은 혹 있을까요? 참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자료 모으고 정리한 블로거에게도 박수 부탁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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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황금 스티어링휠 수상모델들. 사진=axelspringer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