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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獨 자동차 잡지가 전해주는 최신 소식과 비교평가기

골프7 누수 및 벤츠 A클래스 사건 전말



지난 주에 올린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들의 별점'이라는 포스팅 댓글란에 몇몇 분이 폴크스바겐 골프가 독일에서 누수와 관련해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가 한국에서 기사화 됐는데 누수가 사실이냐는 문의를 해오셨습니다.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더군요. 저는 사실 모르고 있던 얘기였거든요.

 

급한대로 몇 군데 찾아 봤지만 관련한 내용이 안 보이더군요. 혹시나 싶어 독일 골프7 포럼에 가봤습니다. 쭉 내용을 훑어 보는데 실내가 물로 인해 젖었다는 질문이 하나 보였습니다. 내용은 대략 보조석 바닥을 청소하려고 하는데 시트가 젖어 있더라는 거였죠. 바로 정비소에 맡겼고 결과는 한 주 후에 나온다는 얘기였습니다.

 

거기에 어떤 오너가 자신도 같은 증세가 있었다면서, 수리센터에서는 에어콘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갑자기 무슨 얘기간 싶더군요. 일단 한국 기사를 검색해 봤습니다. 골프 누수와 관련한 기사가 서너 개 보였는데 내용은 크게 둘로 나뉘더군요.

 

하나는 독일 언론들에 이와 관련한 내용이 공개가 됐다는 것이고, 다른 한 기사에는 차의 결함 가능성이 제기 되어 있었습니다. "언론들?" 아무리 뒤적여도 없던데 무슨 소리지? 라고 갸우뚱하고 있을 때, 등잔밑이 어둡다고 해야 하나요? 아우토빌트라고 제가 정기구독하는 잡지에 이와 관련한 내용이 떡~~~하니 실려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난 주 목요일 발행된 아우토빌트에 실린 골프 누수와 관련된 기사입니다. 아마 이 내용을 영어권 언론이 다뤘고 그걸 다시 한국 언론 일부에서 기사로 올린 게 아닌가 싶더군요. 그래서 스케치북다이어리에서는 뺑 돌아갈 필요 없이 바로 아우토빌트에 실린 내용을 여러분들께 공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해서 누수 얘기가 나왔고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지금부터 확인해 보시죠.

 

우선 골프 누수 문제가 공론화 된 것은 아우토빌트라는 자동차 주간지가 실시하고 있던 내구테스트 때문이었습니다. 내구 테스트라는 건 독일 자동차 전문지들 중 일부가 실시하고 있는 테스트인데요. 보통 10만 킬로미터 정도를 운행하며 그 기간 동안 발생한 고장이나 이상 등을 체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그러면 이 내구테스트를 하기 위해선 차가 필요한데 메이커들이 제공을 하느냐? 그게 아니라 잡지사가 직접 차를 삽니다. 한 명의 소비자와 똑 같은 입장에서 차를 구입해 10만km 주행을 하는 거죠. 그래서 그 결과를 잡지에 자세히 공개를 하게 되는데요. 이 때 나온 데이타들을 가지고 아우토빌트의 경우 내구테스트 순위도 만들곤 합니다. 

 

현재까진 BMW 1시리즈와 마쯔다3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상황인데요. 어쨌든 이 내구테스트 중에 신형 골프도 포함이 되어 있었습니다. 잡지에 따르면 2013년 1.14일에 구입해 현재까지 약 35,450km 정도 주행을 했다고 하는군요. 바로 이 테스트를 진행하던 중에 문제의 누수 사건이 드러난 것입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차 안에서 곰팡이 냄새 같은 게 났던 모양이에요. 이상하다 싶어서 해당 차량 전담하던 잡지사 에디터가 확인을 했더니 보조석 바닥 시트가 젖어 있었던 겁니다. 젖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잡지에 실린 사진을 보면 첨벙 거릴 정도로 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원인을 찾기 시작한 전문가들은 29.90유로짜리 에어컨 연결 호수의 조립이 잘못되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에어컨과 연결된 호수가 차체와 잘 접속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연결 부위가 제대로 조립이 안돼 바깥으로 나갔어야 할 물이 차 안에 고였던 것이죠.

 

                                                               ⓒAutobild

 

아우토빌트 웹사이트에 있는 사진인데요. 제가 붉은색 화살표로 표시를 한 부분 보이시죠? 저기 조립이 잘 안돼 물이 차 안으로 스며들었던 겁니다. 아우토빌트에 따르면 에어컨을 강하게 켜거나 많이 사용한 차량들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같은 플랫폼에 의해 만들어지고 같은 부품을 사용한 아우디 A3나 세아트 레온 등도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요.

 

이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MQB라는 폴크스바겐 특유의 플랫폼 상의 문제나, 차량 구조상의 문제는 아닌 거 같고요. 조립불량에 따른 결과로 보여집니다. 아우토빌트가 기사화 하기 전에 VW 본사에 이 문제를 제기했던 모양입니다. 그 쪽에서 답을 하길, 현재 이와 같은 문제로 서비스센터에 들어온 차량이 46대였다. 수리를 마친 46대 골프에서는 더 이상 누수 현상을 발생하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출시되는 골프에서는 이 부분에서 더 이상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단단히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고 하는데요. 일단 이 문제가 정식적으로 리콜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계속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문제가 더 커지면 뭔가 대응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가만 보면 골프라는 차는 명성에 비해 이런 어이 없는 문제들이 자주 있어 왔습니다. 내구 테스트에서도 티구안 정도를 제외하면 상위 그룹에 속하지도 못했고요. 골프는 이 부분은 분명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어느 기사에는 아우디 A3에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했는데, 아우토빌트는 자신들이 직접 테스트한 차량이 골프 1.4 TSI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확인한 것이 없는 A3에 대한 얘기는 없었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 드렸듯 같은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모델들에도 같은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정도의 언급은 하고 있었습니다.

 

골프 누수와 관련해 한국에서  관심이 컸던 것은 현대차 누수 사건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기사가 나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누수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수의 원인은 현대차 사건과는 좀 다른 게 아닌가 싶네요. 한 가지 한국 운전자들에 비해 독일 운전자들이 부러운 것은, 우리나라는 소비자들이 문제를 발견해 공론화 한다면 여긴 자동차 매체가 나서서 차의 어떤 문제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구조로 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차량 결함이나 문제점에 대해 독자들에게 그 논쟁이 되는 부분을 공개하고 또 해당 메이커의 엔지니어들과 관련한 문제를 가지고 난상 토론을 합니다. 만약 제조사가 수긍할 만한 내용이 제시되면 회사들은 적극적으로 이를 받아 들이는 편인데요. 뭐 독자가 워낙 많고 영향력이 커서 가능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아우토빌트는 골프 누수와 관련한 내용만 실은 게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기간 내구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A클래스, 정확히는 A180 모델에서도 어떤 문제점이 발견되었다면서 함께 기사를 올렸습니다.

 

 

골프 누수 관련 기사 바로 뒷장에 나와 있는 A180 관련한 내용입니다. 골프 얘기만 할까 하다가 그냥 함께 묶어 봤는데요. 이 녀석은 또 뭐가 문제였을까요? 내구 테스트를 받고 있는 A클래스의 경우 2013년 1월 9일 구입을 해서 현재까지 29,850km 주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스티어링 휠에 문제가 발견이 되었다고 합니다.

 

바퀴와 연결된 조향을 담당하는 전자모터는 직진 시 좌우로 치우치지 않게 제로가 되도록 센서가 작동을 해야 하는데 소프트웨어 상의 문제로 직진할 때 스티어링 휠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스스로 미세하게 돌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용어가 어려워서 무슨 얘기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스티어링 휠과 다이렉트로 연결된 전기 모터가 있는데 이게 뉴트럴 포지션에선 작동을 하면 안됩니다. 그런데 전기적 오류로 직진 시 전기모터가 작동하며 개입을 하게 된다는 그런 얘기입니다. 

 

이런 현상은 A클래스, B클래스, 그리고 CLA 등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아우토빌트는 주장했는데요. 벤츠 쪽에 당연히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다임러는 공식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지만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올 5월부터 조립된 A클래스에선 개선된 소프트웨어가 장착이 되었다고 아우토빌트에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5월 이전에 조립된 A클래스에서는 이런 현상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이 역시 리콜까지 가능한 사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역시 마음 편하게 차를 타려면 전자장비가 덜한 차가 답이지만 요즘 차야 어디 그렇습니까? 전자장비 없는 차는 이제 상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말 요즘 나오는 차들은 바로 사면 안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더 들게 됩니다.

 

급한 경우 아니라면 신차 구입은 충분히 검증이 이뤄진 후에 사는 것도 좋겠단 생각입니다. 앞서 언급한 두 차량 모두 이런 문제점을 제외하면 별 탈 없이 현재까지 만족스러운 과정을 보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골프는 문을 여닫을 때 소음이 좀 나는 문제를, 그리고 A클래스는 역시 아주 안 좋은 시인성이 지적되었습니다. 과연 10만km 테스트 다 마쳤을 때 골프와 A클래스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제가 그 때까지 안 잊어버리고 있다면 그 결과를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골프 누수 문제는 정리가 되셨죠? 좋은 한 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