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벤츠, 아우디, BMW, 포드, 전기차 충전소 위해 뭉쳤다

오늘 상당히 의미 있는 소식 하나가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전해졌죠. 메르세데스 벤츠의 다임러, 포드, BMW, 그리고 아우디와 포르쉐를 포함한 폴크스바겐 그룹 등이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유럽 전역의 고속도로에 함께 설치하는 양해각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최종 결정에 아직 이른 건 아니지만 이미 구체적 계획을 세운 뒤에 발표한 내용인지라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급속 충전소 합작 사업은 내년부터 바로 진행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간 자동차 회사별 충전소 설치가 있었지만 이처럼 유력한 회사들이 모여 충전소 관련한 사업을 펼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DC 콤보 방식의 충전기 / 사진=다임러


단 몇 분 만에 80%까지 충전 가능

어제 발표에 눈에 띄는 내용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유럽과 미국 등이 주도한 DC 콤보 (충전구 하나에 완속과 급속 충전구가 같이 있는) 방식의, 최대 충전용량 350kW 짜리의 급속 충전기가 설치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그간 르노의 AC 3상과 일본 제조사들이 주로 쓰는 차데모 방식에서 점점 DC 콤보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인데요. 현대차 등도 DC 콤보 방식의 충전기를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DC 콤보 방식으로 제조사들이 유럽 고속도로에 급속 충전소를 세우고 깃발을 먼저 꼽게 된다면 프랑스 르노와 일본 제조사는 자신들의 충전 방식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충전 방식 주도권 싸움은 DC 콤보 쪽으로 이제 완전히 기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관심은 급속 충전기 충전용량입니다.

지금은 최대 240kW 정도였는데 보통 이 경우 완충하는 데 최대 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면, 이번에 협의된 350kW는 15분 정도면 완충이 가능하고 몇 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는 게 제조사들의 설명입니다. 휴게소에서 화장실 다녀오고 커피 한잔 자판기에서 뽑는 정도의 시간만 쓴다면 충분하다는 얘기겠죠.

사진=BMW


2020년까지 수천 개의 급속 충전망 세울 계획

4개의 자동차 기업은 우선 내년에 약 400개 수준의 급속 충전기를 유럽의 고속도로 곳곳에 만들고, 2020년까지 수천 개의 급속 충전기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몇 시간씩 걸리는 완속 충전기의 경우 공공 충전소에는 어울리지 않은 편이고, 또 급속 충전기의 경우 가격 등 여러 문제로 설치가 더뎠던 게 사실이었죠. 하지만 디젤 게이트 이후 급속도로 전기차 쪽으로 정책이 기울면서 정부가 아닌 제조사들이 스스로 이런 투자 결정을 내렸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 있어 보입니다.

완성차 업체들의 이런 결정과는 별개로 독일 정부는 400개의 급속 충전소를 아우토반에 설치하는 계획을 진행할 예정이고, 2020년까지 4천억 가까운 자금을 투자해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입니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그중에서도 특히 급속 충전기 설치에 사활을 걸었다는 건,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을 예고하는 것이라 봐야 합니다.


우리도 완성차 업체들이 함께 투자하는 전략 고려해야

사진=현대자동차

유럽에서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 사이의 합작 투자가 이뤄진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는 그러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더군요. 현재 완속 충전기 중심의 더딘 인프라 구축, 그리고 제조사별로 따로 움직이는 충전기 설치 전략에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중앙 정부나 지자체는 물론 현대자동차 그룹과 쌍용, 그리고 쉐보레와 르노삼성 등, 완성차 업체들이 함께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는 큰 틀에서의 통합 전략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에 전기차 판매를 위해 뛰고 있는 BMW 코리아나 그 밖의 수입사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참여한다면, 전기차 시장 활성화의 또 다른 확실한 축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명확하고 심플하게 인프라 구축 계획이 마련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소비자가 전기차에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번 소식을 접하면서 전기차 시대가 툭~하고 우리에게 좀 더 가까이 왔음을 실감하게 됐는데요. 당신은 이 가까운 미래를 맞을 준비, 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