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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현기차 유럽전략형 모델에서 아쉬운 점

오늘은 소소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무시하기엔 아쉬운 현대, 기아자동차의 유럽전략형 모델들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또 뭔데? " 이러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실 분들껜 별 내용이 아닐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여러분은 자동차 기름 넣을 때 거의 주유원들이 있는 주유소를 이용하고 계시죠? 그러니까 차에서 내릴 일 거의 없기 때문에 주유구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크게 중요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뭐 미국도 마찬가지구요) 거의 대부분의 주유소가 운전자가 직접 주유를 하게 돼 있습니다.

  
저희 동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는 사진입니다. 셀프예요. 어딜가나 대부분 그렇습니다. 그런데 차를 자세히 보시면 주유구가 운전석 반대편 쪽에 위치해 있죠.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은 대부분 이렇게 오른쪽에 주유구가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주유소도 이에 맞게 주유기들을 배치해놓습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보세요. 주유기가 오른쪽 주유구에 맞춰져 있습니다. (물론 왼쪽도 사용가능하지만 기본이 오른쪽이죠. 도로와 연결된 걸 보세요.) 이렇게 해야 운전자가 타고 내리기 편하고, 주유소 나가고 들어가는데도 다른 차들과의 흐름에 맞출 수 있습니다. 한가한 주유소야 상관없지만 작고 복잡한 곳이라면 주유구 위치 때문에 짜증낼 일이 반드시 생기게 되는 것이죠. 맨 위에 저희 동네 주유소가 그렇습니다. 어쨌든 오른쪽 주유기와 주유구가 유럽의 기본설정입니다. 그러면 한국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와 기아차에서 만드는 모델들의 주유구는 어느 쪽에 있을까요?


이렇게 왼쪽에 있습니다. 운전석 뒤쪽에 있는 거죠. 앞서 말씀 드렸지만 한국은 대부분 주유원이 있는 주유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게 무슨 대수인가 싶으실 거예요. 뭐 몇몇 분들이 이미 말씀하셨듯, 일본 자동차 문화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서 오른쪽 주행하는 도로시스템을 갖고 있는 한국에서 아직까지 왼쪽 주유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점은 머플러 위치와 연관지어 이미 많은 분들이 어필을 했던 것이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고속도로 갓길에서 긴급 주유를 할 때, 왼쪽 주유구는 운전자가 대단히 위험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또 가급적 기름 탱크와 운전석이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하는 것도 자동차에 대한 기본적 마인드가 아닌가 싶거든요. 뭐 어쨌든, 한국에서의 논란은 한국에 계신 분들이 잘 논의를 하실 거라 믿구요. 저는,

그래도 유럽전략형 모델이라고 명명된 현대 i10, i20, 그리고 기아의 벤가와 씨드와 같은 차들은 유럽형 모델들 답게 주유구가 오른쪽에 있는 것인지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제가 이런 포스팅을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독일 주유소에 한국 여자분이 현대 싼타페를 타고 주유소에서 내리다 차문을 주유기에 콱~!하고 찍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죠.

주유소가 복잡한 가운데 다른 차들과 주행 방향 반대로 주유기에 차를 바싹 댔던 것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뭐 한국에서 만들어 들어온 차니까 그럴 수 있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까 갑자기 그렇다면 유럽전략형 즉, 오로지 유럽시장에 맞게 유럽시장만을 겨냥한 유럽차 씨드 벤가 i10과 같은 차들은 어떨까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봤더니...


사진 순서대로 i10, i20, 씨드SW, 벤가입니다. 주유구가 모두 왼쪽에 있군요. 물론 이 사진은 영국수출용 사진은 아닙니다. 대부분 오른쪽 주유구를 사용하는 유럽국가들을 대상으로 판매가 되는 모델들입니다. 유럽 전용이라면서 어째서 한국과 똑같은 방향에 주유구가 있는 걸까요?

이게 무슨 현대차가 반드시 왼쪽에 주유구를 만들겠다는어떤 특별한 철학이 있어서는 아니구요. 그냥  공유되는 플렛폼때문에 왼쪽 주유구가 그대로 만들어지는 겁니다. 아니, 그럴 겁니다. 그러면 일본차들은 수출용으로 특별하냐? 라고 반문을 하실 거예요. 네 특별하지 않습니다.

 
토요타 프리우스나 혼다 어코드 등도 왼쪽 주유구가 있습니다. 당연히 운전석 반대방향이자 주유구가 달리는 도로의 반대편인 거죠. 하지만 수출용 역시 그대로 들어옵니다. 토요타 라브4 EU버젼이라고 떡하니 유럽전용이라고 해놓고서도 그 차 역시 주유구는 왼쪽에 있습니다. 걔들도 문제인 거죠. 
 

반면에 닛산의 경우, 미크라나 큐브같은 차들은 여전히 주유구가 왼쪽에 있지만 수출주력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로그, 카쉬카이, 쥬크 등은 주유구가 모두 오른쪽에 있습니다. 르노와 플랫폼을 모두 공유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적어도 그 나라에 그 문화권에 수출을 하려면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까지도 고려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주유소에 생각없이 잘못 진입해 주유구 때문에 길게 주유라인을 뽑아 억지로 반대로 끌고와 기름 넣는 사람들 자주 목격되고, 한국에서 막 독일로 온 주재원 가족들 주유소에서 주유입구 문제로 당황하며 허둥되는 게 툭하면 나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 기아차 정도라면,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모델들이 한국내수용도 아니고 아예 '유럽전력형 모델' 이라고 확실하게 성격을 구분 지어 명명이 된 것이라면 주유구 문제는 고려대상이 됐어야 합니다.

물론, 탱크 위치나 머플러 등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는 합니다. 그것이 비용대비 효율성의 문제인지 아니면 정말 기술적인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실생활에서 경험되는 문화적 차이까지도 반영할 줄 아는 게 진짜 글로벌 브랜드가 아닐까요? 기대도 없으면 이런 요구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요구들이 계속 무시된다면...기대도 사라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