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EU에서 팔린 신차는 1500만 대가 넘었습니다. 자유무역연합 소속인 아이슬란드, 스위스, 노르웨이까지 포함하면 1560만 대가 넘죠. 계속해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던 영국은 EU 탈퇴 결정의 여파인지 6년 만에 판매량이 마이너스 성장세였습니다.
국가별로는 역시 8천 2백만 명이 사는 독일이 유일하게 3백만 대를 넘기며 유럽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습니다. 그다음이 250만 대를 넘긴 영국이었고, 프랑스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2017년 유럽 신차 판매량 상위 5개국
1위 : 독일 (3,441,262대)
2위 : 영국 (2,540,617대)
3위 : 프랑스 (2,110,748대)
4위 : 이탈리아 (1,970,497대)
5위 : 스페인 (1,234,931대)
EU 기준 제조사별 판매량 TOP 10
1위 : 폴크스바겐 그룹 (3,580,655대)
2위 : 푸조-시트로엥 그룹 (1,852,019대)
3위 : 르노 그룹 (1,600,893대)
4위 :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 (1,025,575대)
5위 : 포드 (1,011,722대)
6위 : BMW 그룹 (997,551대)
7위 : 현대자동차 그룹 (970,089대)
8위 : 다임러 그룹 (953,614대)
9위 : 토요타 그룹 (684,186대)
10위 : GM (오펠, 복스홀 푸조 시트로엥 인수 전까지의 물량으로 589,644대)
그렇다면 모델별 결과도 한 번 살펴봐야겠죠? 유럽에서 판매량이 높은 16개 국가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있어서 그것을 기초로 소개해볼까 합니다. 참고로 VW은 EU에서의 신차 점유율이 10.9%였고 2위인 르노는 7.5%, 그리고 6.7%의 포드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폴크스바겐이 유럽에서 가장 많이 자동차를 판 제조사가 된 데에는 골프의 역할이 컸는데요. 독일에서만 작년에 23만 대 가까운 판매가 이뤄졌습니다. 과연 다른 나라에서도 골프는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그 결과를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덴마크
1위 : 푸조 208 (9,838대)
2위 : VW UP (7,232대)
3위 : 닛산 캐시카이 (7,013대)
푸조208 / 사진=푸조
덴마크에서는 푸조의 B세그먼트 소형 해치백 208이 가장 많이 팔렸네요. 그 뒤를 경차 UP이 이었습니다. SUV 캐시카이가 3위에 이름을 올린 게 인상적입니다.
핀란드
1위 : 스코다 옥타비아 (5,694대)
2위 : 닛산 캐시카이 (5,059대)
3위 : VW 골프 (3,991대)
옥타비아 세단 / 사진=스코다
체코 브랜드이자 폴크스바겐 그룹에 포함돼 있는 스코다의 준중형 옥타비아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옥타비아는 준중형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 차의 크기는 중형 수준을 보이는 크고 공간 많고 매우 실용적인 모델입니다. 골프의 많은 노하우가 옥타비아에 들어가 있지만 가격은 골프보다 저렴하므로 상당히 인기가 있는 편입니다. 역시 캐시카이가 핀란드에서도 잘 팔렸습니다. 티구안이 부쩍 추격하고는 있지만 가성비로 승부를 펼치는 캐시카이의 저력이 만만치 않네요.
노르웨이
1위 : VW 골프 (12,164대)
2위 : BMW i3 (5,036대)
3위 : 토요타 라브4 (4,821대)
골프 / 사진=VW
노르웨이에서 골프가 2위와 큰 차이를 두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숫자 안에 전기차인 E골프가 포함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노르웨이는 전기차 판매량과 점유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TOP 3 안에 유일하게 전기차 i3가 들어가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토요타 라브4가 포함돼 있네요. 북유럽에서 SUV의 판매 비중이 높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군요.
스웨덴
1위 : 볼보 XC60 (24,090대)
2위 : 볼보 V90 / S90 (22,593대)
3위 : VW 골프 (20,058대)
XC60 / 사진=볼보
볼보의 나라답죠? 그런데 중형급 SUV와 준대형급 세단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작은 차들이 판매 상위권을 점하는 전체적인 유럽 분위기와는 분명 다릅니다. 볼보의 성장세가 눈에 띈 2017년이었고, 이런 분위기는 2018년에도 이어질 듯합니다. 그러니 스웨덴에선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결과를 보이지 않을까 싶네요. 변수라면 볼보 신형 XC40이 아닐까 싶은데요. 골프가 TOP 3에서 밀려날지도 관심거리입니다.
폴란드
1위 : 스코다 파비아 (18,961대)
2위 : 스코다 옥타비아 (18,854대)
3위 : 오펠 아스트라 (15,944대)
파비아/ 사진=스코다
체코 이웃 국가인 폴란드에서 스코다가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소형 해치백 파비아가 아슬아슬하게 옥타비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벌써 스코다 모델이 두 개 나라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다른 곳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계속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일랜드
1위 : 현대 투산 (4,893대)
2위 : VW 골프 (4,321대)
3위 : 닛산 캐시카이 (4,196대)
투산 / 사진=현대자동차
예상외(?)의 결과입니다. 현대 콤팩트 SUV 투산이 1위를 차지했네요. 투산이 유럽에서 인기가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요즘 캐시카이나 티구안 등의 기세에 조금은 밀리는 분위기였는데 적어도 아일랜드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현대가 아일랜드에 인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일랜드는 16개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SUV가 TOP 3 안에 2개나 들어가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영국
1위 : 포드 피에스타 (94,533대)
2위 : VW 골프 (74,605대)
3위 : 포드 포커스 (69,903대)
피에스타 / 사진=포드
소형 해치백 피에스타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포커스도 3위에 이름을 올렸네요. 지금이야 포드 유럽 법인과 공장이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지만 초기 포드의 유럽 본거지는 영국이었죠. 그래서 여전히 영국인들에게는 포드가 남의 브랜드 같지 않게 여겨지는 듯합니다. 골프가 예상을 깨고 포커스를 따돌린 점도 약간은 예상 밖의 결과였습니다.
이탈리아
1위 : 피아트 판다 (145,919대)
2위 : 란치아 Ypsilon (60,321대)
3위 : 피아트 티포 (56,046대)
판다 / 사진=FCA
이탈리아에서는 역시 피아트 그룹의 영향력이 강력하네요. 특히 경차이자 유럽산으로는 유일하게 사륜구동 방식이 적용되는 판다의 판매량이 압도적입니다. 피아트 500이 아닌 판다가 1위라는 게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유럽에서 판다의 인기는 이탈리아에서의 강력한 인기를 등에 업고 500을 앞서고 있습니다.
그리스
1위 : 토요타 야리스 (5,508대)
2위 : 오펠 코르사 (3,341대)
3위 : 피아트 판다 (3,140대)
야리스 / 사진=토요타
아일랜드에서 한국산 모델이 1위를 차지했다면 그리스에서는 일본산 소형차 야리스가 가장 많이 팔렸습니다. 16개 국가 중 SUV와 C세그먼트 이상의 모델이 없는 유일한 나라가 그리스이기도 합니다.
오스트리아
1위 : VW 골프 (16,932대)
2위 : 스코다 옥타비아 (9,594대)
3위 : VW 티구안 (9,242대)
골프 GTI / 사진=VW
역시 오스트리아에서는 독일 폴크스바겐의 모델들이 두 개나 이름을 올렸네요. 스코다 옥타비아까지 포함하면 모두 VW 그룹의 자동차들이 최상위 순위를 점령했습니다.
스위스
1위 : 스코다 옥타비아 (10,017대)
2위 : VW 골프 (9,500대)
3위 : VW 티구안 (7,110대)
옥타비아 왜건 / 사진=스코다
오스트리아와 TOP 3는 동일하지만 1위와 2위의 주인공이 바뀌어 있죠? 역시 독일과 이웃한 나라이고 비교적 잘 사는 곳들이라 B세그먼트 소형차들 이름이 안 보이네요.
네덜란드
1위 : 르노 클리오 (11,780대)
2위 : VW UP (10,851대)
3위 : VW 골프 (10,015대)
클리오 / 사진=르노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나라 네덜란드에서는 프랑스 모델 소형 클리오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아시다시피 벨기에를 사이에 두고 프랑스와도 가깝죠. 그래서 그런지 절묘하게 두 나라의 베스트셀러가 네덜란드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체코
1위 : 스코다 옥타비아 (27,051대)
2위 : 스코다 파비아 (21,281대)
3위 : 스코다 라피드 (12,407대)
옥타비아 고성능 모델 RS / 사진=스코다
자국 브랜드 스코다의 인기가 절대적이라 해야겠네요. 3위를 차지한 라피드는 유럽에서 흔치 않은 준중형 노치백 스타일의 자동차입니다. 해치백이 절대적인 유럽인지라 체코를 벗어나면 그리 큰 인기를 얻지는 못하는 모델이죠. 다만 라피드는 왜건 모델(스페이스백)이 있기 때문에 왜건 좋아하는 고객들에겐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간 차체가 작다는 게 단점이라 하겠습니다.
스페인
1위 : 세아트 레온 (35,316대)
2위 : 세아트 이비자 (33,757대)
3위 : 르노 메간 (32,131대)
레온 / 사진=세아트
체코에 스코다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세아트가 있죠. 세아트 역시 폴크스바겐 그룹 내에 있습니다. 늘 적자에 허덕이던 이 기업이 최근 살아나고 있습니다. 아우디 그룹 내에 있다 보니 스타일도 최근 아우디의 느낌이 많이 느껴집니다.
스코다가 실용성을 중요시한다면 세아트는 운전의 재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아트는 레이싱 대회 등을 통해 드라이빙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최근에 소형 및 준중형 SUV가 연달아 나오며 유럽에서 경쟁력을 더 높이고 있는 중입니다. 모두 스타일들이 좋고 재미가 있어서 젊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 좋습니다.
스코다 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순위에는 준중형 레온, 소형 이비자가 1, 2위였고 3위는 르노 메간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내년에는 이 3위 자리에 세아트 SUV가 포함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프랑스
1위 : 르노 클리오 (117,541대)
2위 : 푸조 208 (97,663대)
3위 : 푸조 3008 (74,297대)
클리오 RS / 사진=르노
프랑스 역시 모두 자국 브랜드 모델이 1~3위를 차지했습니다. 클리오는 골프가 없었다면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가 됐을 겁니다. 클리오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점은 골프에게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든든한 자국 시장이 버리지 않는 한 골프의 1위 자리를 클리오가 차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네요.
독일
1위 : VW 골프 (228,227대)
2위 : VW 파사트 (72,430대)
3위 : VW 티구안 (71,436대)
사진=VW
벤츠 C클래스가 티구안의 뒤를 바짝 쫓았지만 티구안의 상승세가 워낙 커 순위를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1위부터 10위 안에 VW 그룹 모델(아우디 A4, 폴로, 옥타비아, 투어란)이 7개나 포진돼 있을 정도로 독일에서의 지위는 확실하죠. 물론 디젤 게이트 이후 전체적인 판매량 감소가 있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어떻게 장사를 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기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처럼 유럽에서 골프의 높은 벽은 바로 독일인들의 극진한 사랑에 기인한다 하겠는데요. 8세대가 준비를 하고 있으니 판매량이 떨어질 법도 하지만 골프는 세대교체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편이죠. 이 벽을 깰 수 있는 차가 유럽에서 언제쯤 나올지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합니다.
전체적으로 스코다 옥타비아 선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체코, 폴란드, 핀란드 등에서 1위를 했고, 파비아까지 포함하면 스코다가 4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게 되네요. 르노 클리오는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그리고 골프는 독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골프는 16개 나라 중 9개 나라에서 TOP 3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2018년에는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회가 또 있으면 내년 이맘때 다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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