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 구입 후, 남의 떡이 커보이지 않으려면?


오늘은 약간 색다른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가끔씩 이 곳에 두 가지 자동차 모델을 놓고 어떤 것을 구매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댓글을 올려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은데요...


떠오르는 신성 시트로엥 DS3 대 언제나 매력적인 소형의 강자 미니 쿠퍼.




한 집안 싸움 GTD대 GTI...

이렇게 성격이 비슷한 모델들을 놓고 고민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모델들을 놓고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티구안 대 제타라든지...



i40 대 K5 하이브리드 같은 것이죠... 

제가 이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메르세데스 GLK 대 아우디 S5 스포츠백입니다.  좋은 차는 타고 싶은지 화려하기 그지없죠? 뭐 속으로의 고민이야 어떤 것으로 못하겠습니까... 어쨌든, 이렇게 고민 끝에 차를 골라 내 차를 만들었지만 왠지 자꾸만 선택하지 않은 다른 차가 떠오르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계속 밀려들어옵니다. 급기야 ' 괜히 이 차를 샀나 봐. 그냥 다른 거 할걸...' 이란 소릴 하게 되는 것이죠.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그리고, 자동차를 구입한 후, 남의 떡이 더 커보이지 않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차 사고 후회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해법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몇 가지 나름의 방법을 적어보겠습니다. 특히, 성격이 다른 자동차를 놓고 고민하는 분들에게 짐을 덜 수 있길 바랍니다.


자동차 구매 전

1. 우선 첫 번째로 생각하셔야 할 것이, 정말 내가 지금 자동차를 구입해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무슨 소리슈? 필요하니까 구매하는 거지!!" 이렇게 화내실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제 주변을 보면 지금 있는 자동차를 그대로 타도 충분할 거 같은데 자꾸만 스스로에게 차를 바꿔야 한다는 자기암시를 주입해 스스로 구매의 정당성을 갖게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기 최면이죠. 

그런데 절박하거나, 누가 봐도 새 차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엔 자칫 자신이 선택한 차에 대해 남들 모르게 후회하며 속앓이를 할지도 모릅니다. 절박하지 않았기에 만족감이 덜 하고,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금새 사그라들면 자연스레 차를 돌보는 애정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2. 두 번째는 나의 운전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출퇴근이나 주말에 교외 나들이가 주된 목적인 분과, 자영업하는 사람으로 짐도 많이 싣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는 등, 험하게 차를 써야 하는 분들은 분명 자동차 선택이 다를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진을 찍는 일이 업인 분들은 장비도 많고 다니는 곳도 일정치 않기 때문에 왜건이나 SUV가 어울리겠죠. 반면에 아침 7시 반에 출근길에 나서고 저녁 7시에 퇴근하는 도심 생활 중심의 오너는 안락함이 중요합니다. 특히 뒷좌석에 사춘기 아이들이나 부모님을 태우는 일이 많을 경우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의 경우도 이런 면을 놓고 고민합니다. 아무래도 짐을 싣고 왔다갔다 할 일이 많을 거 같은 독일 생활에서는 S5 보다는 GLK가 더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아우토반을 달릴 때는 껑충한 GLK 보다는 S5같은 자동차가 더 매력적이죠. 그렇다면 어떤 생활패턴을 갖고 있는지 그 빈도에 따른 선택을 하는 것이 덜 후회될 것입니다.


3. 세 번째는 자동차를 일정기간 소유하고 있다 되팔 때, 이왕이면 좋은 가격을 얻고 싶은 분들은 이런 중고차 가치까지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처음에 살 땐 좋았는데, 사고 나서부터 해가 바뀔 때 마다 가격 하락폭이 심하게 떨어진다면 정말 속 많이 상할 겁니다. 감가삼각에 대한 고민을 잠시 해보는 것이 되팔 때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속상함을 줄이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자동차 구입 후

1.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리와 노력입니다.

차 사고 처음 며칠은 잠도 제대로 못 잡니다. 심하면 파자마 바람으로 그냥 주차장으로 달려나가 어디 긁힌 곳은 없는지, 타이어에 이상은 없는지 세심히 둘러보게 되죠. 어디 그 뿐인가요? 운전석에 앉아 이것저것 한도 끝도 없이 만지작거리며 동트는 줄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애정과 관심이 꺼지는 순간, 그 때부터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다른 차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지금 타고 다니는 모델과 같은 후보군에 놓고 고민하던 자동차가 자꾸 그리워지기 시작합니다. 혹여 누군가 내 앞으로 그 차를 몰고 지나가기라도 한다면 먼지 잔뜩 끼고 글로브박스에 휴지로 가득한 내 차에 대한 애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자동차는 나와 함께 달리고 움직이는, 그러면서 나의 안전과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아주 중요하게 역할을 하는 매우 독특하고도 유용한 삶의 도구입니다. 얼마나 관리하고 얼마나 오래 애정을 갖고 함께 하느냐에 따라 기분 좋은 추억도 많아질 것이고 깊어질 것입니다.


2. 두 번째는 1번과 연결이 되는 내용인데요. 내 차의 단점 보다는 장점을 더 많이 발견하려 노력하자는 겁니다.

 
샀더니 이래서 안 좋다. 저래서 후지다. 이렇게 자꾸 투덜대고 불만을 얘기하게 되면 그만큼 애정은 빨리 식게 됩니다. 설령 내가 선택한 자동차가 남들 차 보다 객관적인 면에서 못하다고 해도 적어도 주인인 나는, 좋은 면만 보려 노력하고, 괜찮은 점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긍정적인 면을 드러내다 보면 정말 내 차는 그렇게 좋은 자동차로 되어 있을 것입니다. 아시죠? 칭찬은 자동차도 춤추게 한다는 거...


3. 세 번째는 내 차와 함께 할 수 있는 야외활동이나 동호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요즘 얼마나 온라인 동호회가 활성화 되어 있습니까? 실제로 만나서 같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유용한 정보도 교환하고, 문제가 있을 때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열성적으로 바삐 활동하다 보면 남의 떡에 괜히 한 눈 팔지 않게 될 것입니다.


4. 마지막으로, 큰 틀에서 자동차의 라이프사이클을 잡아보는 겁니다.

차를 구매하고 나서 떠나 보낼 때까지 5년이면 5년. 10년이면 10년...아니면 서로 인연이 다하는 날까지 쭈욱~...어떤 형태로든 계획을 세워보십시오. 차계부와는 다른 개념인데요. 10년을 타겠다고 한다면 몇 년에 한 번씩 대대적인 수리 점검을 할 것인지, 부품은 어떻게 언제쯤 갈아줘야 하는 것이 좋은지, 광택은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이며, 인테리어에 변화를 줄 것인지, 준다면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자동차의 生'을 한 번 계획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전체적인 계획과 틀 안에서 차를 대한다면 남의 떡 신경 쓸 겨를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주제넘게 이런 저런 소리 많이 했습니다만, 거금 주고 산 내 차가 남의 떡에 밀려 괄시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동차를 잘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먼저 내 자신의 마음가짐부터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