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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프로파일링운전'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유럽에 여름이 찾아오기 시작하던 6월,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는 지역 경찰들의 특별한 자동차 견인작전(?)이 펼쳐졌습니다. 일명 프로파일링운전(PROFILIERUNGSFAHRT)에 동원된 자동차들을 끌고 간 것인데요. 프로파일링운전? 많은 분들이 처음 들어본 단어일 겁니다. 베를린경찰이 도심에서 불법 주행을 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운전자들을 부르는 일종의 별명입니다.


카이제 빌헬름 교회가 보이는 쿠담거리 전경/ 사진= 독일 위키피디아


쿠담거리 모습/© visitBerlin

두 장의 사진은 베를린의 대표적 번화가 쿠담(Ku'damm)거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의 강남 같은 곳이라 보면 될 겁니다. 독일 대표적 상업지구로 유럽인들을 비롯해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곳이죠. 직선구간으로 3~5km 정도로 제법 길게 상권이 발달돼 있는데 이 곳은 자동차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값비싼 차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동영상으로 대충 어떤 분위기인지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쿠담의 고급 차들 동영상>


오래 전부터 쿠담거리에서는 꼬맹이들(?)이 모여 이곳을 달리는 고급 자동차들을 촬영해 유튜브 등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냥 차 좋아하는 애들이 별 생각없이 올리는 동영상인데, 런던이나 파리 등에서도 고급 차만 찍어 올리는 사람들이 제법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불법 튜닝을 한 차량들과 일부 관심받고 싶은 젊은 운전자들이죠. 굉음과 함께 무모한 가속을 하거나 휠스핀을 일으키며 급출발을 하는 등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주행을 이 곳에서 자주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은근히 시비를 건다든지 하면서 상대 운전자를 자극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 주민들은 물론 상인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결국 베를린 경찰이 이렇게 난폭운전, 겁주는 운전 등으로 소란을 피우는 것을 '프로파일링운전'이라고 부르며 단속을 하게 된 것이죠.


프로파일링이라는 단어는 범죄심리학에서 주로 쓰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범죄의 어떤 특정 패턴 등을 통해 범죄자를 찾아내거나 자백을 받아내는 기법을 말하는데, 여기에 운전을 접목해 독일에서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운전을 보면 그 운전자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뭐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불법튜닝이 의심돼 견인 당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CL 63 AMG /사진=Berlin Polizei


지난 6월 이틀동안 배기음을 불법으로 튜닝했다고 의심되거나 휠스핀을 과도하게 낼 수 있도록 튜닝됐다고 의심된 차량들 중 S클래스,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CL AMG, 닷지 픽업과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까지 총 6대RK 그 자리에서 견인, 튜닝 상태를 조사 당했고 그 중 5대가 경찰 예상대로 불법으로 튜닝이 된 것으로 확인돼 해당 차량들은 운전 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벌금과 벌점은 물론 견인에 대한 비용, 검사 비용, 그리고 차량을 원상복귀시키는 비용 일체를 운전자에게 다 물게 했고, 베를린 경찰은 이런 차량들이 쿠담거리를 어지럽히는 것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단속을 하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했죠. 물론 일부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의심만으로 차를 견인하는 것은 방법적으로 옳지 않은 거 아니냐고 반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속 찬성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독일은 미국 다음으로 튜닝 규모가 큰 나라입니다. 인구 대비 따진다면 1위가 아닐까 싶은데요. 하지만 그만큼 불법 튜닝된 차량들도 많기 때문에 지역별로 단속 경찰들의 고민이 깊은 편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끈적한 시선을(비난의 시선을 포함) 받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프로파일링운전'은 사실 용어만 이렇게 만들어졌다 뿐이지 어느 나라에서나 만날 수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합법화로 인해 이제 튜닝산업이 제대로 시작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독일의 경우처럼 불법튜닝을 하거나, 그렇게 튜닝된 차로 과격한 위험 운전을 하는 등의 행동은 튜닝산업 활성화에 장애가 될 뿐입니다. 따라서 튜너들 스스로 더 안전운전에 신경을 쓰고 문제가 될 만한 요소들을 만들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디 이런 이야기가 튜너들에게만 해당되겠습니까? 다른 차 안전을 위협하고, 아랑곳 않고 보행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운전자는 누구도 비판받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당해야겠죠. 당신의 차가 얼마짜리인가가 당신이 평가 받는 기준이 아니라, 그 차를 어떻게 운전하느냐가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시선이라는 것을,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