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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폴크스바겐 회장을 짜증나게한 현대 i30


오늘 아주 짧지만 재미난 기사를 하나 봤습니다. 프랑크푸르트모토쇼에서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였는데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VW 회장 마틴 빈터코른 회장이 직원들 이끌고 현대가 내놓은 신형 i30의 부스에 찾았습니다. 그가 i30에 관심을 표명한 것이죠. 어떤 차였는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현대가 유럽시장 특히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고 있는 모델이 i30이고, 이번에 신형을 내놓으면서 VW 골프를 위협할 모델 중 하나로 평가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VW의 관심은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거기다 마틴 빈터코른은 예전부터 현대차의 성장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었고, 2018년까지 양산차 메이커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본의 토요타와 한국의 현대차는 가장 위협적인 메이커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죠.

그런데 유투브에 오른 동영상을 보면 마틴 빈터코른 회장이 i30을 둘러보고, 운전석에 앉아 이것저것 점검하다 다소 신경질적으로 '비숍!' 하고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회장이 부른 비숍 씨는 VW의 또 다른 수석 디자이너 클라우드 비숍을 지칭하는데요. 대화내용 정리해보면 대충 이렇습니다.

회장 : 이 차 이 거 흠이 거의 없어 보이는군. (핸들을 잡아 보며) 흔들림도 없어!... 비숍!

클라우드 비숍 달려온다. (안경 쓰고 머리 벗겨진 사람)

회장 : (짜증섞인 목소리로) 우린 왜 이런 차가 없는 건가?

비숍 : 우리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그게 너무 비싸서...

회장 : 어쨌든 이 친구들은 (현대지칭) 하잖소?

비숍 : ...



이 후, 줄자로 여기저기 재보기도 하고 선바이저 툭툭 만지작 거리고는 차에서 내립니다. 마틴 빈터코른은 최고 경영자이자 유능한 자동차 엔지니어죠. 그래서 기술적인 면과 경영적인 측면 모두에서 자동차를 볼 줄 아는 안목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뭔가 열심히 A필러 쪽을 확인하는 것으로 봐서는 차체 설계와 관련된 어떤 점을 확인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독일 기사에서는 기분좋게 모토쇼를 찾았던 VW 회장이 불편한 기분으로 떠났다며 상황을 설명했는데요. i 시리즈의 성공적인 발전에 강한 부담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사와 관련해 굉장히 많은 댓글들이 달려 있었는데요. 현대차가 더 이상 싸구려 메이커가 아니다라는 의견들도 많았고, 사실 한국차라고 해도 디자인이나 부품, 핵심 인력들이 모두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외국인이며 외국 부품 아니냐?는 의견. 되려 마틴 빈터코른의 솔직한 행동이 인간적이어서 보기 좋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독일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 회장의 경계심 어린 태도는 현대차가 어느만큼 성장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토요타의 회장 역시 현대차 성장에 분해했다죠. 이제 누가 뭐래도 현대차는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한국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급격하게 돌아서고 있는 분위기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뿌듯한 마음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마냥 좋아라 하고 으쓱대기만 하기엔 현대차가 바뀌어야 할 점들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온전히 박수치고 응원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현대가 좀 더 많은 쓴소리들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받아들여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아무리 해외에서 극찬받고 시장 점유율 넓혀가도 내수시장에서 지지받지 못한다면 그건 반쪽짜리 성공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