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아우디의 독일 내 중고차 파격 승부는 성공할까?

폴크스바겐 그룹에서 디젤 배기가스(질소산화물) 조작 프로그램을 장착한 차량이 스스로 밝힌 것만 천만 대가 넘는 가운데, 이제는 이 자동차들의 중고차 거래 문제가 또 하나의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최근 아우디는 독일 내에서 파격적인 중고차 구입 조건을 내걸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데요.


48개월 무이자 할부

5년 보증 주행거리 무제한

수리비 대납 서비스까지

현재 아우디의 경우 독일에서 문제가 된 EA 189 타입 엔진이 장착된 차량은 57만대가 넘습니다. (참고로 유로6 합격 판정을 받은 모델들은 EA 288 타입 엔진이 장착)  아우디 A1부터 A6와 TT 디젤까지 문제가 되는 차종도 다양한데요. 강제 리콜을 통해 어떻게 1차 난관을 극복한다 해도 차주들의 소송, 그리고 해당 차량의 중고차 거래 문제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아우디는 우선 리콜조치에 이어 중고차 파격 조건을 내놓으며 시장에서 자칫 사장될 수 있는 자사 모델들의 매매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EA 189 타입 엔진이 장착된 디젤 모델을 구입하는 모든 고객에게  5년 동안 무상보증(거리 무제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단 15만킬로미터 이하의 주행을 기록한 4년차 이하 모델들만 해당된다고 하는데요.


신차의 경우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무상보증 5년 이상인 메이커는 현대, 쌍용, 스바루, 미쓰비시 (이상 5년, 현대는 거리 무제한), 그리고 7년에 15만킬로미터 거리 제한이 있는 기아 등이 있습니다. 독일 브랜드는 모두 2년 무상보증을 보장할 뿐이죠. 물론 무상보증 기간을 늘릴 수 있지만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고차의 경우는 어떤 브랜드도 5년 무상보증 조건을 내건 곳은 없습니다.


거기다 1년에서 1년 반마다 실시하는 운전자 부담의 차량 검사(Inspection) 비용, 그리고 소모품 교체비용, 마지막으로 고장이 났을 때 이에 대한 수리 비용을 2년 동안 모두 아우디가 대신 부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48개월 할부로 아우디 중고차를 구입하는 고객에겐 무이자를 적용하기로 했는데요. 아우디 Q3를 기준으로 보면 보통 중고차의 경우 4% 미만의 이자가 붙기 때문에 이런 저런 비용을 모두 계산하면 대략 최대 천만 원 가까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 TDI 엔진이 장착된 구형 Q3 /사진=스케치북


중고차 시장의 무덤이 되지 않기 위한 안간힘

그러나 일단 반응은 냉담

이처럼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중고차 매매 조건을 내건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조작된 프로그램이 장착된 차량 소유주들의 부담을 줄이고 이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또한 거래가 이뤄짐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줄이고 브랜드 가치의 하락을 막아 보겠다는, 여러가지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독일인들의 반응은 일단 차갑습니다. "얼마나 차에 문제가 있기에 이런 짓(?)까지 하는 건지 모르겠다." " 오히려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가 이런 전략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 문제가 있는 차를 계속 돌아다니게 하겠다는 뜻인가?" "다시 되팔 때 똥값이 될 텐데 누가 이 차를 사나?" 등 거의 대부분 부정적 반응이었습니다.


소수의견도 있었습니다. "조작행위 그 자체는 무조건 비판받고 처벌받아야 한다. 의도적으로, 그리고 오랫동안 전 세계 운전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게 아닌가? 하지만 배출가스 문제 외에 차 자체의 경쟁력은 다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유로 4 이전의 차들도 지금 많이 돌아다니고 있잖는가? " 


과연 아우디의 파격적인 중고차 정책이 독일인들의 싸늘하게 식어버린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또 독일 내에서 벌이는 이런 중고차 정책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이 또한 함께 지켜 봐야겠습니다. 폴크스바겐 그룹의 디젤게이트 터널은 끝없이 길게만 이어지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