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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대차 직원이 본 SM6의 성공 이유

현대와 기아의 월별 내수 점유율이 지난달 처음으로 60% 아래로 내려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큰 역할을 해줬던 중국시장에서 현대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더니 가장 중요한 내수 시장에서도 힘을 잃고 있는 것인데요. 현대차 그룹은 파업 등의 이유를 들어 일시적 현상으로 이야기했지만 어쨌든 60%라는 상징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런 점유율 하락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현대차의 대표 모델 쏘나타가 르노삼성의 SM6에 밀려 중형 세단 판매 1위 자리를 내준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쏘나타가 수개월째 SM6에 판매가 뒤지고 있다는 것을 현대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최근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현대차 관계자와 나눴는데 그 내용을 문답형식으로 재구성해봤습니다.

쏘나타 / 사진=현대자동차

Q : 요즘 회사 분위기 어떤가요?

A : 좋다고 할 수는 없죠. 임원들 연봉 10% 자진 삭감했다는 소식도 있고…


Q : 현대자동차와 관련된 소식 중 눈에 띄는 것 하나가 쏘나타가 SM6에 판매에 있어 밀린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내부적으로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나요? 

A : 현대차 안에 여러 부서가 있고 많은 인력이 있기 때문에 제가 이야기하려는 게 회사 전체의 의견은 아니라는 걸 먼저 말씀드립니다. 다만 SM6의 선전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현재 상황을 잘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Q : 이해를 못 한다?

A : 회사에서는 경쟁 모델이 나오면 자체적으로 성능 비교 등을 하게 됩니다. 말리부의 경우 주행 성능은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데 SM6는 ‘도대체 왜 이 차가 많이 팔리지?’ 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특히 엔지니어들의 경우 기술적인 면을 갖고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성능에서 경쟁 모델보다 밀리는 걸로 나왔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Q : 자동차 전문가들도 SM6의 주행능력에 아쉬움을 표하긴 하더군요. 그런데도 SM6가 쏘나타보다 많이 팔린다 말이죠. 왜 그런다고 보세요?

A : 제가 역으로 질문을 드릴게요. 이 차가 왜 한국에서 잘 팔린다고 생각하십니까?


Q : 우선은 스타일 때문이 아닐까요? 그동안 국산 중형 세단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을 SM6가 주었기 때문이라고 봐요. 물론 현대차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겠죠. 이런저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A : 호불호가 갈리지만 저도 SM6의 스타일, 그리고 유럽 감성이 국내 고객들에게 새롭게 다가섰다고 생각합니다. 안티현대도 영향이 있겠지만 그것만 가지곤 설명이 안 된다고 봐요. 

SM6 / 사진=르노삼성자동차

Q : 좀 자세히 얘기해주시겠어요?

A : 예를 들어 미국에서 판매되는 파사트와 유럽에서 판매되는 파사트를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가 납니다. 미국형 파사트가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일반적 중형 세단이라면 유럽형 파사트는 그곳 시장을 리드하는 차종이죠. 성능의 차이는 물론 미국형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고급스러움도 담겨 있어요. 이 둘 사이에는 결과적으로 감성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SM6도 이렇게 설명이 될 거예요. 쏘나타의 경우 아무래도 미국에서 캠리나 어코드 등과 경쟁을 하려고 많은 부분이 고려됐습니다. 반면 르노 탈리스만은 유럽 시장을 겨냥한, 유럽형 파사트와 경쟁을 하기 위해 나온 모델이죠. 스타일이나 실내에서 느껴지는 유럽적인 감성, 그리고 고급스러움 등이 함께 느껴집니다. 이런 차가 SM6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고객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SM6 실내 / 사진=르노삼성자동차

Q : 그렇다면 현대에서는 쏘나타보다 SM6가 왜 더 잘 팔리는지, 분석을 안 하나요?

A : 하죠. 하지만 무엇 때문에 잘 팔리는지 보다는 잘 팔릴 만한 수준의 자동차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더 많다는 게 문제예요. 임원들도 SM6 등을 시승해요. 그런데 이때 현장에서는 성능 비교 자료를 토대로 “(SM6는)이런 수준입니다.”라고 보고를 합니다. 그 서류를 본 임원은 SM6가 별로 좋은 차가 아니라고 판단을 하게 되는 거죠. 이렇다 보니 SM6가 왜 잘 팔리는지를 분석해 그걸 반영하려 하기 보다는 ‘이런 수준의 차가 왜 잘 팔리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게 되는 겁니다.


Q : 얘기를 듣고 보니 어쩌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SM6의 선전에 대해 현대차는 크게 위기의식을 안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쏘나타 정도 되는 자동차라면 그 차가 갖고 있는 나름의 역사가 있고 소비된 문화라는 게 있을 텐데, 현대가 이런 전통과 문화적 관점을 소홀히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A : 저희도 나름대로 변화하려는 노력은 합니다. 하지만 그런 아쉬운 점도 있는 건 사실이에요. SM6만 해도 그렇습니다. 계속해서 중형급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왜 그런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이를 통해 얻은 결과를 갖고 개선하려는 그런 노력이 지금보다는 더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런 과정이 계속돼야 좋은 경쟁도 서로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러다 보면 쏘나타를 지금보다 더 많은 분이 찾아주시지 않을까 합니다.


대화를 마친 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1등만 하던 쏘나타가 밀리게 된 현실을 현대 관계자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선전을 펼칠 땐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겠죠. 더 이상 ‘우리가 만들면 무조건 1등이다.’라는 자부심은 의미 없게 됐습니다.

이제 쏘나타도 1등을 뒤쫓는 도전자의 자리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겸손하게 고객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현실을 인정했을 때, 비로소 쏘나타에게, 아니 현대자동차에게 반전의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SM6의 1등이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만 갸웃하고 있다가는 위기는 점점 더 커져 나갈 뿐이라는 사실을 현대는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