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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어느 자동차 디자이너의 열정과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자동차를 디자인한다는 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것이면서 동시에, 자동차 메이커의 기본 이념, 그리고 그 자동차 모델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가치를 계승하는 것이 아닐까 전 생각합니다. 뭐 개인적 생각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누구나 당연히 이해하고 있는 일반적 개념이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오늘 한 젊은 디자이너의 열정과 도전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합니다.

 

 어느 자동차 잡지에서 터키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 "우구르 사힌(Ugur Sahin)" 이라는 자동차 디자이너의 컨셉트카 이미지를 올려 작은 화제가 됐습니다.

 

 

이 친군데, 상당히 젊죠?

네덜란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USD(Ugursahindesign.com)라는 회사를 공동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자동차 회사들의 외주 디자인 작업에 주로 참여하는, 일종의 프리랜서 디자이너라고 봐야겠는데요. 소개가 될 정도니 유명한가? 떠오르는 샛별? 아니면...여튼, 잘 모르겠어서 작품이 뭐가 있나 홈피 찾아 들어가봤더니 이런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첫번 째 이미지는 콜벳 Z03 컨셉트카이고, 두번 째 작품은 페라리 Dino의 역시 컨셉트카 사진입니다. 홈피에 가보시면 마쯔다 프로젝트라고 올려 놓은 것도 있고 몇 가지들을 더 볼 수가 있게 되어 있는데요.

 

 아직까지 작업을 한 작품들이 실제 제품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하는 걸 보면 단순히 자신을 소개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성격의 작품들과 실제 메이커에 의해 수주된 작품들이 섞여 있는, 아직 경력 그다지 깊지 않은 신예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어쨌든, 이 디자이너가 최근에 내놓은 게 앞에서도 언급했던 애스턴 마틴의 컨셉카인데요...애스턴 마틴이라...이 영국메이커를 대표하는 모델들은 어떤 것들이 있죠?

 

 

첫번 째가 밴티지 V12, 두번 째가 DB9, 세번 째가 DBS 볼란테, 네번 째가 꺄악~~ One77, 다섯번 째가 뱅귀시S, 마지막이 라피드..., 한마디로

"삐까뻔쩍"한 모델들입니다. 특히 뱅귀시S의 경우는 2004년 디자인임에도 그닥 뒤쳐지는 느낌이 안 들죠? (사실,DB9 보다 쬐금 투박하긴 합니다.ㅎㅎ)

 

어쨌든, 시판되어 팔리고 있는 이 명품차들은 이미 그 자체로 디자인에서 최고점에 있는 모델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걸 어떻게 저 위의 친구가 손봤을지 궁금했습니다.

 

 

어떠십니까, 멋진가요? 아니면 실망스러운가요?

 

물론 이 차는 실제 제작이 된 게 아니라 컴퓨터로만 작업이 되어 있는 이미지일 뿐입니다. 이 컨셉카를 소개한 기자는 우구르 사힌(터키이름이라 발음이 맞나 모르겠습니다.) 의 작품이 매우 디테일에 강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며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차를 본 독일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실망스럽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만들지 마라."  "배트맨이나 타라 그랫!" 등등...마세라티 냄새도 나고, 어떤이는 람보르기니 느낌도 난다하고...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적으로 기자의 칭찬과는 반대로, 네티즌들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 매우 냉정하고 차가운 비판들을 혹시 디자이너가 보기라도 한다면 기죽기 딱 십상이었습니다.

 

저는 어떠냐구요?

음...제가 보기에는 헤드램프는 자신의 작품인 콜벳 Z03에서 따온 거 같고, 뒷태는...

One77 뒷모습

 

애스턴 마틴 One77을 차용한 듯 보여졌습니다. (U자형 리어램프가 그대로 적용됐죠?)

 

아무래도 기자의 입장에선 디자이너의 감각과 솜씨를 객관적으로 높이 평가해 칭찬을 한 게 아닌가 싶었고, 독자들은 애스턴 마틴에 대한 감성적 지지의 차원에서 컨셉카를 혹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둘 다 맞다고 보는 줏대없음이구요..ㅎㅎㅎ

 

우구르 사힌의 스케치들...

 

 

하지만 솔직히... 잘 나왔다 못 나왔다를 떠나! 저는 뭣보다 한 젊은이가 어떤 것에 자신의 온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피터 슈라이어가 어린 시절, 시골집 근처 서킷을 달리는 차들을 보며 꿈을 키웠듯, 이 친구도 자신을 이 길로 들어서게 했을 뭔가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놓지 않고 달려오고 있을 이 디자이너가 멋져보였습니다.

 

별 거 아닌 것에 너무 감정이입을 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도, 앞으로 무수히 부딪힐 많은 실패와 비판들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가 결국, 이루고자 했던 꿈이 성취되길 응원합니다.

 

   " 이봐, 우구르 사힌 씨! 당신이 얼마나 유명한지 아니면 이제 갓 시작한 풋내기디자이너인지 난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도전하고 있는 거 같아 보기 좋습디다. 언젠가...당신이 디자인한 차가 세상 곳곳을 내달리는 날이 오겠죠? 그 날을 위해 같이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