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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 시승천국 독일,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

자동차를 산다는 건 보통 중요한 일이 아니죠.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거금이 소비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많은 정보를 찾습니다. 전문 매체나 블로거들의 시승기를 읽거나 보며 정보를 얻기도 하고, 또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돌고 있나 열심히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관심 있는 차량을 직접 타보는 것만큼 생생한 정보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고객 시승 서비스는 제대로 차를 파악하기 쉽지가 않습니다. 우선 시승 시간이 매우 짧은데요. 10분에서 15분 정도, 거리는 2-4km 정도 거리를 달리는 게 보통입니다. 또 옆에 영업사원이 앉아서 시승을 어떻게 하라는 등의, 운전자 의지가 아닌 딜러의 요구가 많이 개입됩니다. 

당연히 차량의 다양한 면을 경험하기엔 부족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전혀 다른 시승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예를 통해, 우리나라 시승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있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시승 신청은 두 가지 방법으로

우선 독일도 우리와 비슷하게 홈페이지를 통해 시승 신청을 하거나 아니면 직접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인터넷을 통하게 되면 주소, 이름, 전화번호, 원하는 모델, 수동 변속기와 자동 변속기 선택, 등의 기본적 질문을 받게 되죠. 그 외에 어떤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지도 묻고, 브랜드에 따라서는 언제쯤 차를 바꿀 생각인지도 묻습니다. 포르쉐 같은 일부 브랜드는 홈페이지에 시승과 관련된 정보를 올려놓지 않고 있는데, 대신 지역 딜러 등에 문의해 시승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일단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시승 가능 여부, 일정 등에 대해 연락이 옵니다. 서로 시간과 원하는 차종 등이 맞게 되면 정확한 시간을 잡아 시승을 하게 되죠. 다만 구체적인 정보를 입력하기 싫은 경우 영업소로 전화를 걸어 시승 일정을 잡아도 됩니다. 독일 시승 시 가장 중요한 점이 있는데요. 시승 날짜와 시간을 반드시 미리 약속한 후에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독일이란 나라 전체의 기본 시스템이기도 하죠.


우리와 전혀 다른 시승 환경 2가지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얼마 전 제가 직접 경험한 2세대 티구안 시승 과정을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폴크스바겐 홈페이지를 통해 시승 신청을 했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딜러에서 메일로 언제부터 시승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죠. 다만 제가 원하는 시간과 맞지 않았고, 며칠 후 다른 영업소를 선택해 전화로 시승 일정을 잡았습니다. 

폴크스바겐 대리점 전경

대리점 내부

오전 10시 50분,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대리점에 도착했습니다. 원하는 시승 시간이 11시였기에 미리 도착을 해야 했습니다. 여성 딜러가 맞아주었는데 간단한 인사 후 신분증과 면허증을 건넸습니다. 복사를 마치고는 서류 한 장을 내밀더군요. 몇 시에 시승해 몇 시까지 차량을 반납하겠다는 내용과 사고 시 부담해야 할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등이 적혀 있는 서류였습니다.

시승 시작은 오전 11시, 반납시간은 오후 12시 45분까지였습니다. 독일은 고객이 자동차 시승을 하는 경우 1시간 정도가 보통 주어집니다. 그런데 반납까지 45분의 여유가 더 생긴 거죠.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슬쩍 딜러에게 물었습니다. "한국이나 캐나다, 미국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10분 또는 15분 정도 시승을 하는데 독일은 어때요?"

그녀는 1시간 정도라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유럽 여러 나라가 독일처럼 1시간 정도 시간을 준다고 답했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등에선 딜러가 동승을 하는데 독일은 왜 안 하는 건가요?" 제 질문에 놀란 표정을 하며 "딜러가 동승을 해요?"라고 그녀는 물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독일에서도 딜러가 동승하는 경우는 있어요. 시승하는 분이 운전에 자신이 없거나 아니면 묻고 싶은 게 많은 경우 등인데, 사실 극히 드물죠. 질문할 게 있으면 시승이 끝난 후에 합니다." 대답을 마친 딜러는 무슨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 작은 목소리로 "정말 딜러가 동승하나요?"라고 되묻기까지 했습니다.

시승 전 사인한 서류. 100km까지는 비용없이 시승할 수 있다는 내용도 보인다.

지금이야 이런 독일 방식에 익숙해졌고, 또 이렇게 시승을 하는 게 소비자에게 더 좋은 것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처음에는 제게도 이런 독일식 시승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1시간 15분가량 주행을 마친 후 다시 딜러와 차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시승 차량인 티구안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제가 조금 떨어져 있는 이 대리점을 찾은 이유가 있습니다. 독일 유력 매체인 아우토빌트가 2016년 베스트 대리점으로 선정을 한 곳이었기 때문이죠.

베스트 딜러 인증서

독일 전역 수많은 영업점 중 소수만이 베스트 딜러로 선정되는데 상담 태도나 능력은 물론, 영업점 환경이나 A/S 능력 등, 거의 모든 면을 점검해 베스트 딜러를 뽑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처럼 직원들은 친절했고 차에 대한 이해력은 고객의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좋은 차를 기분 좋게 시승했고, 좋은 상담까지 받았습니다. 기념으로 딱정벌레 모양의 라이터를 구입하는 것으로 이날 시승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딱정벌레 라이터

돌아오는 길에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시승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니 그것보다는 '왜 우린 이렇게 못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더 크게 일었습니다. 물론 특별한 경우 독일처럼 시승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일반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앞으로는 꼭 독일처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고객이 자동차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시승 서비스 개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티구안 시승 소감은 다음 주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