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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디젤과 가솔린차 히터 속도차, 어느 정도일까?

춥습니다. 제가 사는 독일이나 한국이나 2월 추위로는 이례적일 정도로 영하권 기온이 연일 펼쳐지고 있죠. 이렇게 추운 날 운전자들에게는 한 가지 간절한(?) 바람이 있는데요.  시동을 켜고 히터를 틀었을 때 차 안이 빨리 따뜻해졌음 하는 점입니다.

그런데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디젤차들의 경우,  가솔린에 비해 차 안이 따뜻해지는 속도가 늦어져 출근길 운전자들에겐 말 못할 고통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분들이 자주 방문하는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도 이런 디젤과 가솔린의 히터 능력에 대한 논의들이 종종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렇다면,

정말 가솔린차량과 디젤차의 히터 속도는 차이가 있는 걸까요? 그리고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차이일까요? 또, 어떤 이유로 인해 이런 히터속도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요?...이와 관련해 예전에 저도 포스팅을 한 적이 있지만, 오늘은 독일 운전자클럽인 아데아체(ADAC)가 직접 여러 대의 자동차들을 테스트해 그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체적으로 디젤차들이 가솔린 자동차에 비해 차 안을 데우는 속도에서 늦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데아체는 영하10도의 기온에서 차 실내 온도가 22도에 올라가기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했습니다. 그랬더니 실험차들 중 가장 빠르게 목표 온도에 다다른 차는 메르세데스 E클래스 500 쿠페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약 9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반면에 세아트 이비자 디젤 모델의 경우 22도가 되는데 30분이나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떤 차종인지 직접적으로 온라인 상으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모델은 37분이 지나서야 22도에 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차체가 크고 작고의 차이가 있을까요?

 만약 차체의 크기가 영향을 미친다면 스마트 같은 모델은 5분이면 따뜻해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포투 쿠페 1.0디젤의 경우 20분 정도가 걸려야 22도에 다다랐다는군요. 히터의 능력은 차체의 크기, 실내 공간과는 그닥 상관이 없다는 것이 아데아체의 이야기였습니다. 

또 일본 하이브리드 모델인 아우리스 1.8이나, 혼다 인사이트 1.3 등도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뭐  일본 하이브리드 뿐 아니라 독일 디젤 VW 샤란이나 벤츠 비아노, 스코다 파비아 콤비 1.6, 푸조 807 HDi , 미니쿠퍼 D 컨트리맨 등도 역시 더디긴 마찬가지였고, 같은 모델인 VW 폴로의 경우 가솔린이 디젤보다 8분 정도 빨리 목표 온도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디젤이 이렇게 굼뜬 것은 아닌데요... 

볼보 S60 D5 같은 경우 디젤임에도 10분이면 22도까지 온도를 높이는 것으로 드러나 평가차량들 중 가장 히터 성능이 좋은 디젤차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 물론 속도만...그밖에도 메르세데스 S400 하이브리드, 마쯔다3 2.0 디젤, BMW X5 3.0d, 아우디 TT 쿠페 2.0, 푸조RCZ 155THP, 포르쉐 박스터S 3.4 PDK 같은 차들은 15분 이내에 목표 온도에 도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테스트와 관련해 테스트 받은 차들이 총 몇 대였는지 자료가 안 드러나 아쉬웠는데요. 차후에라도 파악이 되면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출근 시간이 20분이 안 넘거나, 추운 날 짧은 거리를 운행해야 하는 디젤차 운전자들께서는 대체적으로 몸을 녹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할 것이라는 게 이번 테스트의 결과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가솔린과 디젤차의 히터속도에 차이가 나는 걸까요? 기본적으로 디젤과 가솔린 엔진의 구조적 차이, 더 정확히 말해 연료 연소의 차이가 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시는 것처럼 가솔린은 불꽃점화방식이고, 디젤은 공기를 압축해 터뜨리는 압축착화방식입니다.

디젤의 경우 열효율이 좋습니다. 즉 폭발력이 좋다는 건데요. 빵하고 터지며 동력을 만드는 디젤의 경우 열효율이 좋으니까 열이 외부로 방출되는 양이 적게 됩니다. 그러니까 엔진이 늦게 달궈지게 되고, 엔진이 늦게 뜨거워짐으로 냉각수가 데워지는 데 역시 시간이 걸립니다. 냉각수가 빨리 뜨거워져야 거기서부터 히터가 제 역할을 담당하게 되죠. 결국 이런 구조적인 이유로 디젤차 히터는 느리게 발동이 걸리는 것입니다. 가솔린은 이와 반대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기술적인 너무 깊은 질문은 사양하겠습니다. ㅎㅎ)

어쨌거나 요즘처럼 한파가 이어지는 겨울철에는 디젤차가 확실히 대접을 못받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도 앞으론 기술을 통해 가솔린과의 차이를 좁혀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도 지금 당장 추위에 약한 분들, 오돌오돌 떨며 운전하는 거 "난 세상에서 젤 싫어!" 이런 분들은 구매하고자 하는 디젤 모델의 히터능력을 잘 따져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