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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 블로거로서 바라는 작은 소망 몇 가지


우연히 오늘 포스팅을 준비하다 잠시 멈칫하게 됐습니다. 제가 자동차 블로그를 운용하며 내세웠던 첫 번째 목표 '자동차용 포스트500개 작성'이 이뤄져 있었기 때문이죠. 날고 기는 자동차광팬, 전문가들 숲에서 제대로 목소리나 낼 수 있겠나 싶어 주눅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화려하고 멋드러진 시승기나 전문 용어들을 적절히 섞어가며 많은 분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그런 진짜배기들 앞에서 삽질이나 안 하면 다행이겠단 생각을 했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나름 열심히 써나갔던 결과물들을 보고 있자니 제 자신에게 '수고했노라' 칭찬이라도 해주고픈 게 지금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과연 앞으로 얼마나 오랜세월 동안 이 블로그를 유지시켜나갈 수 있을까?'를 잠시 생각해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전 참 운이 좋은 놈이에요. 예전부터 유럽에 대한 관심이 있었죠. 관심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막연하게나마  그 곳에서 살아보는 것은 어떨지를 상상해보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바라는 곳에서 살고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현실은 상상의 그것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랐지만 (그 다름이라는 것이 실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냉정한 삶의 영역으로 동화책과 같은 이상이 들어온 것이라고나 할까요?) 고마워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고마운 점은 자동차팬으로서의 입장입니다. 유럽, 그것도 독일하면 자동차의 나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자동차의 이야기를  세계 곳곳에 계신 한국분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이고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자동차 블로거가 되길 잘했다 생각되는 가장 큰 이유죠. 하지만 단순히 많은 분들과의 좋아하는 자동차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머무는 것은 너무 수동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족하지만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이 어떤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면...감히 이런 생각들까지도 하게 됐던 것이죠. 그래서 이제부터는 자동차 블로거로서 제 자신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바라는 점, 소망하는 바를 몇 가지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소망은 500개의 자동차 관련 포스팅을 더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현재 500개를 썼으니, 앞으로 500개 더 하면 1,000개 정도의 자동차 관련 글이 완성되는 것인데요. 칼을 뽑았으면 적어도 천 개 정도의 포스팅은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후에는 또 어떻게 목표가 설정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이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 볼 생각입니다.


두 번째 소망은, 자동차를 기계적인 대상이 아닌 문화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가는 것입니다.

자동차는 기계이지만 그 어떤 기계 보다 사람과 밀접하며 소중하고, 또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와 우리의 삶은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이러한 다양성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통해 각 나라마다 살아가는 모양새가 다름을 알 수 있고, 희노애락의 흔적들을 읽고 감상할 수 있음에도 너무 획일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죠. 저는 이런 자동차의 문화적인 측면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강조하고 개발하고 나눠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자동차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네들의 표정이 얼마나 많으며,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를 계속해서 기록해가고 싶습니다.


세 번째 소망은, 자동차의 다양함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앞서 얘기드린 자동차 문화와 연결이 될 수 있겠는데요.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린다면, 자동차 운전습관이나 이와 관련된 법규에 대함. 또는 해치백과 왜건에 대한 저변을 넓히는 일. 유럽차와 아시아와 미국차의 특징은 뭐고, 이들의 짙은 대비감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등의 이야기 등을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차에 대한 편견, 혹은 오해를 조금이라도 거둬내고, 좀 더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방향을 만들고 싶습니다. 매우 거창하고 주제넘을 수 있겠지만 목표는 거창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그 비슷하게나마 갈 수 있을 테니 말이죠. 뭐 그렇게 어여삐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소망은,


나이 60이 넘어서도 이 열정과 즐거움이 소진되지 않은 채 지금처럼 계속해서 자동차 이야기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

남들에 비하면 좀 늦게 이런 것을 시작했지만 대신에 좀 더 늦게까지 이 넘의 '4바퀴 역사' 속 저~~한 귀퉁이에 먼지처럼 꾸준히 남아갔음 합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삶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일찍 물러나게 합니다. 물러난 사람들의 삶은 매우 빨리 쇠해지고 무기력해지죠. 그런 삶의 무력함을 맛보기 싫어서라도! 저는 꾸준이 자동차 이야기를 해나가고 싶습니다. 아 물론 단지 저 하나만의 삶을 지탱시키려는 목적은 아닙니다. 가능만 하다면, 여기서 저와 함께 떠들고 웃고 하는 많은 지금의 분들과 그 때에도 여전히 지금의 모습처럼, 지금의 유대를 함께 하고 싶은 것입니다.

너무 이상적이라구요? 언제 지칠지 모르는 일에 너무 애쓰는 거 아니냐구요? 이런, 이제 시작인데 벌써 초를 치시렵니까?... 하하 그럴지도 모릅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그것도 익명의 인터넷 시대에. 하지만 저는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 삶의 연속성에 의지한 채 이런 작은 바람들을 지켜내고 싶을 뿐입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낙엽이 지면 쓸어담듯이...그렇게 삶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길...그런 자동차팬으로 살아가길 스스로에게 다짐해 봅니다.

(12월 초에 한국 방문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스케치북 다이어리 방문자 분들 만나 뵙고 싶은데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