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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엔진 고장 늘어나는 이유는 다운사이징 때문?


유럽을 기반으로 가장 규모가 큰 차량보증보험 일을 맡고 있는 '카개런티'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약 20개 국에 지사를 두고 활동을 하고 있죠. 얼마 전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카개런티'에서 밝힌 자료 한 가지를 공개했습니다. 갈수록 자동차 엔진의 고장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서 내용이었습니다.


2014년 1년 동안 독일 내 중고차 63만 4천대 이상, 그리고 신차 46만대 이상의 고장원인을 다각도로 조사를 했는데요. 가장 고장이 많은 부분은 전기전자계통으로 19.4%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연료 시스템으로 19.1%를 차지했고 세 번째가 엔진으로 10.1%였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고장율 변화폭이 거의 없는 것과 달리 엔진의 경우 2013년 조사에서는 8.8%, 2014년 조사에서는 9.2%, 그리고 올해 조사에서 10.1%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엔진은 한 번 고장이 나면 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죠.


작년 독일 내 자동차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액으로 기준을 바꾸면 엔진 고장이 20.9%의 비율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연료 계통이 17.1%, 전기전자 계통이 12.7%, 변속기가 11.1%, 그리고 냉난방장치가 9.5%였습니다. 신형 중형 모델의 경우 엔진 교체 비용이 만유로,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1천만 원이 넘어갑니다. 


이처럼 비용 면에서 큰 부담을 주는 엔진이 갈수록 고장이 많아지는 이유는 뭘까요? KÜS라는 자동차 안전과 기술을 모니터링하는 엔지니어 그룹이 독일에 있습니다. 여기서 테스트 엔지니어로 일하는 토마스 슈스터의 분석내용을 디벨트가 소개했습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우선 자동차의 세대교체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것을 원인 중 하나로 봤습니다. 당장 제조사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늘게 되지만 요즘은 전자장비에 많은 투자와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엔진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 더해 엔진 다운사이징을 언급했습니다. 다운사이징이란 터보 등의 과급기를 이용해 배기량이 작은 엔진으로 과거 대배기량 엔진만큼, 혹은 그 이상의 출력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합니다. 다운사이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정책 대응 목적과 함께 연비효율을 높여 경제성 또한 높이려는 목적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8기통이 6기통으로, 6기통이 4기통으로, 그리고 다시 4기통이 3기통 이하로 작아지고, 여기에 과급기가 적용되면서 엔진 내구성이 과거보다 못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엔진 쥐어짜기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토마스 슈스터의 분석에 독일 네티즌들은 대체적으로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Autofan이라는 네티즌은 "이 문제는 이미 다운사이징 시작단계에서부터 우려됐던 얘기다.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안정감을 요즘 엔진들은 주지 못하고 있다. 강한 환경정책이 결국 엔진을 망가뜨리고 있고, 다운사이징에 반대를 하기라도 하면 환경론자들로부터 모욕을 당하곤 했다." 라고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Interessierter라는 네티즌은 조금 다르게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다운사이징만으로 엔진의 내구성이 약해졌다 보긴 어렵다. 아무래 그래도 30만 킬로미터까지는 요즘 엔진들도 충분히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문제는 엔진 고장이 주는 엄청난 이윤에 있다. 기사에는 중형급 신형 엔진 평균 교체비용이 만유로라고 했지만 실제 1천 유로 이하로도 수리가 가능하다. 엔진 고장은 제조사들에겐 분명 이익이 되는 장사다."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에 들어가는 3기통 트윈에어 터보 엔진 / 참고사진=BMW

다운사이징을 환경적 관점에서, 그리고 터보 등의 활용이라는 기술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네티즌들도 있었지만 해당 기사에 있어서 만큼은 다운사이징에 대해 비판적 의견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이러다 보니 너무 과도하게 전자장비 개발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말고 차라리 다운사이징 엔진의 성능과 내구성에 더 많은 투자를 해달라는 목소리들도 볼 수 있었는데요. 


제조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자동차를 첨단화시키고 있습니다. 주행안전과 편리성이 그로 인해 높아진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자동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엔진의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지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운사이징도 좋지만 그와 함께 튼튼한 엔진 만드는 것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자동차의 심장, 핵심은 엔진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