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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남의 잔칫집에서 존재감 드러낸 테슬라


15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27일까지 자동차박람회(IAA)가 열립니다. 올해 주제는 모빌리티 커넥츠(mobility connects)인데요. 자동차가 사물인터넷(IoT)시대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게 될 것임을 확인시켜 주는 그런 박람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다양한 정보통신 기술이 반영된 자동차를 보는 것 못지 않게 눈여겨 볼 내용이 있었는데 바로 '폴크스바겐의 밤' 행사에 등장한 두 대의 자동차였습니다.


▼아우디 e-트론 콰트로 콘셉카

e-트론 콰트로 콘셉카를 설명하고 있는 아우디 루페르트 슈타틀러 회장 / 사진=아우디

아우디는 한 번 완충으로 최대 500km 수준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순수 전기 SUV 컨셉카를 선보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삼성 SDI와 LG화학 등이 배터리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 차는 Q6라는 이름의 양산형 SUV를 염두에 두고 나온 것으로 테슬라가 곧 내놓을 SUV '모델 X'와의 경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판매는 2018년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e-트론 콰트로 콘셉카 뒷모습 / 사진=아우디



▼포르쉐 미션E 

또 다른 차는 현재까지 가장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은 포르쉐 4인승 전기스포츠카 '미션E'입니다. 우리에겐 왠지 친숙(?)하게 발음되는 600마력의 이 강력한 전기 스포츠 컨셉카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에 이르는 데 3.5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완충 시 5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으며 15분 충전으로 400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고 포르쉐 측은 밝혔습니다.


미션E / 사진=포르쉐


미션E / 사진=포르쉐

네바퀴 굴림 및 올휠 스티어링 기술이 적용되었고 일부 홀로그램 기술이 적용되는 등 놀라운 배터리 능력과 충전 기술, 그리고 다양한 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포르쉐 특유의 주행성능 역시 보장하고 있다는데요. 포르쉐가 이처럼 작심하고 전기 스포츠 컨셉카를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테슬라와의 경쟁 때문입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한 바에 따르면 마티아스 뮐러 포르쉐 CEO는 직접 테슬라를 언급하며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들 중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라고까지 했습니다. 스포츠카 브랜드 입장에서 한 얘기였겠지만 어쨌든 테슬라 모델S가 얼마나 독일 자동차 회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합니다.


여기에 더해, 어제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쿨한 테슬라 모델 S와 메르세데스가 경쟁할 수 있겠는가?'라는 다소 도발적 제목의 사설을 싣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메르세데스의 대답은 뭐였을까요? 이미 메르세데스의 개발총괄 책임자인 토마스 베버는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지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 모델 S와 직접 경쟁할 순수 전기차는 내놓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콤팩트한 사이즈의 전기차(A,B클래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은 S클래스급으로는 테슬라와 승부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실제로 이번 모터쇼에 다임러 측은 IAA라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컨셉카를 선보이긴 했지만 순수전기차 모델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다임러 측에서는 콤팩트한 전기차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아직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테슬라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습니다만, 테슬라가 짓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가 완공되는 2017년에 맞춰 모델S의 반값 수준인 '모델3'가 나오게 되면 결국 벤츠도 테슬라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 모델S /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는 아직 작지만 테슬라가 일으킨 파장은 크다

늦게 출발한 소형 자동차 브랜드가 이처럼 강력하게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기존 브랜드들을 긴장시킨 적이 과연 있었을까요? 차 좀 만들 줄 안다는 제조사들은 테슬라의 엔지니어링 기술과 IT와의 접목, 배터리 기술력, 그리고 이미 자동차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는 브랜드 가치 등, 여러 면에서 놀라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테슬라의 일거수일투족이 높은 관심을 받는 건 당연합니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는 독일 브랜드들에겐 집안 잔치입니다. 똥개도 제 집에선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데 하물며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이 자기집 안마당에서 벌이는 잔치는 얼마나 대단할까요. 그런데 이 화려하게 차려진 잔칫상에서 묘하게 테슬라라의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잔칫상을 차린 주인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꿈쩍도 안 할 것 같은 독일 브랜드들이 이렇게 긴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과대평가한다고 비판할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판매량이나 규모에서 아직은 작을지라도 그들이 일으키는 파장의 크기를 생각해야 합니다. 포르쉐, 벤츠, 아우디와 같은 일종의 기득권 브랜드들이 테슬라를 계속 언급하면 할수록 테슬라는 커질 것이고 그 파장도 더욱 넓게 퍼져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