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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스케치북다이어리도 이제 좀 달라지렵니다


안녕하십니까 스케치북입니다.뜨겁고 습했던 이번 여름 한국 방문을 마치고 곧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돌아가기에 앞서 하나의 변곡점이 된 이번 방문에 따른 소회를 잠깐 이야기할까 합니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는 스케치북다이어리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을 드릴지도 모르겠네요. 


그 동안은 좋은 글, 좋은 정보를 비교적 순하게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좋은 제품이 반드시 많이 팔리는 것은 아니더군요. 이젠 많이 팔리는 제품이 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렇게 대중적인 제품, 잘 알려진 제품을 통해 스케치북다이어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입니다. 문체도 내용에 따라 달리할 것이고, 비판은 더 독하게 칭찬은 더 선명하게 할 것입니다. 물론 그에 대한 근거는 밝히고 보다 분명히 할 것입니다. 제 아무리 잘 나가는 독일 차라도 현지에서 나오는 비판의 소리가 있다면 이젠 날 것 그대로 전할 수 있도록 독기를 좀 품어보겠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나열해 보겠습니다.


1. 유명해지는 것을 고민할 것입니다

한국에 사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글로 유명세를 얻어 (얻어질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뭐하려나 하실 겁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이번에 책을 내고 그에 따른 다양한 반응을 보았습니다. 결론은, 한 명이라도 더 나를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얼마나 차이가 큰지 절감했습니다. 책을 내자는 제안이 왔을 때 그냥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으로 기뻤고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막상 출간이 되고 나니 부담감이 엄청나더군요. 좋아하는 글 책으로 엮는 걸 평생의 업으로 삼은 출판사 사람들의 가난한 땀을 보며, 적어도 이들이 내 책으로 금전적 손해는 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더군요.




인터넷 서점에 책이 노출되고 포털 메인에 공개가 되는 등 나름 다양하게 소개가 이뤄졌지만 판매는 신통치 않더군요. 누군가 우스갯 소리로 그랬습니다. "이처럼 많이 찾는 블로그에 배너를 두 개나 달았는데 그 숫자가 허수인지 아닌지는 판매량으로 바로 드러나겠군요?" 애써 웃어 넘겼지만 뭔가 그 동안의 세월이 평가받는 기분이 들며 부담감이 밀려 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1쇄(2천부 찍었네요)가 다 팔릴지 말지 어느 정도 결정된다는 출간 2주차에 들어왔습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결과는 훨씬 나빠 보입니다.


궁금했는지 술에 취한 채 전화한 친구 놈이 전화를 해왔습니다. 대충 상황을 전해듣고는, "미친 X. 그러게 뭐하러 착한 척하고 고 따위로 글을 썼냐? 뭐랬어? 그냥 질러대라 그랬지? 어차피 사람들은 강한 자극에 손이 가는 거야. 점잖떤다고 누가 알아주냐.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같은 거야. 니가 천하가 다 아는 유명한 놈이 아니라면 너의 순정을 누가 알아 주겠냐고. 무조건 맛은 쎄야 해. 그게 현실이야!"


아무리 친구의 말이라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내가 잘못 온 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막상 책 나왔다고 부탁을 해보니 참 다양한 반응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음을 다해 반겨주던 분들, 자비로 책을 구입해 공부한다며 되레 제게 고마움을 전한 모기자분. 그런가 하면 평소 도움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를 건네던 지인이 명함을 건네는 제 손이 부끄러울 정도로 냉랭하게 보인 반응 등. 


분명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맞다고 지금도 확신하고 있습니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교통문화, 운전문화를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론에서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이 됐습니다. 콘텐츠만 좋은면 됐지 라는 생각이 뭔가 거대한 벽에 막힌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어떤 글인가' 못지 않게 '누구의 글인가'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방법은 앞으로 계속 고민해 나갈 것입니다.


3. 착한 척 안 하기

그리 착하지도 않은 사람이 착한 척 하느라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일단 예의없음은 물론 시비조로 달리는 댓글에 답을 다는 일은 없을 겁니다. 포털에 걸린 글에 달린 댓글들이야 이젠 안 보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 블로그 공간은 황량한 포털의 댓글공간과 달랐기에 가급적 모든 분들에게 최선을 다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광고성 제안, 사업 제안 등, 제가 가려는 방향과 맞지 않는 제안도 과감하게 거절하겠습니다. 그래도 학생들이 물어오는 결 고운 고민들, 그리고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하나 힘들어 하는 분들에게는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길 바라며 의견 나누는 것에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4. 순한 맛 스케치북다이어리에서 매운맛으로

앞서 잠시 밝혔지만, 순하게 써야 하는 글이 있고 독하게 써야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칭찬할 게 있다면 확실히 하고 비판할 게 있다면 순화하지 않고 할 것입니다. 독일에서 일어나는 독일 차들에 대한 비판 목소리나 문제점 등도 이제 아낌없이 털어 내놓을 것이고, 현대차든 기아차든, 쉐보레든 르노삼성이든 개의치 않고 잘한 것에는 박수도 치고 아는 것에는 더 과감히 욕도 하고 그럴 것입니다. 스스로 검열하고 조심하는 과정을 최소화 하겠습니다.


한국의 아데아체를 꿈꾼다는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소비자와 운전자를 위한 건강한 단체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 더 나은 교통 문화를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등을 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허한 구호로만 남게 될 겁니다. 그 꿈이 싹이라도 틔울 수 있다면, 저는 이제부터 달라지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애정으로 함께 해준 응원의 목소리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달려갈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이니까요.


독일 돌아가 투산과 티구안 관련한 비교테스트 궁금증 확실히 정리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처음 듣는 내용이 좀 있을 겁니다. 또 유럽의 신연비 측정법에 대한 재밌는 테스트도 8월 안에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끝으로 저의 첫 책에도 많은 관심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