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과 5사이...
어떤 분은 F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지도 모릅니다. 한국식 엘리베이터 문화에 충실히 적응이 되신 분에 의해서 말이죠. 하지만 오늘 제가 말씀 드리려는 3과 5사이는 BMW에 관함입니다.
BMW의 3과 5사이? 가만, 4시리즈가 있었나? 뭐 이렇게 넘겨짚는 분도 계실 거 같은데요. 그것도 아닙니다. 오늘 얘기는 BMW 5시리즈 중에서 4세대 탄생과 관련된 한 디자이너의 이야기입니다. (어라 어제도 오늘도...디자이너 포스팅이군효...)
사진 맨 뒤에 보이는 5시리즈가 바로 폴 브락이 수석디자이너로 있던 때에 만들어진 1세대 E12의 모습입니다. 마르첼로 간디니의 작품을 기초로해서 양산형 모델로 다듬어 낸 것이 5시리즈의 시작이죠.
이 사람이 폴 브락인데요. 워낙에 이야기 거리가 있는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라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하려고 합니다. 그 때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구요...여하튼 폴 브락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 2세대 E28 모델입니다. 그리고... 폴 브락의 뒤를 이어 수석 디자이너가 된 클라우스 루테에 의해서 3세대 모델인 E34가 탄생하게 됩니다.
bmw 4대 수석디자이너 클라우스 루테. 수석디자이너로 임명된 74년의 모습.
또다른 bmw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클라우스 루테... 그의 뒤를 이은 디자이너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미국출신의 크리스 뱅글이었습니다.
이 예술가이고 싶었던 자동차 디자이너는 수 많은 베엠베를 사랑하는 유럽비머들에게 테러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죠. 바로 작년에 홀연히 건축가가 되겠다며 떠난 그는 언제나 식을 줄 모르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는데요. 북미나 아시아권역에서 뱅글표 bmw가 히트를 기록하고 있을 때에도 많은 유럽인들은, 그의 5시리즈인 E60에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답니다.
어찌되었든, 크리스토퍼 에드워즈 뱅글 씨의 뒤를 이어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라는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이너가 2009년 BMW 수석 디자이너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는 크리스 뱅글 시대에 실질적인 행동대장이었죠. 그가 이뤄낸 6세대 5시리즈 F10은 크리스 뱅글의 것을 좋아한 이들과, 그것을 싫어한 사람들 모두를 위하고 달래려는 듯, 장점과 불만을 절묘히 믹스해 놓은 듯 보였습니다.
이렇게 1세대 부터 최근에 나온 6세대까지 언급을 하다 보니 뭐 하나가 빠진 게 있다는 거...눈치채셨나요? 네 바로 "4세대 E39" 얘기가 쏙 빠져 있습니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 4세대 E39를, 이전의 강렬한 직선으로 대표되던 5시리즈가 크리스 뱅글을 만나 완전히 뒤집혀지기 전까지의 과도기적 작품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보닛과 키드니 그릴을 곡선으로 하나로 과감히 묶어버린 것이나, 듀얼헤드 램프를 유리 뒤편에 가둔 것 등은 이전의 모델들에서 눈에 띄게 변화를 준 부분이지만 전체의 흐름을 무너뜨린 것은 아닌 디자인이라는데...문제는
이 4세대를 디자인한 혹은 4세대의 탄생을 이끈 사람이 수석 디자이너가 클라우스 루테로만 잘못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 개오줌님 네이버 블로그 (혹 무단 사용에 대해 말씀 있으시면 사진 바로 내리겠습니다. ^^;)
이번에 한국에서 6세대 5시리즈 론칭행사장에서 4시리즈 소개하는 것에도 클라우스 루테 디자인이라고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죠? 근데 이 4세대 디자인에 클라우스 루테라고 간단하게 적기엔 아까운, 또다른 숨은 주역 한 명이 있었습니다...
클라우스 루테는 1990년 마약중독에 빠진 아들과의 몸싸움 중, 아들을 칼로 찔러 사망케한 사건으로 구속되는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물론 정상참작이 이뤄져 얼마 안 있다 출소를 했지만 그가 실질적으로 Chefdesigner로 역할을 한 것은 1990년까지라 볼 수 있습니다.
사건 후 클라우스 루테의 모습. 고통과 세월의 무게에 이전의 환하게 웃던 그의 모습은 오간데 없군요. 2008년 NSU부스 앞에 나타난 그의 슬픈 모습이 많이 회자되기도 했죠...
급한대로 인테리어 디자인책임자였던 한스 브라운이 잠시 자리를 맡지만, 1994년 크리스 뱅글이 수석디자이너 자리에 오르기까지 2년 정도 최고디자이너 책상은 비어 있게 됩니다.
물론, 4세대 디자인을 미리 준비하면서 클라우스 루테가 어느 정도 개념을 잡았을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1995년에 소개될 때까지 4년 넘는 기간이란 건 클라우스 루테가 아닌, 실질적으로 작업하고 프로젝트를 책임져야할 누군가가 있어야 했던 긴 기간이었습니다.
혹시, 피아트에서 92년에 스카웃되어 온 크리스 뱅글 씨가 아니냐구요? 네, 아닙니다. 그럼 이 어려운 공백기를 도대체 누가 메웠을까요? 누가 실질적으로 스케치를 해나가고 책임자의 위치에서 4세대 E39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을까요? 바로...이 사람 "조지 나가시마 (Joji Nagashima)"였습니다.
바로 이 디자이너인데요. 어라? 근데 왜 3시리즈 E90 위에 앉아 있지?...
혹시...?
네, 조지 나가시마는 1994년에 발표된 3시리즈 E36과 위에 보이시는 2006년 발표된 E90. 그리고 1996년에 발표한 Z3 첫번 째 모델을 디자인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3시리즈 E36(3세대)
3시리즈 E90 (5세대)
Z3 첫번 째 모델
눈에 많이들 익은 모델들이죠?...특히 2006년식 3시리즈는 한국에서도 제법 많이 팔린 모델로 알고 있는데요. 저 모델을 디자인한 사람이 조지 나가시마였다는 건 저 역시 이번 포스팅을 준비하며 처음 안 사실이었습니다.
조지 나가시마는 도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1988년 BMW에 입사를 했다고 하는데요. 그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거쳐 5시리즈 작업을 책임지고 담당했는지 내막을 알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3과 5사이에서 자칫 위기가 될 수 있었던 4세대의 성공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다해낸 조지 나가시마라는 이름이, 클라우스 루테와 크리스 뱅글에 사이에서 무심히 묻혀 지지 않길 바래봅니다.
5시리즈의 역사 속에서 조지 나가시마 그는, 또다른 주인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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