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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유로6 정말 맞나?' 볼보 현대 등 무더기 불합격


작년부터 유럽에서 반 디젤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소식을 계속해서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것에 초점을 두다 보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디젤차는 유럽에서 정책적으로 장려된 측면이 컸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분진이나 질소산화물(NOx) 등, 인체에 해로운 배기가스가 디젤차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는 유로6(EURO 6)이죠. 특히 유로6의 경우 질소산화물 허용치를 유로5에 비해 80%나 줄이도록 규제했습니다. 1킬로미터를 주행했을 때 질소산화물(NOx)의 최대 허용치는 80mg입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와 분진 및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맞추려다 보니 제조사들 등골이 휠 지경입니다. 그래도 천문학적인 벌금폭탄을 맞지 않기 위해 다들 열심히 규제에 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니, 그렇게 알고 있었죠.


사진=tuev-sued.de

작년부터였습니다. 실제로는 유로6 기준에 들지 못하는 자동차들이 많다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죠. 이에 대한 첫 번째 포문은 국제청정 교통위원회 (ICCT)가 열었습니다. 유로6 기준에 드는 자동차 15대 (세단, 왜건, SUV 등)를 모아 놓고 각각 수천 킬로미터에서 수만 킬로미터까지 주행을 하며 실제로 도로에서 이 차량들이 뿜어내는 질소산화물의 양이 어떤지 테스트한 것이죠.


현재 유럽 연비측정법(NEDC, New European Driving Cycle)에서 정한 방식으로 실내에서 테스트한 것이 아니라 휴대용 배기가스측정장치 PEMS(Portable Emission Measurement System)를 차에 싣고 도로를 달리면서 측정한 RDE(Real Driving Emissions)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RDE 방식으로 측정해 보니 15개의 모델들 중 유로6 기준에 드는 건 단 한 대뿐이었습니다. 평균 기준치의 7배가 초과된 것으로 보고 되었고, 이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포문이 열렸습니다. 독일 남부에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환경보호 평가 연구소 (LUBW)가 올해 초 마쯔다6, BMW 320d, 그리고 폴크스바겐 CC 등 세 대의 디젤 모델을 RDE 방식으로 측정했는데 역시 최대 기준치의 8.5배의 질소산화물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독일의 일부 정치인들은 강하게 RDE 방식이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볼보 최악, BMW 유일하게 기준치 이하

세 번째 포문은 최근 독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의해 열렸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슈피겔은 테스트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를 한 언론사가 되겠군요.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국제청정운송위원회 (ICCT) 유럽지회와 독일의 운전자클럽 아데아체(ADAC)가 합동으로 기존의 배기가스 측정법과 새롭게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RDE 방식으로 유로6 판정을 받은 10개 브랜드 32개 모델의 배기가스를 측정해봤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먼저 현재 연비 및 배기가스를 측정하는 NEDC 방식으로 조사해 봤더니 32개 모델 모두 유로6의 질소산화물 허용 기준치 이하로 나왔습니다. 합격한 것이죠. 그런데 RDE 방식으로 실제 도로 위에서 달리며 측정을 했을 땐 32개 모델들 중 22개의 자동차가 기준치를 초과해 불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RDE 방식으로 배기가스를 측정하는 모습 / 사진=EU

볼보의 경우 기준치를 최대 15배 초과해 가장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브랜드로 밝혀졌고, 그 다음이 기준치의 최대 9배를 배출한 르노, 그리고 현대자동차가 약 기준치의 7배를 초과했다고 슈피겔은 밝혔습니다. 아우디가 3배, 오펠이 아우디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메르세데스 벤츠가 기준치를 살짝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기존 방식과 RDE 방식 모두에서 기준치를 넘기지 않은 브랜드는 BMW가 유일했습니다.


정확하게 테스트에 참여한 10개 제조사가 어디인지, 그리고 32개 차종이 뭔지를 ICCT는 밝히지 않았는데요. 이번 테스트를 실시하기 전 제조사들이 차종을 밝히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실험에 응했다고 슈피겔은 전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나 해당 차량의 판매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조건을 내건 것으로 보이는데요. 


새로운 유럽의 연비측정법(WLTP)은 2017년부터 적용될 예정(우리나라 포함)이며, 배출가스 측정도 그에 맞춰 RDE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조사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유럽연합은 2017년 9월에 실시를 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제조사들은 2020년까지 늦춰달라고 강력하게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뭐가 됐든 RDE 방식으로 배기가스 측정법이 바뀌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방식이 변경 되었을 때 기준치를 몇 배씩 초과하는 제조사들은 과연 짧은 기간 동안 유로6 기준에 맞는 차를 내놓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리고 유로6 기준에 충족한다며 거리를 달리고 있는 디젤차들은 RDE 방식 기준으로 봤을 때 기준치를 넘어선 유해가스를 내뿜고 있을 확률이 큽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것을 증명해 강제로 개선시킬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조사들의 어떤 로비에도 굴하지 말고 2017년 9월(이 역시 이미 한 차례 이상 늦춰진 것임)에는 꼭 새로운 측정법이 마련되어야 하겠습니다. 경제 논리도 중요하지만 당장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는 배출가스 규제에 대해선 어떤 타협도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