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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BMW, 베엠베로 쓰면 문화적 사대주의자?


자동차블로그를 하면서 저는 그닥 방문해주시는 분들과 댓글 등을 통해 큰 충돌은 없는 편입니다. 다행이긴 한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문제적(?) 포스팅이 부족하다는 의미도 되겠죠. 그런데 최근에  댓글, 그리고 또 다른  비밀댓글 뭐 이런 걸 통해 두 번씩이나 제게 어떤 문제를 지적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 분들의 얘기는 간단하게 얘기해서 "왜 베엠베라고 쓰느냐?" 라는 것이었는데요. 다들 멀쩡하게 부르는 비. 엠. 더블유를 굳이 그렇게 부르는 건 유식한 척 하려는 의도냐? 독일어를 모국어만큼 할 수는 있으면서 그러는 거냐?... 은근히 사대주의적 태도다.. 등의 불만이었습니다. 

사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라 조금 당황하기는 했었습니다. '이런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되는구나.' 싶어 조금 머쓱해지더군요. 이왕 이렇게 말이 나왔으니까 자동차 브랜드의 호칭과 표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점들을  좀 짚어 보고 싶습니다.


자 여기 1957년형 Mercedes Benz 300SL이 있습니다. 어떻게 읽고 쓰면 될까요?
" 메르세데스 벤츠 "가 맞죠? 만약 영어식이라면 Benz는 "벤즈"라고 발음을 해야할 겁니다. 끝음이 '츠'로 끝나는 건 독일어에서 z가 체트로 발음이 되기 때문인데요. 정확하게 독일어 그대로 발음하고 우리말로 표기를 한 것입니다. 하나 더 볼까요?



이 차는  Porsche 911 GT3 Cup 모델입니다. 우리말로 바꾸면 "포르쉐"가 되죠. 이 것도 정확하게 독일어 그대로 발음하고 표기한 것인데요. Audi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독일식 발음 그대로죠. 그렇다면 BMW는 어떤가요?...



여기 독일에서 현재 팔리고 있는 모든 BMW 모델들이 있습니다. 이제 B. M. W를 영어가 아닌 독일어로 읽어 볼까요? 베. 엠. 베 이렇게 됩니다.

Bayerische Motoren Werke의 앞머리만 따서 BMW가 되었죠. 저는 개인적으로 비엠더블유로 읽든 베엠베로 읽든 모두 다 맞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독일 메이커를 독일어로 읽고 쓰는 게 이상한가요?  그냥 익숙하지 않은 것 뿐이지 사대주의적 마인드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이런 경우를 지적하고 싶은데요. 과거에도 포스팅을 한 적 있지만, Mercedes Benz를  '벤츠'라고 말하면 안되고 '메르세데스'라고 해야한다며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너무 과한 태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메르세데스라고 읽든, 벤츠라고 읽든, 메르세데스 벤츠라고 하든 상관이 없습니다. 미국에서 주로 메르세데스라고 읽는다고 그것이 마치 정답이고 그렇게 해야한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이 더 사대주의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거라고 저는 보여집니다.

 사실 제가 한 때 Volkswagen을 왜 우리나라에선 "폭스바겐"이라고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급적이면 폭스가 아니라 폴크스+바겐이라고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렇다고 폭스바겐을 절대 용인 못하겠다 뭐 이런 맘은 이제 접었죠.  왜냐면 사실 폴.크.스(스는 약발음) 봐.겐 이라고 하고 쓰는 게 가장 독일어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따지자면 대단히 복잡하고 피곤한 일이 될 겁니다.

그런데 아직도 제가 이해 안되는 메이커 하나가 있습니다.  TOYOTA. 이걸 우리나라에선 어떻게 쓰죠? 보통 언론에서도 대부분 도요타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TO~DO~가 되는 것인지 여전히 의문부호예요. 누구 이유 아는 분 계시면 좀 알려주십시오... 


앞서 얘기한 경우는 어떻게 읽고 쓰느냐의 문제라면 마지막으로 보는 문제는 한국 자동차회사들의 경우, 영어표기와 우리말이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건 사람들이 어떻게 읽고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다르게 소리되고 기재되는 문제를 제조사 스스로가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가 현다이 혹은 횬다이...등으로 발음이 되게 되죠. 기아는 키아로 외국에서 말합니다. 왜냐면 그렇게 영어로 적혀 있기 때문인데요. 요즘 외국에서의 현대차 CF를 보면 또렷하게 "현.대"라고 발음을 하던데, 이렇게 되면 쓰는 것과 발음에서 외국애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거 되돌릴 수도 없고 은근히 헷갈리는 일이 아닌가 싶네요. 왜 횬다이가 됐는지 여러 얘기들이 있지만 그거야 처음 이름 지은 사람들이 아는 문제일 테고 여튼, 자신들의 브랜드를 영어로 제대로 표기하지도 못하는 상황은 (이걸 의도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현대차그룹의 불편한 오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Mercedes - Benz 
                                                (메르세데스 벤츠)



                                             Porsche
                                                     (포르쉐)



                                                  BMW
                                           (베엠베 또는 비엠더블유)



                                             TOYOTA
                                                      (토요타)



                                         Volkswagen
                                          (폴크스바겐 또는 폭스바겐)

                                      
이러면 정리가 되는 건가요? 브랜드는 고유의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읽어주고 표기해주는 게 좋죠. 반대로 자신들의 브랜드를 제대로 표기하는 것 역시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요...어쨌든 다음부터는, 베엠베라고 쓴다고 사대주의니 뭐니 이런 얘기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