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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테스트로 드러난 심각한 디젤차 배출가스 실태

올 9월 새로운 자동차 배출가스 측정법이 도입됩니다. 지금까지 배출가스나 연비의 측정은 실험실에서만 이뤄졌죠. 하지만 앞으로는 실제 도로를 달리며 측정하게 됩니다. 대단히 큰 변화인데요. 제조사들이 변화에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한 가운데 최근 독일에서는 놀랄 만한 실험 결과 하나가 공개됐습니다. 

독일 아우토반 위의 자동차들 / 사진=sued-tuev


독일 연방 환경청에 의해 드러난 끔찍한 결과

지난 화요일 독일 연방환경청(UBA)은 홈페이지에 자료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9월부터 시행되는 연비측정법(RDE)에 맞춰 실제 도로에서 디젤차 질소산화물(NOx)을 측정한 결과였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유로6의 법적 기준치를 평균 6배 이상 넘긴 것입니다. 이미 여러 단체나 국가별 테스트가 있었기에 편차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전체 평균이 이 정도로 높게 나온 것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연방환경청은 이번 테스트가 기존과 달랐던 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기온의 변화를 다양하게 가져갔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실제 운전자들이 1년 동안 달린 거리의 절반이 10도 이하의 쌀쌀한 기온에서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디젤차는 기온이 낮을수록 질소산화물을 많이 내뿜습니다.


연방환경청은 이런 현실을 테스트에 반영해 아예 독일의 계절별 평균 기온에 맞춰 실제 도로 테스트를 장시간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다른 특징이 더해졌는데, 보통 시동을 켜고 바로 테스트를 진행하지만 이번에는 엔진이 충분히 예열이 된 상태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측정했습니다.


한 마디로 실제 도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엔진의 상태나 기온의 경우까지 모두 테스트에 반영을 한 것입니다. 그 결과 이전의 테스트들과 달리 훨씬 더 높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록됐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제도의 허점을 그동안 잘 이용해왔던 것입니다.

환경 기준별 실제 차량의 평균 NOx 배출량. 파란 숫자는 법적 기준치이고 흰색 숫자는 실제 평균 배출량 / 자료=UBA


유로5 가장 많은 질소산화물 배출

위에 이미지는 유로3부터 유로6까지 질소산화물 기준치와 실제 도로를 달린 테스트를 통해 나타난 평균 배출량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유로3의 법적 기준치는 500mg/km인데 테스트에 참여한 유로3 자동차들의 실제 도로에서 내뿜은 질소산화물 평균치는 803mg/km로 나왔습니다. 그림을 보면 바로 확인되지만 유로5의 경우 평균 배출량이 906mg/km로 가장 많았고 비율은 유로6가 6.3배로 가장 컸습니다.


참고로 실험에 참여한 유로5의 자동차는 27대, 유로6에 참여한 자동차는 25대였으며 소형부터 SUV까지 골고루 테스트됐다고 UBA는 전했습니다. 연방환경청장 마리아 크라우츠베르거는 "안타깝게도 안 좋은 결과가 나왔고, 지나치게 높은 디젤 배기가스 배출로 인해 고통을 겪는 도심 생활자 수십만을 위한 대책이 어느 때보다 빨리 나와야 한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질소산화물은 호흡기 계통, 심혈관 등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WHO에 의해 1급 발암물질로 규정이 되기도 했죠. 그리고 특히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위급한 국민 보건 영역으로 분류해서 바라봐야만 합니다.

사진=ADAC


하지만 디젤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은 아니다

한때 우리 정부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디젤차를 지목해 논란이 일었죠. 위에 보여드린 자료를 보면 미세먼지의 주범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디젤차의 경우 DPF를 장착해 직접 내뿜는 미세먼지(혹은 분진)를 처리하고 있죠. 오히려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경우 필터를 장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오염원을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디젤차가 대량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 화학반응을 거쳐 미세먼지로 바뀐다는 우리 환경부의 주장이었는데요. 하지만 이는 여전히 명쾌하게 증명되지 않은 부분이고, 학계 일부에서는 광화학 스모그(LA형 스모그)의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의 원인물질로 연관 짓는 건 잘못된 것이라 주장하기도 합니다.


초미세먼지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기체인 질소산화물이 일부 미세먼지 표면에 붙어 독성을 강화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엮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죠. 이는 독일 주환경 연구소가 밝힌 자료를 통해서도 증명됩니다.


타이어와 브레이크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그리고 차량 등이 이동할 때 도로 면에 있던 부유하는 미세먼지 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조사 결론이었습니다. 또한 디젤차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주장이 맞으려면 디젤차가 많은 독일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점점 높아져야 하는데 2016년은 2000년 이후 독일에서 미세먼지 발생량이 가장 적었다고 연방환경청이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디젤차 비중이 낮은 미국에서 광화학 스모그가 높았다는 점도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경우는 미세먼지 발생이 요인이 매우 복합적입니다. 화력발전소나 공장, 그리고 난방 등 이동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 특히 중국 등 해외 발생 부분이 크다는 지적은 유럽이나 다른 지역과 분명히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그렇다면 디젤차의 질소산화물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디젤차 NOx와 미세먼지 각기 다른 해법 찾아야

디젤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실제로는 더 많이, 아니 훨씬 많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이는 오늘 소개한 독일의 연방환경청 자료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확인시켜주고 있죠. 그리고 이 질소산화물은 우리의 건강에 매우 해롭습니다. 


따라서 미세먼지라는 풀어내기 복잡한 관점으로 볼 게 아니라, 건강 위협이라는 국민 보건 관점으로 디젤차 배출가스 문제를 집중해 바라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론 완전히 디젤차가 미세먼지와 무관하다 말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미세먼지와 디젤차 배기가스 문제는 구분해 접근하는 게 맞아 보입니다. 


그래야 좀 더 빨리, 좀 더 정확히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제 이쯤에서 묻고 싶습니다. 디젤 배출가스 문제, 우리 정부는 어디까지 알고 있고 관심을 두고 있나요? 그리고 어떤 대책을 고민 중입니까? 정부가 국민에게 답을 해줄 차례입니다.

추가로 몇 자 적습니다.

오늘 내용은 어제 외고 형태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메인에 먼저 노출되었죠. 달린 댓글들을 봤습니다. 이해가 안 되더군요. 어떻게 이 글을 읽고 '정부가 디젤차 세금 올리려는 꼼수에 동원된 기사'로 해석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오해할 수 있겠다 싶어 '디젤이 미세먼지의 주범이 아니다'라고 썼음에도, 무슨 이유로 이 글이 중국발 미세먼지를 물타기하는 글로 받아들여지는 걸까요? 


사실 예전부터 이런 점에 대한 피로감이 굉장히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글의 진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정보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찾아오는 그런 블로그로만 머물러야 했지만 현실적 이유 등으로 몇 군데 외고를 주다 보니 그렇게 된 듯합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제가 원하는 상황이 마련되는 대로 저는 모든 매체와의 제휴를 끊을 것입니다. 


그리고 블로그 역시 포털에 종속되어 있지 않은 독립적 공간으로 옮겨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100명이든 200백 명이든, 관심을 갖고 찾아주는 분들과 저는 글로 소통하고 싶습니다. 소박한 사랑방처럼, 동네 오래된 식당처럼 그렇게 남아도 저는 좋습니다. 물론 그 때는 지금처럼 일주일에 12편 정도의 글을 매달 쓴다는 약속은 못 드립니다. 하지만 훨씬 마음 편히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겁니다. 


농도를 조절하지 않은 더 깊은 내용으로 더 자유롭고, 더 풍성하게  저만이 전할 수 있는 정보를 나누고 싶습니다. 언제가 될지 지금 당장 약속은 못합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어 무의미하게 글이 소비되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싶네요. 조용히, 꾸준히 스케치북다이어리를 찾고 아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이야기 다시 한 번 전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