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mobility)는 이동성이란 의미를 갖고 있고 흔히 교통수단을 이야기할 때 쓰입니다. 자동차, 기차, 비행기, 배 등이 등장하면서 옛날에는 생각할 수 없던 먼 거리를 짧은 시간 안에 데려다 줄 수 있게 되었죠. 저만 하더라도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공항까지 8천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비행기를 이용해 11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 이동시간은 앞으로 갈수록 더 단축될 것입니다.
이처럼 엔진과 연료, 전기 등을 이용한 모빌리티의 발달은 이전 수천 년 역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문명의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각 종 인명 피해와 환경 오염은 물론 전쟁의 규모와 피해도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 됐습니다. 이런 부작용이 있다 보니 미래의 이동수단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지 않는, 또 환경 오염이 없는 쪽으로 그 방향이 분명하게 잡혀 있습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자동차 등이 바로 그런 모빌리티 사회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는데요.
그렇다면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까요? 과연 개인들은 이런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뭘까요? 어떤 이는 "교통수단은 무조건 안전이 최우선이야"라고 할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은 "난 지루한 건 딱 질색~"이라며 재밌는 교통수단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이와 관련해 독일의 경제지 매니저 매거진은 베인앤컴퍼니라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가 독일 시민과 정치인 1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어떤 대답들이 나왔을까요?
<질문> 교통수단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위 : 편안함/ 스트레스 없는 이동 (78%)
2위 : 안전한 이동수단 (73%)
3위 : 신뢰성과 정확성 (69%)
4위 : 여행 시 이동시간의 단축 (61%)
5위 : 이동에 드는 비용의 절약 (57%)
6위 : 개인 안전 (53%)
7위 : 이동의 즐거움 / 짐을 옮기는 능력 (50%)
8위 : 친환경성 (46%)
9위 : 개인의 프라이버시 존중 (38%)
10위 : 이동(혹은 여행) 중 독서나 일을 할 수 있는 여건 (22%)
사진=픽사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역시 안락함이었습니다. 두 번째가 안전성이었는데요. 이 둘을 합친 '안락하고 안전한 이동수단'이라는 가치는 이동수단의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니겠는가 싶고 저 또한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자동차, 기차, 비행기, 지하철, 배 등, 어떤 이동수단을 대입해도 '안전하고 안락한' 이동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에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이를 기본으로 제대로 된 모빌리티 사회가 형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이동의 폭은 더 넓어지고 있고 이동 간 시간은 더 단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놓쳐서는 안될 것은 우리의 교통수단은 얼마나 안전하고 안락한지, 또 얼마나 효율적인지 등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더불어 환경까지 고려할 수 있는 그런 교통수단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런 바람과 요구가, 과연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새삼 물어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지금부터는 좀 아쉬운 이야기가 되겠는데요. 어제 일요일 오전 트위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어떤 분이 디지털 타임스라는 매체에 실린 자동차 머리보호대 관련 기사를 링크한 트윗을 올리셨습니다. 안 그래도 이에 대해 자주 얘기를 해왔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링크걸린 주소를 클릭해 보았습니다.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내용으로 넘어갑니다)
내수용엔 ‘없고’수출용엔 ‘있다’… 차량 뒷좌석의 비밀
굉장히 익숙하더군요. 제가 그동안 이야기했던 내용들과 비슷했습니다. 속으로 '내 글이 참고가 되었던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어쨌든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라도 머리보호대 문제가 계속 다뤄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니까요. 그리고 몇 시간이 흘러 N 포털을 보던 중 역시 제가 많은 다룬 유로6 배기가스 문제에 대한 기사가 뜬 걸 보게 됐습니다. 역시 디지털 타임스라는 매체였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이야기했던 것들과 역시 닮아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구성까지도 비슷했습니다. 뭔 내용인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제 글과 디지털 타임스에 올려진 기사 두 개를 나란히 링크를 걸도록 하겠으니 한 번 비교해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글이 올라온 날짜는 제 글이 먼저, 그리고 디지털 타임스 기사가 그 후입니다. 일단 한 번 보시죠.
(2015년 5월 6일)-스케치북다이어리 (중간 '전혀 다른 두 개의 테스트 결과' 부터 읽으시면 됩니다)
유럽식 신연비측정법 `안갯속`…기준통과 차량서 질소산화물 7~8배 검출
(2015년 5월 13일)-디지털타임스
마지막 내용의 경우 다음과 네이버, 그리고 제 블로그 등에서 많은 분들이 이미 읽은 글임에도 기사의 전체 틀이 제 글과 흡사해 보입니다. 좀 당황스럽더군요. 기자들 중에는 아주 작은 부분을 인용하기 위해, 혹은 사진 한 장 가져다 쓰기 위해 동의를 구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이라고 그냥 가져가 쓸 줄 몰라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저 역시 신문 기사들을 보고 정보를 얻습니다. 독일 매체들이 전하는 소식을 번역해 소개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어떤 글은 온전히 100% 저의 콘텐츠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일단 출처를 밝힙니다. 그리고 특파원들이 현지에서 생산하는 번역 기사들의 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괜히 극성맞게 그러는 거 아닌가 싶어 마음이 편치는 않은데요. 하지만 적어도 정식 언론 매체라면 이런 식의 기사 작성(혹은 오해의 소지 다분한 글쓰기)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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