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VW 그룹 어떤 차 단종시키고 어떤 브랜드 정리하나?

폴크스바겐의 미국 내 배출가스 스캔들이 그룹 전체의 판을 바꿀 전망입니다. 사건 직후 새롭게 회장의 자리에 오른 마티아스 뮐러는 그룹 내 모든 자동차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실시할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단종할 차량과 정리해야 할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독일 일간지 디벨트가 전했는데요. 꽤나 이 문제로 독일이 시끄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볼프스부르크 VW 공장 / 사진=위키, Ralf Roletschek


여러 모델 단종 가능성 

12개 브랜드 중 매각 가능한 브랜드도 고민 중인 것으로

마티아스 뮐러 신임 회장은 최근 소송 등 각 종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임러 그룹에 있던 크리스티네 호흐만 드렌하르트 이사를 데려왔습니다. 그녀는 독일 헌법재판소 판사 출신으로 헤센주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다 다임러 최초의 여성 임원이 된 인물인데요. 소송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단종될 모델과 매각, 혹은 분리가 이뤄질지도 모를 그룹 내 브랜드에 대한 법적 절차 등을 책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폴크스바겐 그룹은 작년부터 생산 효율화를 중요한 목표로 세우고 거품빼기를 실시한 상태였죠. 오래 전부터 이야기가 되던 하드탑 컨버터블 EOS의 단종이 결정되었고 골프 카브리오와 비틀 카브리오 역시 단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번 디젤 스캔들로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모델을 단종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또 모델 단종만이 아닌, 부담되는 브랜드까지도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요.


폴로 디젤 단종 가능성 ↑ 페이튼은 전기차로만

가장 먼저 언급되는 모델로는 폴크스바겐의 기함 페이튼이 있습니다. 다만 완전히 없애지는 않고 순수전기차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여 드레스덴 공장은 서슬퍼런 단종의 칼날을 일단은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디벨트는 소형 해치백 폴로도 가솔린 엔진만 남기고 디젤은 없애게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폴로와 그 아래 경차급 UP의 파생 모델인 크로스 폴로와 크로스 업 역시 단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고, 1리터카로 잘 알려진 XL1 역시 더 이상은 생산을 하지 않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장기적으로는 콤팩트 모델에서도 디젤을 빼게 될 것으로 전문가가 예상을 했는데, 콤팩트급이라고 하면 골프가 되겠죠. 


즉, 골프 역시 가솔린과 전기골프,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쪽으로 가닥을 잡아갈 것이란 얘기인데, 이렇게 되면 디젤에 대해서 거의 손을 놓는 분위기가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폴크스바겐 일부에서는 큰 세단과 트럭이나 버스 정도에만 디젤 엔진이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페이튼 조립 모습 / 사진=VW


소형 SUV 타이군 양산 어려울 듯

CC와 시로코의 운명은?

또한 디벨트는 폴크스바겐 그룹이 2012년 선보인 경차급 SUV 컨셉 모델 타이군 역시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브라질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선전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생산하느냐 마느냐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답을 명확하게 준 것으로 보입니다.


제타 언급도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제타는 골프와 판매량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죠. 하지만 세계 시장으로 확대하면 얘기가 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제타는 어떤 식으로든 당분간 끌고 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반면 CC와 시로코 등은 단종 가능성이 언급됐습니다. 특히 CC의 경우 아우디 A5가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내다 보는 것 같습니다.


경차급 SUV 컨셉카 타이군 / 사진=VW


부가티냐 세아트냐

전문가에 따라 의견 엇갈려

모델 단종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는 12개의 그룹 내 브랜드 중 어떤 것을 정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일 텐데요. 독일에서도 전문가들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포르쉐, 아우디 등을 제외하고 우선 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체코 브랜드 스코다와 스포츠카 브랜드 람보르기니, 그리고 첫 번째 SUV를 내놓으며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낼 벤틀리 등은 정리 가능성이 낮은 브랜드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수퍼 스포츠카를 만드는 부가티와 스페인 브랜드 세아트의 정리 가능성이 얘기되고 있는데요. 베르기쉬 글라드바흐 응용과학대 자동차 관리 이사인 슈테판 브라첼은 부가티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아트의 경우 계속 적자 상태이지만 점점 영업 이익이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그에 반해 부가티는 계속 엄청난 손실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경제 분석가 역시 폴크스바겐 그룹에 필요없는 브랜드는 부가티라고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부가티가 베이론 후속으로 내년에 선보일 예정에 있는 시롱의 경우 벌써부터 20억이 넘는 이 신 모델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이 있어 이것이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뒤스부르크-에센대의 오토모티브 카센터의 분석가 페르디난트 두던회퍼는 부가티나 바이크 전문업체 두카티 등은 건들지 말고 세아트를 처리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세아트의 고객은 스코다가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부카티 베이론 / 사진=VW코리아 제공

특히 두던회퍼는 현재 폴크스바겐 그룹이 디젤 게이트로 감당해야 할 금액이 37조 5천억 원 수준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자신이 볼 때 최대 70조까지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이 정도 금액이면 모델 단종과 브랜드 한 두 개 정리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미국 시장에서 폴크스바겐이 10년 정도는 자동차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자동차를 제공하지 않는 다는 게 정확히 시장 철수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재로서는 미국 시장에 더 이상의 투자는 의미 없다는 것으로 그는 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떤 결정이 나든 폴크스바겐 그룹은 현재의 규모를 더이상은 유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살림을 산다는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효율적인 구조조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피에히 의장 등이 펼친 과감한 기술적, 경영적 시도들이 위축되면서 팔린 만한 차만 파는 그런 기업으로 체질이 바뀌게 되는 건 아닐지 조금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폴크스바겐 그룹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게 될까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내실을 다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타격에 휘청이며 경쟁 속에서 밀려나게 될까요? 그 결과를 확인하는 건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