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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티구안 제쳤다는 투산 비교 테스트 내용 분석


현대차에게 폴크스바겐 티구안은 콤팩트 SUV의 롤모델이자 넘어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두 차량이 묘한 신경전까지 펼친 바 있는데요. 투산을 론칭하며 "티구안 보다 더 좋은 차"라고 현대가 먼저 자극을 했고, 이에 폭스바겐코리아 측에선 지목해준 덕에 오히려 관심을 받아 판매량이 증가했다며 능청스럽게 응수를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유럽, 그것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일에서 현대차에게 낭보가 날아 들었죠. 독일 자동차 전문매체 두 곳에서 투산을 비교테스트 했고, 여기서 1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과 한국 내 비판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던 현대에겐 모처럼 만난 단비(?)같은 소식이었을 겁니다. 더군다나 티구안을 이겼으니 투산을 내놓으며 호기 있게 했던 말이 증명이 된 셈입니다. 


언론에 보도자료가 배포됐고 바로 기사화 됐습니다. 기사가 올라왔을 때는 제가 한국에 있어서 바로 내용을 확인 못했는데 하필 그 상황에서 자동차 매체와 많은 분들로부터 "기사 내용이 사실이냐?"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없겠느냐?" 는 등의 문의를 받게 됐습니다. 독일에 돌아와 내용을 확인했고, 오늘 그 내용을 전달해드리려 합니다.


투산 / 사진=현대차

현재 독일에서 비교평가를 실시한 전문지는 아우토빌트와 아우토차이퉁 이렇게 두 곳입니다. 아우토빌트는 투산 / 혼다 CR-V / 마쯔다 CX-5 / 포드 쿠가 이렇게 비슷한 수준의 콤팩트 SUV를 테스트했고 아우토차이퉁은 포드 쿠가 자리에 티구안을 넣어 비교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두 매체 모두 디젤 사륜구동방식의 모델들을 가지고 비교를 했는데요. 일단 결과를 먼저 말씀 드리면 투산이 종합점수에서 1위를 차지한 게 맞습니다.


저는 이 중 아우토차이퉁에서 실시한 비교테스트, 그것도 티구안과의 결과만 집중해서 소개를 해드리려 하는데요. 정확하에 어떤 면에서 티구안 보다 투산이 좋은 평을 받았는지, 그리고 모 언론이 이야기한 것처럼 '압도'적으로 이긴 것은 맞는지 한 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투산 비교테스트 기사 / 사진=아우토차이퉁 캡쳐

우선 비교테스트에 제공된 현대 투산은 아우토빌트는 자동변속기가 그리고 아우토차이퉁엔 수동변속기 차량이 각각 제공됐는데 티구안은 아우토차이퉁에 7단 DSG가 달린 모델을 보냈습니다.  비교 테스트 차량들 중 투산이 가장 큰 19인치 휠을 장착했고, 차체 크기는 투산과 티구안이 비슷했습니다. 물론 쿠가나 마쯔다, 그리고 혼다 CR-V 등에 비하면 투산과 티구안 모두 작은 편이었는데요. 테스트에 참여한 투산과 티구안에 대한 제원 비교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우토차이퉁 결과 기준)


크기 (전장/전고/전폭/휠베이스)

투산 : 4475 / 1650 / 1850 / 2670mm

티구안 : 4426 / 1703 / 1809 / 2604mm


마력/토크

투산 : 185마력 / 402Nm

티구안 : 184마력 / 380Nm


최고속도 / 제로백 

투산 : 201km/h / 9.1초

티구안 : 204km/h / 8.3초


연비

투산 (수동변속기 기준)  

공인 : 리터당 16.94km / 테스트 : 리터당 15.15km


티구안 (듀얼클러치 기준)  

공인 : 리터당 17.54km / 테스트 : 리터당 15.15km


제동력 (0-100km/h)

투산, 디스크 차가운 상태 : 35.1미터 / 디스크 달궈진 상태 : 35.2미터

티구안 ,티스크 차가운 상태 : 36.4미터 / 디스크 달궈진 상태 : 36.6미터


기본적인 제원을 확인해 봤으니 이제 구체적인 항목별 두 차량의 평가 결과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차체부문입니다.


차체 (1000점 만점)

투산 : 645점 

티구안 : 656점


앞좌석과 뒷좌석 공간은 티구안이 조금 더 넓은 것으로 나타났고 시야확보에서도 티구안이 더 좋게 평가됐습니다. 실내 각종 장치 작동 용이성에서도 티구안이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트렁크에선 투산이 조금 더 티구안 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두 차량 모두 나머지 비교 모델들과 비교해 트렁크에선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안전사양 적용에서 투산이 신형답게 티구안을 이겼지만 마감 및 품질항목에서는 티구안이 넉넉하게 투산을 이겼습니다. 


주행 편안함 (1000점 만점)

투산 : 750점

티구안 : 761점 


앞좌석의 편안함에서 차이가 많이 났지만 냉난방 시스템에서 투산이 월등하게 점수를 잘 받았습니다. 하지만 서스펜션에서 결정적으로 점수를 벌린 티구안이 안락함 평가에서 다른 차들을 넉넉하게 따돌렸습니다. 투산은 이 항목에서 4대 중 2위를 차지했습니다. 


엔진 / 변속기 (1000점 만점)

투산 : 609점

티구안 : 629점


비슷한 마력에 토크는 투산이 조금 더 높았지만 스피드와 최고 속도에서 티구안이 더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변속기의 경우 수동과 듀얼클러치의 대결이었는데 티구안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현재까지 내용을 보면 오히려 티구안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나머지 항목에서 역전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주행성능 (1000점 만점)

투산 : 683점

티구안 : 650점


비교적 큰 점수 차이를 보였군요. 핸들링과 슬라롬 테스트에서 투산이 티구안을 이긴 것이 우선 눈에 띕니다. 높이가 낮고 폭이 넓고 무게가 더 가벼운 차체, 그리고 2인치 더 큰 타이어와 접지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편평비 등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섀시와 바디의 강성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을 겁니다.


조향성에서는 티구안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참고로 한국과 미국에서는 투산이 C-MDPS를, 유럽에서는 트림에 따라 R-MDPS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테스트에 참여한 투산 2.0디젤 경우도 더 좋은 R-MDPS가 적용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물론 반드시 R-MDPS가 더 낫다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다이나믹한 주행을 중요시하는 유럽 시장의 요구에 충실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이 부분에서 한국 오너들은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겠군요.


결정적으로 이 항목에서 투산이 티구안을 따돌릴 수 있었던 것은 제동력 점수입니다. 앞서 제원 비교에서도 확인시켜 드렸지만 현대차가 차량을 제공하면서 특별히 제동력에 더 신경을 쓴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제동력의 경우 아우토빌트에서도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타이어는 두 곳 모두 콘티넨탈이 장착돼 있었습니다. 


주행안전성에서 티구안이 점수를 더 잘 받았지만 제동력에서 벌어진 점수 차를 좁히긴 어려웠습니다. 다만 아우토빌트의 주행성 평가를 보면 제동력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델들과 투산이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은 반면 아우토차이퉁의 경우 마쯔다가 너무 큰 점수 차이로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두 매체의 이런 편차는 감안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항목은 가격과 환경 부분이었는데요. 여기서도 투산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티구안에 뒤지긴 했지만 풍부한 멀티미디어 기능, 그리고 티구안과 달리 더 많은 사양들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물론 2년 무상보증 기간을 둔 티구안 보다 5년에 주행거리 무제한의 보증기간을 둔 투산이 보증기간 점수에서도 큰 차이로 이긴 것은 당연했겠죠.


이렇게 해서 투산은 총 3058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고 티구안은 3039점을 받아 2위를 차지했습니다. 잡지의 평가를 보면 핸들링이 개선된 점, 그리고 제동력이 좋은 것 등을 좋게 평했습니다. 완성도 면에서도 나아진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목 하나 하나를 놓고 보면 티구안이 좀 더 앞선 것으로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티구안은 출시된 지 8년이 지난 모델입니다. 자동차 기술에서 8년이란 기간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죠. 아우토차이퉁 역시도 이부분을 언급했습니다. 


올해 공개될 신형 티구안과 투산이 다시 재대결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지는데요. 그 내용도 차후에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리를 해보도록 하죠. 일단 투산은 전작인 iX35 보다 상품성 면에서 분명 나아졌습니다. 제동력과 주행성능은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늘 고민거리이던 서스펜션도 향상됐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만 갖고 현대가 티구안 보다 성능에서 더 좋은 차라고 하긴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가격과 무상보증 점수를 제외하고 성능부분만 놓고 보면 티구안(2696점)이 투산(2687점)보다 더 높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8년 만에 선을 보이는 신형 티구안은 현재 모델 보다 많은 부분에서 발전된 모습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니 어쩌면 진검승부는 신형 티구안이 나온 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아무리 조향감에 민감한 유럽에 맞췄다 해도 옵션으로라도 더 좋은 조향기어(R-MDPS)를 한국 고객들도 취사선택할 수 있게 해줬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점은 현대차가 나중에라도 다시 생각을 해봤으면 합니다. 나름 정리를 한다고 해봤는데 궁금증이 조금 풀리셨나 모르겠네요.


*막간을 이용해....제 책 <할로 아우토반>도 많은 관심 바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