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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예비 운전자를 위한 충격요법 P.A.R.T.Y를 아시나요?

2015년 독일에서는 교통사고로 3,45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중 15세 이상 24세 이하 연령대의 사망자는 544명으로 비중은 15.7%였습니다. 같은 해 교통사고로 인해 치명적 부상을 입은 사람은 총 67,681명이었고 그중 15-24세가 13,746명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젊은 층이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치는 비율이 높은 이유는 미숙한 운전과 과속, 또는 음주운전이나 약물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독일 외과의사협회(DGU)는 분석했습니다. 면허를 취득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는 중상자와 사망자 수를 높이는 중요 원인이라는 게 이 협회의 주장이기도 했죠.

사진=픽사베이

캐나다 한 병원에 의해 시작된 P.A.R.T.Y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독일은 2012년부터 P.A.R.T.Y라는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P.A.R.T.Y는 Prevent Alcohol and Risk Related Trauma in Youth의 약자로 '젊은 층의 알코올 및 위험 관련 외상 예방'이라는 뜻입니다. 이름만 봐서는 좀 모호한데요. 1986년 캐나다 토론토의 한 종합병원이 제안한 교육법으로 대상은 만 15세에서 18세까지입니다.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교통사고로 다친 부상자가 구급차에 실려 온 직후부터 물리치료를 받는 과정까지 전 과정을 관찰하게 되며, 또 간접 체험 등을 통해 부상의 고통과 위험을 인식하게 됩니다. 전체 교육 과정 중 학생들에게 효과가 가장 큰 것은 중환자실을 방문해 교통사고 환자의 상태를 목격하는 것과 또 치료 과정에 있는 환자와 대화를 나누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 듣는 과정 등이라고 합니다. 

P.A.R.T.Y 프로그램은 처음에는 신청한 학생들에게 하루 동안 교육을 했지만 현재는 그 기간을 늘려 보다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는데요. 독일의 경우 AUC라는 교육 전담 기관이 만들어져 여기서 교육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독일 언론에서는 이 교육 과정을 '쇼크테라피(충격요법)'라 부르기도 합니다.

ACU PDF 캡처

왜 15세에서 18세인가

P.A.R.T.Y 프로그램은 처음 개발된 캐나다에서 가장 활발히 교육되고 있고 그 외에 미국, 브라질, 독일, 호주, 그리고 일본 등에도 본부를 두고 국가별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독일은 2015년부터 일주일 심화 과정이 새롭게 추가됐는데 그 해 참여한 병원이 13개였지만 2016년에는 34개로 늘었습니다. 각 병원의 외과 병동은 참여를 신청한 학생들에게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올해는 더 많은 병원의 참여가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왜 교육 대상이 학생들일까요? 이런 충격요법 프로그램은 면허를 취득한 성인들보다는 면허 취득 전, 또는 막 학생면허를 취득한 이들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 더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P.A.R.T.Y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 대부분이 면허 취득과정에서 더욱 안전에 신경을 쓰게 되며 올바른 운전에 대한 인식이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 보다 높다고 협회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우리의 교통안전교육, 정말 바뀌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외과협회가 주도하고 있지만 독일보험협회와 도로안전위원회 등이 물심양면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 계획을 갖고 교육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 언론과 여론도 모두 활동에 호의적인 편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호주 P.A.R.T.Y 프로그램에는 안전운전 트레이닝 과정까지 포함돼 있던데, 독일 역시 직접 운전교육까지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의료계 주도로 의미 있는 청소년 대상 교통안전 교육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나라는 거의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면허취득 과정을 개선하고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계몽이나 단속 등이 병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교통문화나 안전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교통 문화의 본질적 개선이 가능해집니다.

오래전부터 독일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 면허 수업이 정규편성돼 있습니다. 교통표지판을 읽고 신호 체계를 공부하는 등의 이론 교육은 물론 실기 교육을 강하게 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P.A.R.T.Y 같은 프로그램 운용이 더해져 교통문화, 안전한 운전 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교육이 가능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정부나 의료계가 나서 P.A.R.T.Y와 같은 프로그램 도입을 고려해 봐야 합니다.

청소년기에 올바른 교통 및 운전 문화가 체화된다면 그때 받은 교육을 통해 면허 취득 후 좋은 운전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등장하는 운전자가 많아진 도로는 분명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효율적 공간이 될 겁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교통사고 사망자와 부상자가 많이 발생합니다. 이런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법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P.A.R.T.Y와 같은 프로그램은 그 해결을 위한 좋은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내용은 정말 많은 분들이 읽고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